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4.


《마사코의 질문》

 손연자 글·이은천 그림, 푸른책들, 1999.8.20.



해가 나온다. 이불·깔개·베개를 말린다. 열흘 넘게 이은 비날을 마치고 볕날로 돌아서는가. 두바퀴를 달려 면소재지 우체국을 다녀온다. 물결치는 구름을 바라본다. 멧자락에 걸린 안개 같은 구름을 본다. 땅거미가 깔린 밤에 다시 비가 온다. 벌써 열흘이 가도록 별바라기를 누리지 못 한다. 해를 본 날은 별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비구름은 ‘비랑 구름’을 더 바라보라고 가볍게 나무라는 듯싶다. 《마사코의 질문》을 오랜만에 되읽었다. 아이들한테 읽힐까 하고 되읽었는데, 아이들한테 못 읽히겠다고 느꼈다. 처음 이 책이 나오던 1999년을 돌아보면, 책마을 이웃이나 어린이도서연구회 분들도 “왜 ‘마사코가 묻다’가 아닌 ‘마사코의 질문’처럼 일본말씨로 이름을 붙였나?” 하고 아리송하게 여겼다. 일본이 총칼로 이 나라를 짓밟은 지난날을 되새기자는 줄거리를 담은 책이니, 책이름이 더더욱 얄궂다. 줄거리는 ‘미움’으로 가득하다. 미운 그놈들을 똑같이 짓밟아야 한다는 불길이 그득하다. 오늘날 둘레를 보면, 온통 싸움밭 같다. ‘미워죽겠다’고 여길 몹쓸놈을 앞세워서 ‘옳다(정의)’고 목소리를 넘치는 수렁이다. 우리가 어른으로서 어질게 이 보금자리와 마을과 숲을 돌보고 가꾸는 슬기를 밝히는 말글이 너무 없다.


ㅅㄴㄹ


그 말들은 두렷두렷 살아나 승우에게로 왔습니다

→ 그 말은 두렷두렷 살아나 승우한테 옵니다


이제 ‘산’과 ‘하늘’과 ‘별’로 불리자

→ 이제 ‘메’와 ‘하늘’과 ‘별’이라 하자


아직 어려서 잘 모를 거다만 나라와 민족도 마찬가지란다

→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나라와 겨레도 마찬가지란다


유리코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 유리코가 더 크게 웃는다

→ 유리코는 더 활짝 웃는다


막대기는 허공에다 포물선을 그리며

→ 막대기는 하늘에다 팔매를 그리며

→ 막대기는 위로 비스듬히 날다가


근동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은 다

→ 마을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은 다

→ 이웃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은 다

→ 가까이 고래등 같은 기와집은 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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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5.


《나의 독일어 나이》

 정혜원 글, 자구책, 2021.9.13.



비는 다시 그친다. 비날이든 볕날이든, 어느 쪽이 낫거나 나쁘지 않다. 우리가 비를 바라보고 누려서 담아야 하기에 비날을 잇고, 우리가 볕을 받아들이고 녹이고 품어야 하기에 볕날이 온다. 오늘은 면소재지 우체국을 들르고서 골짜기로 간다. 꽤 가볍게 멧자락을 오른다. 풀밭에 두바퀴를 눕히고서 천천히 비탈을 내려가서 골짝물 곁에 선다. 온몸이 얼어붙을 만한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근 뒤에 ‘불꽃숨(호흡훈련)’을 가만히 쉰다. 《나의 독일어 나이》를 돌아본다. 스무 해쯤 앞서는 드물게 ‘나의’라는 일본말씨를 책이름에 넣었다면, 요새는 너나없이 마구잡이로 이 일본말씨를 책이름에 넣는다. 책이름이건 글줄이건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뿐 아니라, 대놓고 영어나 프랑스말이나 중국말을 써도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이 땅에서 한글로 글을 쓸 마음이라면 ‘한글에 담는 우리말이 어떤 숨빛’인지 처음부터 새롭게 하나씩 밑바닥부터 익힐 노릇이다. 정혜원 씨는 입가리개를 해야 ‘이웃을 헤아린다’는 눈길을 책에 담는데, 2023년에도 이 눈길이 똑같으려나? 입을 가리려는 나라가 ‘말길을 막고 사람을 바보로 길들이려는 짓’을 일삼았는데, 이를 읽지 못 하는 마음이라면, ‘말길’을 ‘나이’로 세려는 몸짓이라면, 살림하고는 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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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6.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피비 월 글·그림/신형건 옮김, 보물창고, 2023.4.20.



볕날 이틀째. 이불을 털고 말린다. 빨래를 새로 한다. 볕바라기를 하려는데 하늘이 매캐하다. 이곳저곳에서 풀죽임물(농약)을 뿌리는구나 싶다. 서울(도시)은 언제나 쇠방귀(자동차 배기가스)로 매캐하다면, 시골은 노상 풀죽임물로 말라붙는다.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다녀온다. 나무가 우거진 기스락을 골라서 거닐면 시원하면서 푸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데를 걸으면 후끈하고 숨막힌다. 오늘 고흥읍 한켠에서는 ‘새 공원 완공식’을 저녁 19시에 한다고 시끌시끌하다. ‘드론쇼’에 ‘김연자 초청’을 했으니 구경하라고 마을알림을 해대는데, 시골에서 무슨 저녁버스를 타고 나가는가? 참 어이없다.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읽었다. 숲에서 네 가지 철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여미려고 애썼구나 싶은데, 옮김말이 너무 엉성하다. 그리고 ‘놀이’가 너무 적다. 철마다 이런저런 일을 바지런히 하기도 하지만, ‘어른 아닌 어린이’가 누릴 ‘철그림책’이라면, ‘엘사 베스코브’하고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책이 일찌감치 보여주었듯 ‘놀이하는 숲 + 숲에서 노래하는 하루’를 담을 적에 철빛이 저절로 물든다. 숲을 등진 어른들이 서울(도시)에서 낳은 아이들한테 ‘자연이라는 교훈’을 억지로 심으려 하지 말자.


#LittleWitchHazel #AYearintheForest #PhoebeWah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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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7.


《진실된 이야기》

 소피 칼 글·사진/심은진 옮김, 마음산책, 2007.1.25.



엊저녁부터 구름이 모이더니 이른아침부터 가랑비가 듣는다. 아침이 밝을 즈음부터 빗줄기가 굵다. 하룻내 비날로 나아간다. 어제는 풀죽음물 기운이 그득하다고 여겼더니 하늘이 좍좍 씻어 준다고 느낀다. 올해에는 마을에서 풀죽음물이나 죽음거름(화학비료)을 치고 나면 곧장 비를 뿌려서 ‘그딴 짓은 부질없단다’ 하고 알려준다. 이 대목을 이제는 누구나 느껴야지 싶다. 논밭을 살리고 땅을 북돋우려면 ‘죽임길(농약·화학비료·비닐·농기계·스마트팜)’이 아니라 ‘살림길(숲)’을 바라볼 노릇이다. 《진실된 이야기》를 읽었다. 처음 펼 적에는 ‘아, 지난날 굴레와 수렁이 이렇구나’ 하고 느끼다가, 단출한 글밥에 성긴 엮음새에 ‘왜 굳이 책을 냈나’ 하고 갸우뚱했다. ‘전시도록’하고 ‘책’은 다르다. 이분한테는 책도 ‘설치예술’일 뿐이로구나 싶다. 설치예술이 나쁠 일은 없다. 가만히 보면 모든 책은 처음부터 이미 설치예술이다. 지음이는 글·그림·빛꽃으로, 엮음이는 엮음새로, 꾸밈이는 꾸밈새로, 펴낸이는 펴내어 책집에 넣어 사람들한테 알리고 파는 매무새로, 책집지기는 책시렁에 놓는 차림새로, 읽음이는 책집마실로 장만하여 손에 쥐는 하루살림으로, 언제나 ‘책 하나로 살림(설치예술)’을 하게 마련이다.


#DesHistoiresVraies #SophieCalle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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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1.


《대피소의 문학》

 김대성 글, 갈무리, 2018.12.31.



선선한 하루이다. 오늘도 집에서 책더미를 치운다. ‘더미·덩이’라는 낱말을 새삼스레 읽는다. 《밑말 꾸러미》도 차곡차곡 마무리를 짓는다. 풀내음을 머금는 하루를 보낸다. 새벽부터 밤까지 휙휙 날아가는 하루를 마치고서, 싱그러이 흐르는 바람을 느끼다가 꿈나라로 간다. 《대피소의 문학》을 읽고서 이만 한 글(비평)이 있으면 우리 글밭이 확 다르리라 여긴다. 우리 글밭은 아직도 수글(한문 기득권)이 거머쥔다. 지난날 수글은 오직 사내들이 중국 한문으로 거머쥐었다면, 오늘날 수글은 ‘사내보다 가시내’가 앞장서서 일본 한자말하고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를 뒤섞는 얼거리이다. 조선 오백 해를 가로지르는 사이에 순이가 암글(우리글)을 지키고 돌보았으나, 어쩐지 오늘날에는 ‘암글·우리글’을 곧고 곱게 바라보는 글지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겉으로 드러나는 글결만 다듬으면 겉치레로 흐른다. “숲빛으로 사랑을 스스로 지어서 오늘 하루를 즐겁고 아름답게 짓는 살림길을 누리는 삶”을 담는 글일 적에 비로소 “삶을 담는 글”이다. ‘서울바라기’는 삶글로 잇지 않는다. ‘서울바라기’는 ‘바라기(팬덤·군중심리)’에서 맴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이 숲에서 태어난 줄 깨달을 적에 누구나 글빛을 살릴 수 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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