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숟가락 12
오자와 마리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삶, 아이를 낳지 못하지만 이웃 아이를 받아들여서 보살피는 삶, 두 삶은 어떤 사랑이 될까. 어버이로서 아이한테 물려줄 수 있는 사랑은 어떤 숨결일 적에 아름다울까. 아이로서 어버이한테서 물려받고 싶은 사랑은 어떤 빛깔이면서 따스할까. 씨앗을 사랑으로 품는 마음이 곱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8.25.


작은아이도 큰아이도 차근차근 밥짓기를 배우리라는 마음으로 칼질을 맡기고 마늘을 까도록 시킨다. 작은아이하고 둘이서 읍내마실을 다녀오는데, 작은아이가 작은 부엌칼을 보더니 “저기 누나가 쓰는 칼이 여기도 있네? 나도 저런 작은 칼 갖고 싶은데. 나도 잘 썰 수 있는데.” 하고 말한다. 곁님이 늘 들려주던 말처럼 두 아이는 서로 다른 결에 맞추어 스스로 무엇이든 알뜰히 해내리라 느낀다. 작은아이가 쓸 새로운 작은 부엌칼을 곧 장만하자고 생각한다. 구월을 앞두고 아침까지는 선선하지만 저녁에는 아직 덥다. 신나게 땀을 쏟으며 밥을 지어 차려 놓고 나서 씻는다. 아이들이 맛나게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곁에 앉아서 그림책 《하얀 도화지》를 편다. 몸을 잃은 물고기 한 마리가 아이 그림종이에서 되살아나는 이야기가 흐른다. 아이 스스로 꿈을 그리고, 이 꿈에 맞추어 물고기 한 마리가 새롭게 깨어나서 힘차게 헤엄을 친다. 아니 난다고 해야 할까. 냇물이나 바닷물에서 헤엄을 치는 물고기는 어느 모로 본다면 날갯짓이지 싶다. 물속 헤엄짓이란 사람으로서는 하늘을 마음껏 나는 모습이라고 할 만하다. 꿈이 있으니 그림을 그리고, 그림을 그리니 꿈이 새로 자라고, 그래, 이렇게 꿈하고 그림은 늘 맞물린다.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자전거 타며 읽은 책 2017.8.23.


아침에 빨래를 새로 한다. 어제 해 놓은 빨래는 볕이 좋으리라 여기고 네 식구가 군내버스를 타고 읍내를 다녀오는 사이에 소나기가 들이부어서 몽땅 젖었다. 이 빨래에다가 하루치 옷을 더하니 수북하네. 더운 여름에 아이들이 날마다 옷을 두 벌쯤 갈아입는다. 수북한 빨래를 하면서 생각한다. 아무리 하루에 빨랫감이 여러 벌씩 나와도 이 아이들이 갓난쟁이일 무렵 기저귀를 빨던 일하고 대면 귀엽지. 하늘과 구름과 해를 보면서 말한다. 자, 오늘은 땡볕을 베풀어 주렴. 비는 좀 쉬렴. 자전거를 몰고 골짜기로 달린다. 오르막을 만나서 기어를 1*2단으로 바꾸면 가쁜 숨이 나오기도 하지만, 땀이 빗물처럼 볼과 이마와 턱을 타고 줄줄 흐른다. 사람이란 대단하지. 어떻게 몇 초 만에 땀이 이렇게 비오듯이 쏟아질 수 있을까. 두 아이를 태운 자전거를 이끌며 멧길을 탄다고 해서 이처럼 땀비가 갑자기 솟다니. 우리가 늘 노는 골짜기에 이른다. 자전거를 세우고 물가로 내려간다. 수풀을 헤치며 물가에 닿으니 우렁찬 물소리가 반긴다. 세 사람은 마음껏 몸을 담근다. 좋아. 시원하지? 아니 몸이 시리도록 차갑지? 한참 함께 놀고서 시집을 펼친다. 《전당포는 항구다》를 읽어 본다. 가난한 살림에 전당포에 물건을 잡히고 세겹살을 먹는 이야기가 흐른다. 쓸쓸하고 슬픈 살림을 그리는구나 하고 생각하다가, 가난하다고 해서 꼭 쓸쓸하거나 슬프기만 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 스스로 우리 아이들하고 짓는 살림을 헤아려 본다. 나는 자동차가 없이 자전거로 땀을 뻘뻘 흘리며 멧길을 타서 골짜기 마실을 한다. 몸은 틀림없이 힘들는지 모르는데, 대단히 재미있고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즐기고, 없으면 없는 대로 누리는 살림을 돌아보면서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돈이 없더라도 다른 것은 넉넉하게 있는 살림인 줄 느끼면서 시도 글도 책도 달라질 만하리라. 골짜기에서 신나게 놀고 나서 집으로 가는 길은 엄청난 내리막이다. 바람이 우리를 실어 날라 준다.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군내버스에서 읽는 책 2017.8.19.


작은아이는 느즈막하게 낮잠에 빠지더니 저녁이 되어도 안 일어난다. 큰아이는 함께 누웠다가 살그마니 일어나서 책을 읽는다. 큰아이를 데리고 책숲집에 간다. 몇 가지 짐을 옮기고서 군내버스를 탄다. 둘이서 읍내로 가서 저자마실을 본다. 때때로 큰아이나 작은아이 하나만 데리고 마실을 다니면 퍽 오붓하면서 두 아이가 저마다 나름대로 조잘거리는 이야기를 들으며 즐겁다. 함께 다니다가도 따로 다니면서 새로운 재미를 누린다고 할 만하다. 아이란 어떤 목숨일까? 오늘 어른이라는 몸을 입고 사는 나도 한때 아이였다. 아니, 갓 태어나서 열 몇 해 동안 신나게 뛰노는 아이로 살았다. 아이로 살던 나는 어버이 몸으로서 아이를 마주할 적에 얼마나 아이다움을 알거나 헤아릴까? 《인류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했는가》를 읽어 본다. 글이나 책으로 남은 자료를 바탕으로 어른이 아이를 어떻게 마주하려 했는가를 짚어 보는 인문책이다. 아무래도 글이나 책으로 남지 않고서야 옛 자취를 살피기는 어려우리라. 그런데 지구별 어디이든 깊은 숲이나 시골에서 조용히 작은 마을을 이루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무척 오래된 슬기로운 ‘아이 사랑’을 보거나 들으면서 새로운 길을 배울 만하리라 느낀다.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노래, 밥하면서 읽는 책 2017.8.20.


맛있고 즐겁게 밥을 먹자고 이야기를 하면서 밥상을 차린다. 우리 몸에 들어오는 밥한테뿐 아니라, 밥을 지어서 차리는 사람한테도 즐거움하고 고마움을 나타내는 말을 하자고 아이들한테 이야기해 본다. 우리 집에서는 내가 늘 밥을 차리니 ‘밥 지은 사람한테 고맙다는 말’을 굳이 안 하고 살았는데, 이러다 보니 아이들이 바깥에서 이웃님하고 밥을 먹을 때뿐 아니라, 할머니나 이모하고 밥을 먹을 적에도 할머니나 이모를 바라보지 않더라. 즐거이 차린 밥상맡에서 아이들이 수저질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경국대전을 펼쳐라!》를 펼친다. 경국대전이라니, 옛날 법을 펼친다는 이야기인데, 어린이 눈높이에 맞추어 옛날 법을 다루는 이야기가 꼭 옛날스럽지 않다. 오늘날 한국에 어떤 법이 있는가를 돌아볼 만하고, 오늘날 이 땅에서 법을 얼마나 법다이 지키는 살림을 이루는가를 헤아릴 만하다. 법은 사람이 지어서 사람을 아름답게 보듬는 길이 될까? 아니면, 법이라는 그물을 빠져나가는 이들이 있을까?


(숲노래/최종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