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서울로 안 가는 길 : 고흥에서 원주로 가는 길을 알아보다가, 순천에서 바로 가는 시외버스가 있기에 순천을 거쳐서 원주로 간다. 네 시간이 걸리는 버스길에서 문득 생각한다. 고흥서 순천으로 가자며 7900원, 순천서 원주로 가자며 36000원이 든다. 고흥서 서울로 가면 24100원이요, 서울서 원주로 버스는 7700원. 시골에서 서울을 안 거치고서 다른 고장에 가려고 하는 이 길은 어쩐지 바보짓 같다. 버스삯이 더 들기도 하지만, 이래저래 따지니 서울을 거치면 한 시간 이십 분쯤 덜 든다. 다음에 고흥에서 원주로 이야기마실이며 책집마실을 갈 적에는 서울을 거칠까? 아니면 이대로 버스삯을 더 들여서 다닐까? 왜 서울을 거쳐서 더 멀리 돌아가는 길이 버스삯이 더 싸야 할까? 2019.12.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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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살림말


무지개 타고 다니느냐 : 아홉 살 작은아이가 문득 “아버지, 거기에서 무지개 타고 다녀요?” 하고 묻는다. 이 말을 듣고서 번개처럼 생각했다. 나는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걷거나 버스를 타거나 돌아다니든 아이 말대로 “무지개를 타는 몸짓이나 걸음걸이”인가 하고. “그래, 우리 보라 말처럼 아버지는 무지개를 타고 다니네. 보라도 집에서 늘 무지개를 타면서 놀지?” 집에서든 마을에서든 밖에서든, 서울에서든 나라밖에서든 섬에서든, 멧골에서든 숲에서든 바다에서든, 참말로 늘 무지개를 타면서 신나게 노래하면서 살 노릇이다. 스스로 사뿐사뿐 눈부시게 디디는 걸음이 되면 즐겁다. 2019.11.3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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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며 쓰기 : 생각하기에 쓴다. 생각은 우리가 짓는 오늘 하루에서 비롯한다. 오늘 하루는 스스로 나아가고 싶은 꿈을 사랑으로 돌보기에 누린다. 우리 사랑은 오롯이 우리 밑마음이다. 이 밑마음은 고요하게 춤추며 노래하는 숨결에서 태어난다. 차근차근 짚어 나가면, 쓸거리·생각길·삶자락·꿈사랑·밑마음·고요숨결이 한 올씩 풀리면서 싱그러이 바람 한 줄기 분다. 2014.3.1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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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천도서 : 한국에서 나온 사진책을 이야기하는 글을 쓸 적마다 별을 얼마나 붙여 주어야 하느냐로 힘들다. 시집을 이야기하는 글을 쓸 적에도 별을 달기가 힘들다. 한국은 무척 오랫동안 사진책이며 시집이 너무 겉치레로 흘러왔다.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꾸미는 사진이나 시가 참으로 많다. 그런데 비평가나 평론가나 기자라고 하는 이들은 이런 꾸밈질 사진책이나 시집을 그저 추켜세우더군. 한통속이란 뜻일까. 어느 때부터인가 한국에서 나오는, 이른바 창작그림책이나 창작동화책도 속 빈 이야기가 많이 나돈다. 그림책을 수수하면서 아름답게 빚기가 너무 어려울까. 동화책을 투박하면서 사랑스럽게 쓰기가 참으로 까다로울까. 그러나 책만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 수 없겠지. 정치이며 사회이며 교육이며 문화이며 과학이며 예술이며 종교이며, 구석구석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 적에 비로소 책도 나란히 아름답거나 사랑스럽지 않을까. 꼭두머리 몇 사람만 탓할 수 없이 벼슬아치 누구나 탓할 수밖에 없다. 교육이 아닌 입시만 판치지만 이 입시판을 갈아엎지 않는 모든 사람을 탓할 수밖에 없다. 입시지옥을 고스란히 끌어안고서 아이들을 채찍질하는 나라에 무슨 아름다운 그림책이나 사랑스러운 동화책이 있을 수 있는가. 터무니없는 소리일 테지. 2015.12.6.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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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란다 : 우리는 모두 늘 자란다. 마음뿐 아니라 몸도 자란다. 키가 더 안 크는 듯하고 몸집도 더 안 늘어 보일 수 있더라도 누구나 늘 자란다. 새로운 세포가 자라고, 새로운 머리카락이며 털이 자란다. 새로운 살갗이 자라고, 새로운 눈빛이 자란다. 다룰 줄 아는 말씨가 자라고, 생각을 다스리는 마음이 자란다. 즐거운 놀이가 자라고, 기쁘게 건사하는 일손이 자란다. 차근차근 가다듬는 솜씨가 자라고, 너끈히 해내는 재주가 자란다. 사랑이 자라고 꿈이 자란다. 자라기에 삶이요 숨결이면서 노래가 흐른다. 1999.12.5.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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