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이 62. 2014.9.18 초피알 훑기



  초피알을 훑는다. 어느새 두 아이가 아버지 곁으로 온다. “나도 딸래! 나도 딸래!” 하면서 손을 뻗는다. 산들보라 손에 닿을 만한 데에 맺힌 열매는 드물고, 사름벼리가 손을 뻗어 닿을 만한 데에는 제법 열매가 맺힌다. 사름벼리는 넓은 그릇을 머리에 이고 기다린다. 꽃이 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맺는 열매를 손으로 톡톡 따면서 손끝부터 머리끝까지 초피알내음이 고루 퍼진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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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61. 2014.9.25. 억새와 자전거



  가을하늘 파란빛이 아주 눈부시다. 이런 날은 자전거를 안 달릴 수 없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자전거를 천천히 달리면서 가을빛을 듬뿍 마신다. 참으로 자전거 발판을 아주 더디 구른다. 하늘도 구름도 들도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다. 봄과 여름을 거친 시골은 알뜰히 무르익는 열매와 함께 넉넉하면서 푸근하다. 꽃순이는 이런 기운을 듬뿍 마시면서 억새밭 옆에서 억새를 한 포기 톡 끊어서 하늘로 치켜든다. 구름을 찌르니? 하늘과 너를 잇는 다리이니? 동생 몫까지 두 포기를 손에 쥐고 신이 난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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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60. 2014.9.25. 언제나 곱게



  도서관 가는 길에 토끼풀꽃이 늦꽃을 피운다. 늦봄이나 이른봄에 피어나는 토끼풀꽃인데, 한 차례 피고 진 이 가을에 다시금 무리지어 꽃을 피운다. 가을이어도 날이 포근하니 새삼스레 꽃을 피우는구나 싶다. 민들레도 봄뿐 아니라 가을에 피어나기도 한다. 우리 집 꽃순이는 도서관 들어가는 길목에 핀 토끼풀꽃을 밟지 않는다. 동생더러 밟지 말라고 이른다. 이러다가 한 송이를 톡 끊어서 도서관 자물쇠 고리에 매듭을 짓는다. 언제나 고운 빛이 흐를 수 있도록.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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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아이 59. 2014.9.30. 모과순이



  모과를 한 알 주운 뒤 큰아이한테 건넨다. 큰아이가 커다란 모과를 받을 때에 작은아이가 소쿠리에 넣어 달라 말한다. 그러자 큰아이는 “안 돼. 모과는 너한테 너무 무거워서 거기 못 담아. 누나는 들 수 있어. 누나는 안 무거워.” 하고 말하는데, 아무래도 머리통만큼 큰 모과가 무거운지 “아버지 집에 갖다 놓고 올게요!” 하고 말하면서 부리나케 달려서 마루문을 열고 마루에 갖다 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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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10-02 00:27   좋아요 0 | URL
아유~ 모과가 참으로 탐스럽군요!^^
집안에, 저렇게 잘 익은 모과 하나 놔두면~가을에서 겨울까지
참 향기로울 듯 싶습니다~*^^*

숲노래 2014-10-02 06:53   좋아요 0 | URL
올해에 비로소
우리 집 뒤꼍 열매가 잘 영글었어요.
열매가 제대로 영글기까지는
서너 해가 걸리는 듯싶습니다~
크기도 크고 맛도 얼마나 좋은지(감이나 무화과)요~~^^
 

꽃아이 58. 2014.9.28. 가랑잎순이



  후박나무에서 가랑잎이 진다. 후박나무는 언제나 푸른 잎사귀를 매달지만, 한 해를 살아낸 잎은 천천히 떨어진다. 그래서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언제나 푸른 잎사귀만 있는 듯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면 노랗게 물든 잎을 군데군데 찾아볼 수 있다. 마당에 떨어진 후박잎을 주워서 후박나무 둘레로 옮긴다. 나무한테는 나뭇잎이 가장 좋은 거름이다. 아이들이 옆에서 함께 가랑잎을 줍다가 큰아이가 문득 “나는 내가 가져야지.” 하고 말합니다. 노랗게 잘 물든 잎이 고우니 나무 둘레로 옮기기보다는 갖고 놀고 싶단다.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러렴. 그러면, 네가 갖고 싶은 잎사귀가 어떤 빛과 무늬인지 보여주라.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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