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2
네무 요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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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29



지구가 사라지거나 엄마가 되거나

―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2

 네무 요코 글·그림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13.10.15.



“졌지만 즐거웠으니까, 그걸로 된 거 아냐?” (20쪽)


“영국이 없어졌다는 건, 그럼 역시 그 남자가 신이란 게, 진짜였어? 엑? 그럼,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도?” (40쪽)


‘우린 가슴이 설레었다. 뭔가가 시작된다는 것에. T셔츠를 맞춘다는 것에. 구세주가 된다는 것에. 어쩌면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그 자체에. 그게 정말 뭘 의미하는지 상상조차 못하면서.’ (46쪽)


“희망하는 진로가 ‘엄마’란 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47쪽)


“우리 엄마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엉도 충분히 훌륭한 엄마예요. 공부할 데가 꼭 대학만 있는 건 아니라고 전 생각해요. 몇 백만 엔이나 들일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49쪽)



  지난 2013년에 만화책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를 읽으면서 이 만화책 얼거리가 재미있다고 여겼습니다. 거의 아무것도 들여다볼 만한 남다른 구석이 없다고 하는 후줄근한 어느 고등학교 여자 농구부가 ‘경기에서 지면’ 지구에서 나라가 하나씩 사라지다가 아예 지구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지요. 지구를 비롯한 온누리를 지었다고 하는 ‘님’들이 어느 날 모여서 놀다가 주사위를 던져서 이렇게 하기로 했다지요.


  그야말로 만화에서나 나올 만한 이야기일 수 있을 텐데, 바로 이러한 이야기를 만화로 그려내기에 한결 재미있다고 느껴요. 굳이 ‘왜’를 찾아야 하지는 않겠지만, 님이라는 자리에서 살아가는 그들은(또는 우리들은) 참말 놀이를 좋아해요. 주사위 놀이도 대단히 좋아하고요.


  그런데 이 만화책은 2013년에 1권하고 2권이 나란히 나온 뒤에 여러 해가 지나도록 3권이 안 나왔습니다. 3권이 영 나올 낌새가 없으니 설마 지구가 사라지고서야 3권이 나오려나 싶더니, 2017년 4월에 조용히 3권이 나왔군요.


  만화책 《일단 지구가 멸망하기 전에》 둘째 권을 읽으면, 이 만화책에서 이야기를 이끄는 아이는 고등학교를 마치기 앞서 이른바 ‘진로’를 놓고서 ‘엄마’가 되겠노라 하고 담임 교사한테 밝힙니다. 대학교 아닌 엄마가 되겠다고 하지요. 한쪽에서는 이 아이가 몸담은 농구부가 경기에서 질 적마다 지구에서 나라가 하나씩 사라지는데, 이 아이는 꿈이 ‘엄마 되기’입니다. 대학교를 안 나왔어도 훌륭하게 저를 낳아서 돌본 사람이, 삶에서 스승이자 길벗으로 여기는 사람이, 바로 엄마이거든요. 자, 이 아이는 지구를 살리는 길을 갈 수 있을까요? 2017.10.11.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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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의 거리 - 단편
카츠타 번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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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18



새벽을 함께 열고 싶은 마음

― 새벽녘의 거리

 카츠타 분 글·그림

 설은미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1.5.25. 7000원



“음식은 생활의 기본이니까요. 자연 재료를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먹는 것이 으뜸입니다. 하지만 무리해서 비싼 것을 사거나 먼 곳에서 조달해 올 필요는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을 느긋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12쪽)


“키나. 이 냄비 선생님 거지? 까맣게 태웠구나.” “응.” “오래 써서 길이 잘 든 편수냄비구나. 엄마도 툭하면 냄비를 태워먹었지. 이럴 때는 물을 끓여서 검댕을 부드럽게 만드는 거야.” (38쪽)


“선생님은 한심한 남자인 게 분명하니까, 포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진짜로 한심한 남자는 스스로를 한심한 남자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아니, 말하는 것 같은데. 스스로 자각하고 있다면 개선의 여지는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한테 아무 관심도 없어.” (45쪽)



  새벽녘에 길을 걸어 보았다면 여름에도 제법 스산한 듯하면서 조용하고 싱그러운 바람이 남다른 기운을 느껴 보았겠지요. 아무리 복닥이는 서울이라 하더라도 새벽녘에는 찬찬히 수그러들면서 바람 부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이 바람을 가르며 신문이나 우유를 돌리는 사람들 소리, 밤새 잠들다가 깨어나려고 하는 작은 풀꽃 기지개 소리를 느낄 수도 있어요.


  새벽 다섯 시에 길을 나서려면 새벽 서너 시에 하루를 엽니다. 새벽 네 시에 길을 떠나려면 새벽 두어 시에 하루를 열어요. 누구한테는 두 시가 아직 한밤일 수 있고, 누구한테는 두 시가 하루를 여는 새벽녘일 수 있습니다. 시간은 같으나 사람마다 느낌이 달라요.


  하루를 두 시에 열기도 하지만 하루를 두 시에 닫기도 해요. 하루를 세 시 무렵에 열기도 하지만 하루를 세 시 무렵에 닫기도 합니다. 저는 예전에 자전거를 달리며 신문을 돌릴 무렵 언제나 서너 시 즈음 비로소 하루를 마감하고 잠드는 분한테 신문을 갖다 드리곤 했는데, 저로서는 이제 한창 움직이는 새벽녘이라면 그분으로서는 늘어지게 한잠을 자고 나서 신문을 펼치려고 하는 고단한 새벽녘입니다.


  만화책 《새벽녘의 거리》는 같은 때나 곳에 있지만 안 같거나 안 비슷한 마음인 사람들이 복닥이면서 빚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같은 때나 곳에서 한마음이 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랑을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때 한마음이었으나 갈라선 마음이 된 사람이 있습니다. 이도 저도 아닌 채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한마음이란 대수롭지 않다며 돈벌이에 마음을 쏟는 사람이 있습니다.


  다 다른 사람이기에 다 다르게 살면서 재미나게 어우러집니다. 때로는 다툽니다. 때로는 손을 잡습니다. 때로는 나무랍니다. 때로는 울다가 웃습니다. 때로는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한 가지를 깨닫고 기운을 차립니다. 우리는 새벽녘에 어떤 하루를 그리면서 일어나는가요. 2017.10.4.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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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달인 39
카리야 테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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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26


한때 바지락을 한국·중국에서 사다 먹던 일본
― 맛의 달인 39
 테츠 카리야 글·아키라 하나사키 그림/이석환 옮김
 대원, 1999.8.3.


“난 이 하천의 은어가 이 나라 안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은어도 이제 곧 사라지고 말아요. 이 하천에서 천연 은어는 사라지고 방류된 은어만 활개치게 될 거예요.” “천연 은어가 사라져 버린다고요? 어째서 그런 일이.” “그건 이 하천이 이제 곧 죽어버리기 때문이죠.” (136∼137쪽)


  한가위나 설 같은 때에는 그야말로 온 식구가 한 자리에 모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해서 갓난아기까지 한 자리에 둘러앉아서 밥 한 그릇을 마주하지요. 밥 한 그릇을 나누면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함께 집안일을 하기도 하고, 집안일을 마치고서 마루나 마당에 나란히 앉아서 다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이때에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할까요? 한가위를 맞이하여 여러 나이에 걸친 온 식구가 모이는 자리에서 어쩌면 새로우면서 남다른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요? 이를테면 ‘4대강 사업’을 놓고서 저마다 뜻이나 생각을 밝혀 볼 수 있고, ‘4대강 사업’ 이야기를 나눌 적에 만화책 한 권을 앞에 놓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고기 말고도 강에서 잡히는 것들이 그렇게 많나?” “새우, 게, 자라 그리고 여러 가지 조개류.” “도시사람들은 죽은 강밖에 본 적이 없어서 강이 이렇게 풍요롭다는 것도 모르고 믿지도 않는다구요.” (146쪽)

“저게 이 하천의 바지락을 전멸시킬 거예요.” “뭐라구요? 저게 이 하천의 바지락을?” “바지락뿐 아니라 은어도 방어도 오월 송어도, 이 하천의 생물을 남김없이 멸종의 길로 몰아넣고 있죠. 이 하천은 죽게 돼요.” “저건, 저기에 보이는, 저 거대한 악의 요새처럼 보이는 건?” “저게 바로 이 하천을 죽이는 원흉이에요. 이 하천 하구 제방!” (158∼160쪽)


  4대강 사업 첫삽을 뜨던 무렵, 이 일을 해야 나라가 살아난다고 여기는 분이 제법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있거나 말거나 너무 바빠서 마음을 못 쓴 분도 무척 많습니다. 이런 일은 예나 이제나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여긴 분도 많았고요.
  오늘날에는 어떠할까요? 2017년을 넘어서려는 이무렵에도 4대강 사업을 ‘잘한 훌륭한 일’이라고 여기는 분이 있을까요?

  이제 거의 모든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나무랍니다.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은 왜 끔찍하거나 무시무시하거나 잘못된 일일까요. 이 대목을 얼마나 짚거나 살피는가를 헤아려 보아야지 싶어요. 옳고 그름을 가려야 하기도 하겠으나, 이보다는 ‘냇물을 흐름을 바꾸거나 막으면서 시멘트를 들이부어 보·제방·둑을 쌓는 일’을 함부로 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를 제대로 알아야지 싶습니다.


“하천이 죽는다고 하는 걸 보니 그 반대운동과 연관 있는 거 아닌가?” “하긴, 세상에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반대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죠.” “우린 반대를 위한 반대 따위를 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의 생활과 생명이 걸려 있습니다.” (162쪽)


  만화책 《맛의 달인》(대원 펴냄)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1권을 1997년에 옮겼고, 2015년까지 111권을 옮겼습니다. 무척 오랫동안 사랑받으면서 깊고 너른 숱한 맛을 다루는 만화책입니다. 그런데 1999년에 한국말로 옮긴 《맛의 달인》 39권을 보면 겉에 “하천을 구하라!!”라는 이름이 붙습니다.

  맛을 찾는 만화에서 뜬금없이 ‘냇물(하천)을 살려라!’ 같은 이름을 왜 붙이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참맛을 찾으려고 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라 한다면, 마땅히 냇물 한살이를 짚을 수밖에 없어요.

  냇물이 죽으면서 냇물에서 살던 모든 목숨붙이가 죽는다면, 냇물고기도 바지락도 민물새우도 모조리 죽을 뿐 아니라, 냇가에서 먹이를 찾는 새도 죽고, 들짐승도 죽습니다. 나무도 함께 죽겠지요. 이때에 사람은 살아날 수 있을까요? 죽은 냇물이 옆에 흐르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목숨을 제대로 건사할 만할까요? 죽은 냇물에 죽은 목숨인데, 죽은 맛 아닌 산 맛을 찾을 수는 없겠지요.


“게다가 어디를 어떻게 보든 막대한 돈이 들 것 같지 않나. 목적이 없어졌으면 당연히 중지해야지.” “보통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겠죠. 하지만 관청의 나리님들은 달라요. 그들은 합리적인 이성으로 움직이지 않죠. 그들을 움직이는 건 선례와 습관, 체면, 그리고 이권입니다. 30년 전 세운 계획이 현 상태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어도 일단 결정한 계획을 실행 않는 것은 관습에 위배되니 전례가 없습니다. 전례에 없는 일을 하면 안 되니까 하지 않죠.” (172∼173쪽)

“이 하구 제방 건설이 강행되어 그 추악한 몰골을 남기면, 후세 사람들은 경멸과 분노를 담아 건설에 관계했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테죠. 봐요, 아직 갈대가 우거진 섬이 남아 있습니다. 야유코 씨, 저건 아주 중요한 것이죠?” “그래요. 갈대섬은 강에 사는 생물들에게 아주 소중한 곳이에요. 새도 물고기도 곤충도 저곳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고 둥지로 삼죠.” (174∼175쪽)


  만화책 《맛의 달인》이 오래도록 숱한 사람들한테서 사랑받는 밑바탕은, 참맛을 찾으려는 살뜰한 마음이나 몸짓이 밴 줄거리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맛을 찾으려고 하면서 참맛에 서린 ‘바람맛·물맛·흙맛·풀맛’을 살피는 손길하고 눈길이 함께 있습니다. 여기에 참맛을 가꾸는 사랑이나 꿈이나 땀방울을 나란히 짚어요.

  아주 오랫동안 은어 방어 송어를 비롯한 숱한 물고기를 맛볼 수 있도록 해 준 냇물이라고 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현대 문명이 들어서고 온갖 공장을 세우며 갖가지 보나 제방이나 둑을 섣불리 쌓으면서 이 모두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리하여 일본이나 세계 여러 나라는 한때 함부로 시멘트를 들이부으면서 망가뜨린 냇물을 살리려고 애씁니다.

  이와 달리 한국에서는 가까운 일본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냇물을 망가뜨렸다가 큰 생채기를 입고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냇물을 되살리려고 애쓰는 몸짓은 안 쳐다보려 했어요. 냇바닥에 시멘트를 들이붓는 짓을 하면서도 ‘4대강 살리기’ 같은 이름을 함부로 썼고, 공무원하고 건설업자가 하는 짓을 사람들한테 거꾸로 알렸습니다. 여기에 한 마디를 덧붙여요.


“물고기도 조개도 사라져 버린다면 그야말로 죽은 강이야.” “무슨 감상적인 소릴 하는 거요! 은어가 대수야! 바지락이 대수냐고! 그까짓 은어야 얼마든지 인공번식 할 수 있잖소! 바지락이 먹고 싶으면 한국이나 중국에서 수입하면 된다구! 그런 것보다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중요하잖소! 강의 치수, 수자원의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구!” (177쪽)


  만화책 《맛의 달인》 39권은 일본에서 1993년에 나왔습니다. 1980년대 끝무렵이나 1990년대 첫무렵 일본에서 냇물을 함부로 망가뜨리던 어설픈 행정을 나무라는 이야기를 낱낱이 다루는데요, 건설업자 대표는 사람들 앞에서 “바지락이 먹고 싶으면 한국이나 중국에서 수입하면 된다구!” 하고 외칩니다. 우리는 이 비슷한 외침을 어디에선가 누구한테선가 익히 들었습니다.

  자, 일본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에서 바지락을 사오면 되겠지요. 그러면 이제 한국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우리도 중국에서 바지락을 사올까요? 아니면 베트남에서? 이다음에 중국이나 베트남은 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냇물을 정갈하게 건사하는 살림이야말로 나라하고 마을을 백 해뿐 아니라 천 해나 만 해나 십만 해나 백만 해를 아름답고 돌볼 줄 아는 몸짓이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도 즐겁고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데, 바로 이 오늘을 앞으로 아이들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백 해도 천 해도 만 해도 정갈하고 사랑스러운 냇물이랑 숲이랑 들이랑 시골이 되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지 싶어요.

  숱한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 골골샅샅 시골로 아이들을 이끌고 찾아갑니다. 모처럼 온 나라 시골마다 북적입니다. 한가위나 설에 즐거이 찾아갈 시골이 한결같이 정갈하며 아름다울 때에 서울사람도 맛나면서 좋은 먹을거리를 넉넉히 누릴 수 있습니다. 이 한가위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서 만화책 한 권이 스무 해 앞서 ‘냇물 막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을 다룬 줄거리를 놓고서 이야기꽃을 피워 보면 좋겠어요. 정갈한 시골하고 아름다운 서울로 나아가는 어깨동무를 슬기롭게 이야기해 볼 수 있기를 빕니다. 2017.10.2.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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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소년 14
시무라 타카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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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25



떠돌며 부딪히며 자라며

― 방랑 소년 14

 시무라 타카코 글·그림/이상은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7.8.25. 5000원



“방금 내 욕 했지?” “다양한 인간이 있다는 얘기였어. 즉, 그게 요시노의 성격이야.” “사오리는 단호해서 좋아. 좋고 싫은 게 분명한 거야.” (19쪽)


“내 말이 맞았구나 싶어서. 요시노는 점점 예뻐질 거야.” “또 그런 말을…….” “당당하게 굴면 더 멋있어.” (72쪽)


“예뻐지고 싶으면 화장하는 법을 배워.” “뭐?” “예쁜 애들도 은근히 노력하고 있어. 네 얼굴이 마음에 안 들면 성형이라도 해.” “그게 부모가 할 소리야?” “투덜대는 것보다 몇 배는 건전하잖아?” (140∼141쪽)


“저도 어차피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딱히 그런 건 아니지만, 마음이 변하는 건 나쁜 일이 아니야.” (182쪽)



  아이들이 이 길을 가고 싶으나 둘레에서는 모조리 막으려는 손짓이어서 헤맴니다. 아이들이 저 길을 걷고 싶으나 옆에서는 자꾸 손사래치는 몸짓이어서 쳇바퀴를 돕니다.


  아이들은 그저 이 길을 가 보고 싶습니다. 이 길이 맞든 틀리든 스스로 가 보고 나서 몸으로 새롭게 겪어 보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저 길을 걸어 보고 싶습니다. 힘들어도 좋고 안 힘들어도 좋습니다. 아직 느끼지 못한 즐거움하고 재미를 찾아서 온갖 길을 온마음으로 맞아들이고 싶습니다.


  배우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하나하나 배워서 새롭게 짓고픈 아이들이에요. 나누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나 스스로 사랑하면서 이웃하고 동무를 함께 사랑하는 꿈을 키우고 싶은 아이들입니다.


  이리하여 이 아이들 이야기가 《방랑 소년》입니다. 부딪히면서 자랍니다. 넘어지면서 자랍니다. 해 보고 또 해 보고 다시 해 보면서 자랍니다. 아이들이 해 보고 싶은 일을 막을 까닭이 없습니다. 씨앗 한 톨을 심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가지를 뻗을 수 있도록 아이들한테 자리를 내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래야 하거나 저래야 하지 않아요. 사내니까 이래야 하지 않습니다. 가시내니까 저래야 하지 않습니다. 아이 나름대로 품은 즐거운 꿈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짚어 주는 어른이면 됩니다. 아이 스스로 바라는 기쁜 사랑을 마음으로 가꿀 수 있는 살림을 보여주면서 길벗으로 함께 걷는 어른이면 됩니다. 2017.9.29.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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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8 -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히가시무라 아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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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24



투덜짓을 멈추면 돼

―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 8

 히가시무라 아키코 글·그림

 최윤정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7.7.25. 4500원



‘아아, 그래. 그 녀석은 우리에게 심술을 부렸던 게 아니야. 정말 화를 냈던 거야. 우리가 술 마시며 푸념이나 늘어놓으니까. 불평만 해대니까. 그랬구나.’ (17쪽)


“당신은 지금, 나와, 내 소중한 친구들을 모욕했어. 우린 멍청하고 유치한 중딩 군단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갖고 재밌어 하는 인간은 아니야.” (57쪽)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해서 내내 그 상처를 끌어안고는, 후회와 망상만 늘어놓으며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이 후회망상남!” (70∼71쪽)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투덜대는 짓만 하는 사람을 코앞에서 볼 적에 어떤 마음이 될까요? 투덜짓을 하는 사람이 하루이틀이 아닌 열 해가 넘도록 이 짓을 이어간다면 이 모습을 코앞에서 보는 사람으로서 어떤 생각을 할 만할까요?


  처음에는 이 투덜짓을 나 혼자 하는 줄 알았더니 나한테 지청구나 꾸지람을 하는 사람도 똑같이 늘 투덜짓을 해 온 줄 알아챈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너도 투덜짓을 하니까 에헤라 좋아라 하고 투덜짓을 그대로 이을까요? 네가 하는 투덜짓을 바라보면서 ‘내가 저랬단 말야?’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곧장 투덜짓을 그칠 수 있을까요?


  만화책 《도쿄 후회망상 아가씨》는 권마다 끝없이 널을 뛰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만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늘 널을 뛰지만, 누구보다 이 만화를 그리는 아주머니부터 널을 뛰겠지요. 그리고 이 널을 뛰는 마음을 우리가 새삼스레 느끼고, 즐겁게 바라보면서, 차근차근 거름으로 삼자고 하는 뜻이 가만히 흐르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이제껏 널뛰기 같은 살림하고 삶을 걸어온 만화가 아주머니로서 ‘널뛰기가 꼭 잘못이라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그동안 해 온 널뛰기로 무언가를 배우자는 마음으로, 늦은 나이란 없다는 마음으로, 투덜짓을 멈추고 웃음짓이 되어 보자는 이야기를 만화에 담고 싶구나 하고 느낍니다.


  여덟 째 권에 이르러 ‘후회망상’은 아가씨만 하지 않고 아저씨도 하고 젊은 사내도 한다는 대목을 또렷하게 외칩니다. 제발 우리 후회망상을 그치고 즐겁게 살자는 외침말이 흐르니, 다음 권에서는 어떤 널뛰기가 나올까 궁금합니다. 2017.9.25.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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