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야샤 7
다카하시 루미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733



아직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

― 이누야샤 7

 타카하시 루미코 글·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02.4.25. 4500원



“철쇄아는 인간을 지키는 검이라 들었습니다. 본디 당신처럼 완벽한 요괴는 다룰 수 없는 검이라고.” “훗! 네놈은, 이누야샤를 미워한다 했지? 이누야샤를 죽이기 위해, 나를 이용하겠다는 말이냐?” “예.” (14쪽)


“이누야샤, 너는 철쇄아를 쓰는 법을 전혀 모르는구나.” (29쪽)


“뭘 하는 거야, 이누야샤!” “시끄러.” “우물울 부수면 카고메가 못 돌아오게 되잖아! 이누야샤는 카고메를 다시 못 만나도 좋아?” “쳇! 그 녀석이 있으니까 마음 놓고 싸울 수가 있어야지.” (119쪽)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서로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마음은 말로만 드러내지 않습니다. 눈빛이나 낯빛으로도 드러내요. 몸짓이나 손짓으로도 드러내지요.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드러내면 서로 한넋으로 거듭납니다. 말을 하더라도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면 서로 겉돌아요.


  우리가 서로 겉으로만 바라본다면 서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반요괴인 이누야샤는 사람인 카고메를 데리고 다니면서 싸움을 하기 어렵다고 여길 만해요. 카고메는 하늘도 못 날고 달리기가 빠르지 않은데다가 한 번 다치면 잘 안 나아요. 주먹힘이 세다거나 뭔가 대단한 솜씨도 없는 듯합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이누야샤가 저 스스로도 아직 모르는 힘을 끌어낼 수 있는 바탕을 생각할 수 있다면, 카고메가 곁에 있고 없고 하는 대목이 얼마나 큰가를 제대로 알 테지요. 이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기에, 서로 마음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기에, 겉도는 몸짓으로 하루하루 지내기에, ‘이렇게 해야 너를 아끼는 길’이라고 여기는 대목이 자꾸 부딪히거나 엇갈립니다.


  말도 말이기에 말을 해야 합니다만, 아무 말이나 하지 말고 마음을 환하게 드러내는 말을 제대로 가리고 살펴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아이는 이리 부딪히고 저리 넘어지면서 차근차근 마음을 배우는 길을 나섭니다. 2017.10.25.물.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 - 15년 만의 재취업 코믹 에세이
노하라 히로코 지음, 조찬희 옮김 / 꼼지락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732


“어? 밥을 어떻게 하는 거지?”
― 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조찬희 옮김
 꼼지락, 2017.4.10. 11000원


  만화책 《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꼼지락, 2017)를 읽으며 첫 대목부터 눈썹을 움찔합니다. 어쩜 일본이든 한국이든 ‘아저씨가 하는 말’은 비슷하고, 이런 아저씨 말을 듣다가 하소연을 하는 아주머니 말도 비슷하구나 싶어요.


“애들 어리광 부리는 것도 지금뿐이라구. 엄마가 가장 필요할 때가 지금이잖아.” “하지만, 나도 밖에서 일하고 싶단 말이야.” (7쪽)

“엄마는 왜 일을 안 해? 다른 엄마는 일하던데.” “엄마가 일하러 가면 너 외롭잖아.” “글쎄, 안 그럴걸. 나 가난하니까 엄마도 일하면 어때?” “무슨 소리니! 엄마가 하루 종일 뒹굴거리는 줄 알아? 빨래하지 청소하지 밥도 해야지 장도 보러 가야지, 얼마나 바쁘다구! 게다가 엄마가 밖에 일하려면 가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11쪽)


  만화책 《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에 나오는 ‘엄마’는 두 아이를 낳아서 돌보는 열다섯 해 동안 집살림하고 집일을 도맡았다고 합니다. 아이를 낳고서도 바깥일을 하고 싶었으나, 아이 아버지인 아저씨가 “애들 어리광”을 어머니가 받아 주어야 하지 않느냐며 달랬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아이 아버지는 열다섯 해 동안 집 바깥에서 돈을 버는 일만 한 채, 집살림이나 집일은 하나도 모르면서 살았대요. 더욱이 두 아이도 열다섯 해에 걸쳐 자라는 동안 집살림이나 집일은 ‘그저 어머니가 맡아서 할 뿐’으로 여겼다고 합니다.


‘내가 살림의 여왕이라고? 아이들을 계속 포기시킨 건 아니고?’ (18쪽)

“다녀왔어.” “어서 와.” “늦게 왔네.” “아, 배고파.” “엄마, 내 신발 좀 빨아 줘.” …… ‘오늘 저는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마음속 어딘가에서 꿈을 꾸었습니다. ① 알아서 적당히 먹고 있다. ② 남편이 밥을 하고 있다.’ (75쪽)

“밥 좀 해놓지 그랬어! 신발 같은 건 직접 빨아 신어!” “어? 밥을 어떻게 하는 거지?” “신발은 어떻게 빠는 거지?” “나, 부엌에 들어가도 돼?” (77쪽)


  가만히 돌아봅니다. 온누리에서 가시내가 집에서 집살림하고 집일을 도맡는 동안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요? 어머니가 집일을 하든 아버지가 집일을 하든 대수롭지 않아요. 아이들은 집에서 무엇을 배우나요? 아이들은 집에서 함께 밥을 짓거나, 함께 빨래를 하거나, 함께 비질하고 걸레질을 하거나, 함께 집안을 치우는가요? 아이들은 앞으로 새로운 살림을 짓는 길을 집에서 저마다 슬기롭게 배우는가요?

  우리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시험 공부만 시킬 뿐, 정작 아이들이 밥을 짓거나 빨래를 하는 아주 조그마하면서 마땅히 익혀 둘 일조차 못 가르치는 살림일는지 모릅니다. ‘어른인 어머니가 집일에 얽매이는 얼거리’가 평등이나 평화하고 어긋나는 줄은 알더라도, 정작 이 반평등이나 불평등 얼거리를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가를 아이들이 못 배울는지 몰라요.


“15년 만이란 게 어떤 건 줄 알아? 나만 빼고 다 바뀌었어! 전에는 여기에서 나오던 프린트가 저쪽에서 나오지를 않나, 젊은 애들 옷이 오렌지색인 건지 안 빨아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어린 직원한테 혼나야 하고, 못하는 나를 받아들여야 하고, 잠들어 있던 뇌를 억지로 깨워야 해. 15년 동안 집에 있던 주부가 15년 만에 밖에 나가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건 줄 알앗! 다른 아내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지금 당장이 힘들단 말이야!” (80∼81쪽)


  만화책 《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는 집에서만 일하고 살다가 열다섯 해 만에 집 바깥으로 나온 아주머니 이야기를 차분히 들려줍니다. 모두 새로 배워야 할 뿐 아니라, 몸이나 마음이 잘 따라 주지 않기에 꾸지람이나 지청구를 늘 바깥에서 들으며 녹초가 되는데, 집으로 돌아와 보면 식구들이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이 엄청난 짐을 어깨에 짊어지면서 꽝 하고 터지는 모습까지 낱낱이 보여줍니다.

  이 만화를 함께 보는 이웃님이라면, 또는 마흔이나 쉰이나 예순이라는 나이에 ‘나(집일만 해 온 여자)도 바깥일을 해 보겠다’고 나서는 이웃님이라면, 이처럼 집 바깥으로 나오는 분을 아는 이웃님이라면, 우리는 가만히 헤아려 보아야지 싶어요. 이렇게 바깥일하고 집일을 함께 짊어지기 어렵다면 바깥일은 안 하면 그만일까요? 아니면 사회도 달라지고 집식구도 달라져야 할까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집살림하고 집일을 거뜬히 맡아서 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아이들도 나이랑 몸에 맞게 집살림하고 집일을 차근차근 물려받고 배울 수 있어야지 싶어요. 어느 날은 아이들끼리 밥을 지어서 차릴 수 있습니다. 어느 날은 아버지 혼자 집일을 도맡아서 할 수 있습니다. 또 어느 날은 어머니 혼자 집일을 살뜰히 할 수 있을 테고요. 다만 온 집식구가 집살림하고 집일을 ‘우리 일’이나 ‘우리 살림’으로 여기는 마음이어야 하겠지요.


“죄, 죄송합니다. 바쁜 때에 하필.” “아이가 어리니 어쩔 수 없지. 우리도 모두 어린애 키워 봤잖아. 어서 가 봐. 애기가 엄마를 얼마나 찾겠어.” ‘인생 선배이기도 하고, 육아 선배이기도 하다.’ (139쪽)


  바람이 한 줄기 붑니다. 열다섯 해 만에 바깥바람을 쐬면서 ‘집에서 일하는 보람’을 곁님하고 아이들한테도 물려주는 아주머니가, 그동안 곁님만 느끼던 ‘바깥에서 일하는 보람’을 조용히 누립니다. 마흔 줄을 넘긴 아주머니는 청소하는 일을 맡았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해 보다가 이녁한테 가장 즐거우면서 홀가분하고 후련한 바깥일은 청소였다고 해요.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 마흔 줄 넘긴 아주머니는 함께 청소 노동자로 있는 분들이 하나같이 예순이나 일흔 줄을 훌쩍 넘긴 분들이라, 이분들, 그러니까 할머니 청소 노동자한테서 삶과 살림을 비롯한 여러 가지를 새롭게 지켜보고 배운다고 해요.

  우리는 집에서 살림하고 일하는 동안 아이를 돌보면서 아이하고 얽힌 새로운 길을 배운다고 할 수 있어요. 집 바깥으로 나가서 바깥일을 할 적에는 마을이나 사회를 이루는 숱한 이웃을 마주하면서 이웃님이 오랜 나날에 걸쳐서 몸이랑 마음으로 익힌 슬기나 삶을 배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엄마, 오늘부터 일하러 갑니다” 하고 외치는 아주머니는 그저 돈을 벌려고 바깥일을 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돈도 어느 만큼 벌려는 뜻이 있을 테지만, 이에 못지않게 새로운 이웃을 만나고 새로운 ‘인생 선배’를 만나면서 오늘 이 삶을 새롭게 즐기는 길을 찾고 싶은 뜻이 있지 싶어요. 한동안 아주머니네 식구들은 “어? 밥을 어떻게 하는 거지?” 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는데, 어느새 저마다 밥도 빨래도 청소도 이럭저럭 해내는 몸짓으로 거듭났다고 해요. 이 어여쁜 평화로움이 우리 사회 곳곳에 따사롭게 퍼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17.10.24.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그대에게 3
오이마 요시토키 지음, 김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731



어떤 너로 살고 싶니

― 불멸의 그대에게 3

 오이마 요시토키 글·그림

 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7.8.31. 5500원



“아아, 걔, 린이란 이름이구나. 다행이다. 살았나 봐.” (18쪽)


“모른다는 건 어찌 보면 행복인지도 모르겠다. 절망하지 않아도 되니까.” (31쪽)


“네가 그렇게 풀이 죽어 있는 시간은 너라는 인간을 한층 더 깊은 맛을 지닌 인간으로 만들어 줄 소중한 시간이라 이거다.” (44쪽)


“네가 괴물이든 인간이든, 난 어느 쪽이든 상관없거든. 생각해 봐. 어느 쪽이든 다 너잖아? 모든 걸 드러내고 있는 너나, 꼭꼭 감추고만 있는 너나, 난 어느 쪽이든 다 이상하고 다 좋은데 말이야. 그게 너. 너는 너야.” (128쪽)



  제대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마음이 아플 수 있어요. 그런데 제대로 들여다보며 마음이 아픈 터라, 이 아픔을 씻거나 털려고 일어설 수 있지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을 적에는 아픔도 살짝 비껴서거나 먼발치에서 볼 뿐이라, 정작 제대로 아프지 않기 마련이니, 이 아픔을 씻거나 털어서 일어날 마음을 끌어내지 못하곤 합니다.


  다시 말해서 아플 적에 아픔을 볼 수 있는 마음이어야, 기쁠 적에 기쁨을 볼 수 있어요. 슬플 적에 슬픔을 또렷이 마주할 수 있는 몸짓이어야 즐거울 적에 즐거움을 한껏 북돋울 수 있어요.


  만화책 《불멸의 그대에게》 셋째 권에서는 ‘아픔’하고 ‘나(너)’라는 두 가지를 맞대면서 어떻게 마주하려 하는가를 묻습니다. 그저 비껴서거나 물러서거나 달아낼 생각인지, 아니면 씩씩하게 맞붙어서 스스로 새롭게 일어서려 할 생각인지 물어요.


  우리는 어느 길을 가면 될까요? 우리는 어느 길에 서며 즐거울까요? 오늘은 좀 고되거나 벅찰 수 있어요. 눈치를 받으면서 괴로울 수 있어요. 그렇지만 자꾸 꺼리거나 등을 돌리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나아갈 아름다운 새길을 못 보거나 못 만날 수 있습니다.


  나를 바로보고 내 이름을 바로 말합니다. 나를 아끼고 내 삶을 가꿉니다.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우리는 죽지 않아요. 2017.10.21.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재 유교수의 생활 21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730



기쁘게 배워서 좋아하는 길로

― 천재 유교수의 생활 21

 야마시타 카즈미/신현숙 옮김

 학산문화사, 2003.11.25.



“아저씨 얼굴을 잊지 않겠어. 언젠가 아저씨한테서도 소중한 걸 빼앗고 말 거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꼬마야. 공교롭게도 내겐 소중한 게 없단다.” (13쪽)


“모든 것은 계기입니다. 획일적이어 보이는 공부도 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짧은 만남을 통해 개개인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22쪽)


“루돌프 애그리콜라가 날 흡수하고 싶다면 얼마든지 흡수시켜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저처럼 된 애그리콜라는 보고 싶지 않아요.” (58쪽)


“아이디어를 스스로 생각해 봐. 장난감이든 생필품이든 상관 없어. 우리 중에서 가장 큰 수요가 있었던 물건이 세상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거야.” (77쪽)



  배울 수 있는 사람하고 배울 수 없는 사람은 한 가지가 다르지 싶어요. 배울 수 있는 사람은 이 땅에서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어요. 배울 수 없는 사람은 이 땅에서 산다고 하더라도 산 목숨 아닌 죽은 목숨하고 닮아요. 삶을 노래하고 웃으면서 즐거운 마음이 되는 사람은 스스로 씩씩해요. 삶을 노래하지 못하거나 웃지 못하는 사람은 즐겁지 못한 나머지 스스로 씩씩하지 않습니다. 다만 즐겁지 못하더라도 스스로 단단할 수는 있겠지요.


  어느 모로 본다면 스스로 찬피짐승처럼 살더라도 안 배우지는 않아요. 스스로 마음을 차갑게 닫아 버리니 배울 수 없거나 배우지 않는다는 모습을 배우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스스로 더운피짐승인 줄 알아챌 수 있다면, 늘 뜨겁게 타오르거나 샘솟으면서 기운을 차리는 숨결인 줄 생각할 수 있다면, 날마다 하나씩 배울 수 있어요. 배우는 사이에 일어설 수 있고, 일어서면서 기지개를 켤 수 있습니다. 작은 실마리 하나를 찾아내어, 이 작은 실마리에서 삶을 이루는 바탕이나 삶을 짓는 밑틀을 새롭게 살릴 만해요.


  《천재 유교수의 생활》 스물첫째 권에서는 전쟁 뒤에 와르르 무너진 터전에서도 배움이라는 끈을 가늘고 단단히 붙잡으면서 차근차근 새로 배우자고 하는 마음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아이들이 나옵니다. 빛도 어둠도 무엇인지 볼 수 없는 까마득한 수렁에서 뒹굴기만 하다가, 이렇게 뒹굴더라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수렁을 물놀이터로 바꾸는 길을 저마다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는 대목을 배우지요. 2017.10.1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귀야행 19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1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만화책 즐겨읽기 728



반딧불이 이야기를 돌아보다

― 백귀야행 19

 이마 이치코 글·그림

 한나리 옮김

 시공사 펴냄, 2011.2.10. 4000원



“겨울의 반딧불은 애인에게 미련이 남은, 죽은 이의 영혼이래. 사랑하는 상대가 안 보여서 여름이 끝나도 이승을 뜰 수 없어 이승을 헤매는 거라 하더구나.” (24쪽)


‘아빠가 살아 있는 게 맞다면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이렇게 어린애가 대체 무슨 업을 짊어지고 있는 걸까.’ (73쪽)


“슬픈 감정을 떨치지 못하면, 당신과 같은 감정을 품고 있는 성불하지 못한 영혼들이 동조해서 따라와 버리고 말아요.” (122쪽)


‘무서워하지 마라, 리쓰. 무서워하면 더 달려든단다. 하지만 두려워하는 마음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139쪽)



  가을이 깊은 어느 날 반딧불이 한 마리가 방에 들어온 적이 있어요. 커다란 반딧불이가 어느 틈을 비집고 들어왔는지 깜짝 놀랐어요. 이 아이를 안 다치게 하면서 내보내고 싶었으나 어느새 구석진 곳으로 숨어서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방으로 들어오는 벌레가 제법 많습니다. 시골이라 벌레가 많을 수 있어요. 이 벌레도 저 벌레도 어느 틈인가 찾아내어 들어옵니다. 풀벌레를 방이나 마루나 부엌에서 만나면 으레 말을 걸어요. 얘야, 여기는 너희가 살 만한 곳이 아니란다. 너른 풀밭으로 돌아가렴.


  풀벌레는 처음 비집고 들어온 틈을 다시 찾아내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사람들 살림집이 궁금해서 들어온 풀벌레는 다시 너른 풀밭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백귀 야행》에서 리쓰네 어머님이 리쓰한테 반딧불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반딧불이하고 얽혀 저런 옛이야기가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리한테는 어떤 반딧불이 이야기가 있을까요? 우리 옛사람은 반딧불이를 바라보면서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요?


  반딧불이를 보기는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맑게 흐르는 냇물을 곁에 둔 마을이나 집에서 살면 반딧불이를 쉽게 만나요. 이와 달리 맑은 냇물이 없거나 시멘트랑 아스팔트만 가득한 곳에서는 반딧불이를 못 만나요.


  반딧불이를 비롯한 숱한 목숨을 가까이에서 이웃으로 두기에 이 숱한 목숨하고 사람이 얼크러진 이야기가 자랍니다. 사람은 숱한 목숨을 아끼고, 숱한 목숨도 사람을 헤아리면서 저마다 삶을 지어요. 오늘날 우리는 스스로 어떤 이야기를 지으면서 아이들한테 어떤 이야기를 남길 만한 모습인가 하고 새삼스레 돌아봅니다. 2017.10.14.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