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루네코 4
쿠루네코 야마토 글.그림, 박지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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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61



고양이랑 있으면 되네

― 쿠루네코 4

 쿠루네코 야마토/박지선 옮김

 중앙북스, 2010.5.12.



2월 22일은 고양이의 날이라지만, 굳이 따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86쪽)



  만화책 《쿠루네코 4》(쿠루네코 야마토/박지선 옮김, 중앙북스, 2010)을 읽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집고양이를 아끼는 마음을 고이 읽을 만합니다. 따로 고양이날이 없어도 한 해 내내 고양이날이라 할 만한 이야기가 흐릅니다. 이 만화책에는 다른 이야기는 없습니다. 일을 하고 느긋이 쉬고 밥을 먹고 살림을 하고 마실을 다니는 동안 이 고양이를 그리는 마음을 들려줍니다.


  한 마디로 ‘고양이랑 있으면 되네’ 하는 줄거리입니다. 더 갖추려 하지 않고, 더 줄이려 하지 않습니다. 꼭 이만큼이면 넉넉한 하루라고 합니다. 오늘 여기에서 즐겁게 살아가려고 할 적에는 바로 이만큼이면 된다고 합니다. 2018.3.22.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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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원으로 즐기는 혼밥 한 달 생존기 - 기본편 혼밥 한 달 생존기 1
오즈 마리코 지음, 김혜선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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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60


‘혼밥’을 넘어 ‘혼밥살림’으로
―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
 오즈 마리코/김혜선 옮김
 숨쉬는책공장, 2018.2.12.


포근포근한 단호박의 달콤한 맛에 밥이 술술! 그러고 보니 최근에 할머니를 찾아뵀을 때 ‘마리코도 이 맛을 아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셔서, 집밥을 만들어 먹으며 비로소 감사의 마음을 깨달았어요. (33쪽)


  혼자 먹어도 밥이고 함께 먹어도 밥입니다. 여럿이 둘러앉아서 먹으면 여러 사람이 곁에 있구나 하고 느끼고, 혼자 밥상맡에 앉아서 먹으면 비록 사람은 나 하나라 하더라도, 내 한끼에 깃든 먹을거리를 지은 손길을 조용히 돌아볼 수 있습니다.

  도시락을 싸서 일터나 골짜기에서 홀로 한끼를 잇는다면, 이때에도 나를 둘러싼 뭇사람 손길이라든지 마음을 가만히 느껴 볼 만해요. 여럿이 둘러앉아 먹기에 이야기를 하는 밥차림이라면, 혼자 조용히 먹기에 나를 둘러싼 삶을 되새기는 밥살림이지 싶습니다.


가계 운용과 절약에 대한 책도 다양하게 읽고 몇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예산은 만 원권이 관리하기 쉽다. 매월 1일에 일반 식비용 10만 원을 만 원권 10장으로 찾아온다. 외식비는 별도로 10만 원. 일주일마다 2만 원씩 클립으로 집어 둔다. 일주일 동안 쓸 2만 원만 지갑에 넣어 둔다! 일주일간 사용할 식비가 한눈에 보여서 계획을 짜기 수월해요! (50쪽)

예산을 정한 탓에 생활이 빡빡해지는 건 싫은데, 하고 생각했지만 어쩐지 전보다 자취 생활을 느긋하게 즐기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한 달 총식비 20만 원 생활, 예상보다 즐겁답니다! (53쪽)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오즈 마리코/김혜선 옮김, 숨쉬는책공장, 2018)은 한국말로 ‘생존기’로 옮겼습니다만, ‘살아남는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살림한다’는 뜻이 걸맞으리라 느낍니다. 지은이 스스로 ‘이렇게 아무렇게나 먹으며 살면 안 되겠다’고 여기면서 ‘혼자 밥을 차려 먹어도 제대로 먹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이야기가 흘러요. 돈을 아끼는 길도 좋지만, 이보다는 지은이 스스로 제 몸을 아끼면서 즐거이 돌보는 길을 걷고 싶은 줄거리라고 할 만합니다.

  다달이 한국돈으로 10만 원쯤으로 먹을거리를 장만하고, 다달이 10만 원쯤은 홀가분하게 바깥밥을 사다 먹기로 꾀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만큼으로 될까 걱정스러웠다지만, 정작 한 달 두 달 지내면서 이레에 2만 원씩 다달이 10만 원으로 잡은 ‘집밥 살림돈’은 넉넉했다고 합니다.


시판 드레싱은 듬뿍 끼얹게 되어서 칼로리가 걱정되어요. 게다가 꼭 조금씩 남아서 몇 종류씩 이렇게 유통 기한을 넘기게 되죠. 병에 담겨 있어서 버릴 때도 품이 들고요. 간단하게 샐러드를 먹고 싶을 뿐이건만! 그래! 직접 만들어 보자! (80쪽)

자르고, 굽고, 간 보고, 30분 만에 완성! 뚝딱뚝딱 요리하고 나면 엄청난 성취감이!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단시간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자신을 위한 요리는 어느새 제 삶의 일부분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85쪽)


  지난날에는 어버이가 아이한테 밥살림을 고스란히 물려주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아이가 어버이한테서 밥살림을 물려받기 만만하지 않습니다. 여덟 살 즈음부터 학교에 들면, 학교 다니기에 바빠서 작은 집안일 하나 거들기도 쉽지 않거든요. 중학교나 고등학교쯤 다니고 보면 입시공부에 지쳐서 어버이가 맡는 밥살림을 함께할 틈을 못 내기 일쑤예요.

  《혼밥 한 달 생존기, 기본편》에도 지은이 이야기로 잘 나옵니다만, 어릴 적부터 대학교에 들기까지, 또 대학교를 마친 뒤로도, 우리는 저마다 너무 바쁘거나 바깥일에 매인 나머지 밥살림을 어버이한테서 배우자는 생각을 못 하곤 해요. 이러면서 막 먹는 길로 접어들어요.

  이 만화책 지은이는 ‘이래서는 살아남지 못하겠다’고 여겨 ‘혼살림’ 이야기를 ‘살아남기(생존)’라는 이름을 붙여 보았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 놓치고 사는 줄 스스로 느꼈을 테니까요.


지난해 4월, 일 때문에 바빴을 때, 여기까지 해치우고 나면 셀프 포상으로 근사한 디저트를 먹으러 갈 거야! …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을 정해 놓으면 일할 맛이 납니다. (119쪽)


  즐겁게 혼살림을 가꾸면서 혼밥을 먹다가, 때때로 즐겁게 바깥밥을 스스로 선물한다고 합니다. 이른바 엿새쯤 신나게 혼밥을 지어서 먹고, 하루쯤 바깥밥을 누린다고 할까요. 지은이는 지난날 딱히 살림표를 마련하지 않고 살 적에는 날마다 바깥밥을 먹어도 속이 메스껍고 몸은 고단했다는데, 혼밥살림을 지으면서 ‘스스로 선물하듯 바깥밥을 누리는’ 이즈음 몸이 무척 튼튼하게 달라졌을 뿐 아니라 더 기운이 나서 일이 잘 된다고 해요.

  혼밥일 수도 있으나 집밥일 수 있어요. 혼밥이라는 이름이지만 혼살림이기도 해요. 밥으로 짓는 살림길을 걸어가면서 새삼스레 느끼는 맛이기도 합니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나 할머니가 차려 주시는 밥’을 맛투정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지만, 이제는 그 어릴 적 누린 맛이 얼마나 기쁘며 고마운가를 시나브로 느낀다고 합니다.

  ‘혼밥’이라는 말에 ‘혼밥살림’처럼 한 마디를 덧달아 봅니다. ‘혼밥짓기’나 ‘혼밥살림짓기’처럼 새로운 말도 덧달아 봅니다. 고작 말 한 마디 덧달 뿐이지만, 느낌부터 다르고 우리 하루도 새로울 수 있으리라 여겨요. 2018.3.19.달.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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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2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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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58



좋아한다면 거짓말 안 해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2

 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10.23.



‘아차! 내가 뭘 술술 다 부는 거야? 이런 소릴 했다간 공부 방해할 게 뻔한데!’ (25쪽)


“아니, 맨날 골탕 먹이면서 왠지 오늘은 나한테 잘 해 주네 싶어서.” “아아. 아니, 내가 맨날 수업 시간에 니시카타 골탕 먹였잖아. 그래서 니시카타 성적이 떨어지면 미안하다 싶어서.” (32∼33쪽)


“뭐, 뭐야?” “음, 그냥. 아까부터 계속 서로 쳐다보고 있네 하는 생각이 든 것뿐이야” (48∼49쪽)


“바위 낼 거라고 했잖아. 난 니시카타한테 거짓말 한 적 없다고 하잖아.” (77쪽)



  좋아하는 사람한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거짓말을 하려고 든다면 이내 얼굴이 벌개지거나 말을 더듬겠지요. 못할 짓을 하려 드는 줄 스스로 뻔히 느끼기 때문입니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2》(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우리는 아무한테나 장난을 안 치기도 하지만, 거짓말도 아무한테나 섣불리 못 해요. 더더구나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라면.


  한국 사회가 처음부터 남성 가부장 권력이 드세었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이씨 사내를 내세운 조선 즈음부터 차곡차곡 쌓이다가 일제강점기에 크게 불거졌고, 해방을 맞이한 뒤에 군사독재가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그만 주먹힘이나 이름힘이나 돈힘이나 자리힘으로 내리누리는 흐름이 널리 퍼졌어요. 이제 온나라는 촛불힘을 바탕으로 삼아 작고 낮은 목소리를 밀물결처럼 냅니다. 여태 짓밟히거나 억눌린 목소리가 하나둘 터져나옵니다.


  우리는 작고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이러면서 앞으로 우리가 쌓을 새로운 ‘남녀 사이’를 헤아려야지 싶습니다. 남녀 사이뿐 아니라, 이웃 사이를 새로 헤아려야 할 테지요. 위아래 아닌 어깨동무를 헤아릴 노릇이요, 힘으로 윽박지르거나 밀어붙이는 길이 아닌, 서로 아낄 줄 아는 마음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는 좋아하는 마음을 가벼운 장난으로, 놀이로, 어울림으로 드러냅니다. 장난질을 받는(이러면서 늘 장난질을 맞받아치는) 니시카타는 ‘늘 나만 골탕을 먹고 타카기한테는 하나도 안 먹히네’ 하고 여기는데, 어느 날 문득 ‘서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타카기한테 다가설’ 수 있다면, 이때에는 흐름이 뒤집어지리라 봅니다. 어떤 마음으로 마주하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집니다. 2018.3.18.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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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 4
아오야마 고쇼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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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53



똑같이 물들다

― 명탐정 코난 4

 아오야마 고쇼/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7.3.15.



“모르겠습니까? 저 그림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를……. 악마는 정의의 기사의 손에 매장되지만 그 사악한 피를 뒤집어쓴 기사는, 머지않아 악에 물들어 간다는 뜻을 지니고 있지요. 이유야 어쨌든 나는 살인자. 나도 악마가 되어버린 겁니다. 그 증거로 순수하고 작은 정의의 눈을 속이지 못했습니다.” (50∼51쪽)



  《명탐정 코난 4》(아오야마 고쇼/이희정 옮김, 서울문화사, 1997)을 읽습니다. 넷째 권도 처음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온갖 일이 흐릅니다. 이러다가 오랜 미술관을 둘러싼 이야기에서 살그마니 숨을 돌려 할아버지 한 분이 삶이란 무엇인가를 밝힙니다. 악마를 물리친, 아니 악마를 죽은 착한 싸울아비는 악마가 흘린 피를 뒤집어쓰면서 시나브로 악마하고 똑같이 물든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거꾸로 말하자면, 악마를 악마로 여기지 않고 이웃이나 동무로 여긴다면, 악마는 어느새 이웃이나 동무가 베푸는 숨결이나 빛을 받아서 악마다움을 모조리 녹여 없앨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어느 쪽으로든 물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느 길로든 갈 수 있습니다. 스스로 바라는 대로 생각하거나 느끼면서 나아갑니다. 이를 제대로 짚을 줄 안다면 죽이거나 죽는 쳇바퀴가 아닌, 아끼며 보듬는 사랑으로 가겠지요. 2018.3.13.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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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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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57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테 장난을 칠까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

 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8.31.



‘날이면 날마다 날 골탕먹였겠다. 오늘은 반드시 내가 타카기한테 골탕을 먹여 줘야지.’ (7쪽)


‘웃기려는 상대한테 어떡하면 웃길지 지도를 받고 있다니, 어쩐지 굴욕적이야.’ (47쪽)


“어쩐지 조용한 교실에 단둘이 있으면 말이야,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 안 들어?” (100쪽)


“그럼 별로 안 아픈가 봐.” “응.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그럼 골탕 먹여도 되겠네?” (134쪽)



  마음에 안 드는 사람한테 장난을 치는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우리 장난에 발끈한다면 무슨 일을 치를는지 모르겠지요. 누가 누구한테 장난을 친다면 그이를 마음에 둔다는 뜻이지 싶어요. 같이 놀고 싶으니까 장난을 겁니다. 같이 놀면서 하루를 즐겁게 누리고 싶어서 장난을 합니다. 아무한테나 장난을 부리지 않아요.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1》(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에 나오는 두 사람을 가만히 보면, 두 사람은 서로 좋아합니다. 한쪽은 좋아한다는 뜻을 서슴없이 밝히고, 다른 한쪽은 좋아한다고 느끼면서도 이를 못 밝힐 뿐 아니라, 좋아하는지 마는지도 아리송하다고 여깁니다.


  곰곰이 본다면, 한쪽은 일찌감치 철이 들었고, 다른 한쪽은 아직 철이 들려면 한참 멀었다고 할 만합니다. 한쪽은 자그마한 장난질로 찬찬히 가까워지는 길을 걷는다면, 다른 한쪽은 이 장난질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읽어낼 낌새가 없습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장난질이 싫거나 미울 수 있는데, 아주 짓궂게 놀리지는 않아요. 한쪽 아이가 거는 장난을 곰곰이 보면 대수롭지 않습니다. 속임짓도 없습니다. 가만히 바라보면 뻔히 알 수 있는 장난이고, 홀가분하게 마주하면 속을 일이란 없이 즐겁게 웃으면서 함께 놀 만한 장난이에요. 2018.3.11.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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