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깔모자의 아틀리에 1
시라하마 카모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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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64



그릴 수 있는 꿈이 마법

― 고깔모자의 아틀리에 1

 시라하마 카모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1.25.



“굉장한 집중력이군. 솜씨도 좋고. 정확하고 치밀하고 흔들림도 없어. 이 마을에 이렇게 굉장한 장인이 있었다니. 이거야말로 마법이군.” (19쪽)


“코코는 이담에 크면, ‘세계를 물들이는’ 마법사가 될 거야!” “그건 안 돼.” “왜에?” “마법의 힘을 갖고 태어난 사람이 아니면 될 수 없어.” (24∼25쪽)


‘마법을, 펜으로? 그렇구나. 마법은 거는 게 아니라, 그리는 거야.’ (39쪽)


“외우기만 한 것은 결국 잊어버리지. 하지만 이해하고 표현한 말은 네 몸에 배어드는 거야. 이해를 하면 응용을 할 수 있고.” (115쪽)


‘엄마 일을 도우려고 배운 것이, 마법에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 (161쪽)



  만화책 《고깔모자의 아틀리에 1》(시라하마 카모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8)는 마법을 쓰는 사람이 되고픈 아이가 어떻게 마법사가 되는 배움길에 나서는가를 찬찬히 들려줍니다. 이 만화책에 나오는 마법사는 마법을 ‘그려’서 눈앞에 펼친다고 해요.


  마법은 멀리 있을까요? 또는 우리 곁에 늘 있을까요? 마법책에 적힌 대로 그릴 적에 마법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만, 씨앗을 심고, 싹을 돌보며, 열매를 건사하고, 밥을 짓는 모든 살림에서 마법이 피어날 수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일도 마법이 될 테고, 아기를 낳아 말을 가르치며 돌보는 하루도 마법이 되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마음으로 이야기꽃을 피울 줄 아는 보금자리를 가꾸어도 마법입니다.


  누구나 마법을 그릴 수 있었다는데, 누구나 마법을 그릴 수 있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며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고 해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마법으로 서로 빼앗고 가로채고 죽이는 짓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가만히 따지면, 마법을 그려서 펼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앞서, 마법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스릴 줄 알아야 하느냐를 보아야지 싶습니다. 《고깔모자의 아틀리에》에 나오는 마법사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마음을 얄궂게 품는다면 그동안 쌓은 것이 와르르 무너지거든요. 그런데 이는 마법사 언저리뿐 아니라 여느 사람들 언저리에서도 똑같아요.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아침을 어떻게 열어야 할까요? 서로 무엇을 가르치거나 나누어야 할까요? 기쁜 살림길을 걷기에 새롭게 마법이 피어납니다. 기쁜 살림길하고 등지기에 아무것도 새롭게 짓거나 그리지 못합니다. 2018.4.17.불.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우리 말 살려쓰기/말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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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슈퍼 4
토리야마 아키라 지음, 토요타로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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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66



‘나’를 버리지 않다

― 드래곤볼 슈퍼 4

 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8.3.15.



“네놈을 쓰러트리려면 이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하하하, 베지터. 절망한 나머지 미치기라도 한 거냐? 한 단계 아래의 초사이어인이 이제 와서 뭘 할 수 있지?” (65쪽)


“쓸데없는 짓이라고 대체 몇 번 말해야 알아들을 테냐?” “쓸데없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난 네가 졌다고 할 때까지 싸울 수밖에 없거든.” (89쪽)


“이건 블루 베지트다. 네놈은 내게 흔적도 없이 소멸될 거야. 부활할 틈 따위 주지 않겠다.” (134쪽)


“트랭크스, 한 명만이라면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게 사실이야?” “저도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나로 괜찮은 거냐?” “아버지가, 그 아버지가 프라이드를 버리고 모든 것을 오공 씨에게 맡겼습니다.” (171쪽)


“트랭크스, 잘 봐 둬라. 이것이 저 녀석이 내놓은 해답이다.” (179쪽)



  사람 자리를 넘어 어느새 하느님 자리에서 힘을 겨루는 오공하고 베지터는, 하느님이 되려 하면서도 하느님 힘을 함부로 휘두르고 싶은 사람하고 맞붙습니다. 오공하고 베지터는 언제나 죽음을 잊고 온힘을 다하면서 겨루기에 늘 조금씩 거듭나요. 이와 달리 하느님 힘을 함부로 휘두르고 싶은 사람은 갈고닦기라고 하는 담금질을 하지 않습니다. 주어진 힘을 마음껏 휘두르고 싶을 뿐입니다.


  다른 사람이나 하느님은 왜 막꾼한테 죽거나 얻어맞을까요? 막꾼이 어마어마하게 세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스스로 갈고닦지 않은 탓일까요? 둘 모두일 수 있는데, 무엇보다 ‘나’를 잊고 ‘두려움’을 품기 때문이지 싶습니다.


  오공하고 베지터는 막꾼하게 맞붙으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저희보다 힘이 더 세다고 느끼더라도 씩씩하게 맞붙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기운을 내거나 솜씨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힘이 모자라니 지겠구나’가 아니라, ‘밑바닥에 있는 힘을 마지막 방울까지 끌어내어 겨루겠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마지막 방울까지 힘을 끌어내어도 안 되면? 이때에 오공하고 베지터는 ‘안 되네. 죽겠구나.’ 하고 여기지 않아요. ‘다른 길은 더 없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갈고닦는 이한테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스스로 길을 가는 이한테는 두려울 일이 없습니다. 새로 담금질을 하면서 더욱 힘을 낼 일만 있습니다. 《드래곤볼 슈퍼 4》(토요타로·토리야마 아키라/유유리 옮김, 서울문화사, 2018)을 보면, 막바지에 베지터가 오공한테 맡기는 대목이 나오고, 이 자리에서 트랭크스는 “아버지가 프라이드를 버렸다”고 말합니다만, 베지터는 ‘나(자존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나(자존심)’를 걸고 오공한테 맡겼지요. ‘나’를 지킬 줄 알기에 오공을 믿으면서 맡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둘은, 오공하고 베지터는 서로 높이 여기면서 맞붙고 더욱 담금질을 하면서 어느 길까지 올라설 수 있는가 하고 끝이 없는 삶을 누립니다. 2018.4.7.흙.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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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게 묻는다
사소우 아키라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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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65



장님 사내가 ‘눈 뜬 아가씨’를 만나서

― 꽃에게 묻는다

 사소 아키라/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8.2.23.



“여기엔 아무것도 없어. 월급도 못 준다.” “괜찮아요. 내가 만지는 곳, 그 전부가 바로 내 세계가 되는걸.” (5∼6쪽)



  ‘두 눈이 멀쩡하’지만 앞을 못 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남 이야기가 아닌 내 이야기입니다. 낯선 곳에 가면 모두 낯설기 때문에 내가 찾으려는 곳이 어디인가 못 찾기 일쑤예요. 코앞에 모든 것이 다 있어도 이 가운데 어느 것을 찾으려 했는지 못 알아본다고 할까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코앞에 둔 것을 못 알아챈 나머지 한참 동안 엉뚱한 곳에서 짐을 뒤지곤 합니다. ‘눈 뜬 장님’이란 말은 무엇을 나타낼는지, 또 왜 이 같은 말을 쓰는가를 헤아려 봅니다. 어쩌면 우리는 ‘눈을 뜬 사람’일는지 모르나, ‘눈을 감은 사람’일는지 몰라요. 우리는 두 눈으로 무엇을 본다고 여기지만 정작 못 보거나 안 보는 모습이 많을 수 있어요. 더구나 마음으로는 하나도 못 보거나 안 볼 수 있고요.



“너도 우산이 없구나. 하지만 다행이야. 오늘은 좋은 비라서.” ‘어. 오늘은 최악이었어. 신발 밑창은 떨어지고, 우산은 없고, 돈도 없고. 좋은 비가 세상에 어디 있어. 있을 리가.’ (30∼31쪽)


“뭐가 우는데. 들어 봐.” “새야. 새!” “새, 뭐하고 있어?” “그냥 있어! 그냥!” (40쪽)



  만화책 《꽃에게 묻는다》(사소 아키라/이은주 옮김, 대원씨아이, 2018)를 읽으면서 두 사람을 마주봅니다. 한 사람은 눈을 감고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다른 한 사람은 눈을 뜨고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눈을 감고서 살아가는 사람은 늘 한 손에 지팡이를 쥡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 우산을 안 받습니다. 빨리 가지 않습니다. 곧잘 넘어집니다. 말이 많습니다.


  눈을 뜨고서 살아가는 사람은 매우 바쁩니다. 해야 할 일이 많고, 벌어야 할 돈도 많습니다. 건사해야 할 식구는 늘 말썽이요, 일터에서는 얼간이 같은 윗사람 때문에 날마다 부아가 치밉니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녁한테 벗이 될 사람이란 안 보이고, 모두 싫고 미우며 못된 사람으로만 보입니다.


  눈을 감고서 살아가는 사람을 두고 으레 ‘장님’이라 일컫습니다. 장님인 사람은 비가 오든 말든 우산을 안 받는데, 우산을 쥐면 소리가 막혀서 길을 어림할 수 없다고 해요. 우산이 없어야 소리를 느끼며 길을 찾는다지요. 그런데 이런 삶을 몹시 싫어할 수 있지만, 만화책에 나오는 장님 사내는 싫어하지 않습니다.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몸이지만, 비를 맞을 적마다 비내음을 맡고 빗물을 핥으면서 맛을 느껴요.


  눈을 뜨고서 살아가는 사람은 장님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듯’하지만, 막상 모든 것을 다 보지는 못합니다. 이것저것 다 볼 수 있기는 해도 귀찮거나 성가시거나 싫어요. 게다가 이녁을 둘러싼 사람들이 하나같이 밉고 짜증나고 거북하고 괴롭다 보니, 이 땅에 있는 아름다움이나 기쁨을 하나도 모릅니다. 아니 등돌리지요. 코앞에 아름다운 것이 있어도 그저 내치기 바쁩니다.



“전에도 그랬어. 구해 준 사람은 이름도 밝히지 않고 가더라고. 맹인 친구는 모두 한 번은 플랫폼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는데.” “그런 거야?” “다들 그러더라고. 이 세상에는 슈퍼맨이 잔뜩 있다고.” (85쪽)


“치하야, 여기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데.” “아아. 손질하는 사람이 없어서 잡초가 우거졌지만, 하얀 꽃이 한 송이 피어 있어.” (111쪽)



  만화책 《꽃에게 묻는다》에 나오는 장님 사내는 ‘눈 뜬 아가씨’를 처음 만난 날부터 어쩐지 마음이 갑니다. 눈 뜬 아가씨는 장님 사내하고 처음 스치던 날, ‘길잡이 지팡이’를 잘못해서 걷어찼어요. 자동계단에서 말이지요. 장님 사내는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손을 잃었거든요. 눈 뜬 아가씨는 이녁이 잘못해서 걷어찬 지팡이를 주워 주지 않습니다. 일터로 바삐 가야 한다는 핑계를 앞세웁니다. 그러나 내내 마음이 켕깁니다.


  장님 사내는 왜 눈 뜬 아가씨가 마음에 남았을까요? 어쩌면 장님 사내는 ‘걷어차인 길잡이 지팡이’에 파르르 남은 기운을 느꼈을 수 있어요.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으나 마음으로 알아차렸을 수 있어요. ‘이 지팡이를 걷어찬 아가씨는 일부러 그러지는 않았고, 뭔가 대단히 힘든 마음이로구나. 그 아가씨를 다시 만나서 그 힘든 마음을 다독여 주고 싶네’처럼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치하야 씨 손은 나랑 전혀 다르네요. 내 손은 아무것도 모르는 손이에요.” (137쪽)


“이치타로 씨는 항상 치하야 씨를 봐요. 눈이 보이지 않아도 늘 보고 있어.” (146쪽)



  어떻게 장님이 눈 뜬 사람을 달래거나 보듬거나 이끌 수 있느냐고 물을 만합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른을 이끄는 일이 흔합니다. 마음이 맑은 사람이 마음이 흐린 사람을 이끌기 마련이에요. 맑은 물이 흐린 물을 씻어 주듯이, 맑은 손길이 흐리거나 아프거나 고단한 손길을 부드러이 녹여 줄 수 있어요.


  늘 너무 바쁜 나머지 달음박질로 살아가던 ‘눈 뜬 아가씨’는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열려고 합니다. 맨몸으로 비를 맞으면서 웃음을 짓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님 사내를 보고 놀랐고, 장님 사내가 꽃내음을 따라 걷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으며, 마을 할머니하고 실뜨기를 하며 노는 모습을 보며 놀라요.


  다른 ‘눈 뜬 사람들’처럼 어떤 일자리를 얻어서 돈을 벌 재주는 없는 장님 사내이지만, 외로운 이웃을 알아보고서 수다쟁이처럼 말을 걸 줄 압니다. 큰일은 해내지 못하지만 손이 모두 또렷하게 떠올릴 수 있기에, 눈을 감고도 고칠 수 있는 것은 잘 고칩니다. 게다가 전철을 타다 미끄러져서 철길에 떨어졌어도 떨지 않아요. 으레 미끄러지고 으레 떨어지니 걱정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갈 길만 바라보네요.



“나, 아기를 죽이고 싶지 않아.” “알았어. 협력할게. 집을 나오는 거야. 바보 점장 따윈 필요 없어. 여자 힘만으로 아이를 키우는 거지.” (213쪽)


‘이치타로는 눈이 보이지 않아도 나를 찾아 줬어. 이번에는 내가 찾는 거야.’ (232쪽)



  눈 뜬 아가씨는 참말로 눈 뜬 아가씨가 되기로 다짐합니다. 이녁을 둘러싼 바보스럽거나 얼빠지거나 밉거나 나쁜 사람들은 그만 쳐다보고 그만 부아를 내기로 합니다. 이제는 짜증질을 멈추고, 넉넉하면서 포근한 마음이 되기로 합니다. 힘든 길에 빠진 동무를 돕기로 합니다. 장님 사내가 바라는 길을 곁에서 지켜보기로 합니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아기를 안고 어르는 몸짓을 꾸밈없이 마주하면서 ‘아기를 더는 싫어하지 않기’로 합니다.


  ‘눈을 떠서 볼 수 있다’는 까닭 하나로 ‘섣불리 이 사람을 이리 재거나 저리 따지는 짓’을 모두 그치기로 해요. 살며시 눈을 감고 마음으로 먼저 보기로 합니다. 장님 사내를 만난 뒤로 ‘눈을 뜬 마음’하고 ‘눈을 감은 마음’을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었으니, 바야흐로 눈을 뜬 몸이 더없이 아름답게 눈을 뜬 마음으로 거듭나도록 눈물을 쏟고 웃음을 터뜨리면서 삶을 사랑하기로 합니다. 2018.3.30.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 숲노래 2018년 '으뜸책' 후보로 선뜻 올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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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7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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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63



마음으로 사귀는 길을 배우다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7

 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2.28.



“그, 그런데 신사는 왜?” “니시카타가 사다 준 선물. 같이 먹고 갈까 해서.” … “흐음, 뭐 괜찮을지도.” “그치? 아, 기쁘다. 니시카타가 여행 가 있는 동안에도 내 생각을 해 줘서.” “뭣?” “그런 거 아냐? 선물도 사다 줬잖아.” “아니! 그건, 그게 아니라!” “게다가 도서관까지 날 보러 와 줬고.” “그러니까 그것도 그게 아니라고!” “아, 기쁘다. 또 얼굴이 빨갛네?” (50∼53쪽)


“혹시 함정?” “응?” “안에 겨자가 들었다든가.” “그런 거 안 들었어. 배고플 것 같아서 주는 거야.” “고, 고마워.” (87쪽)


“혹시 교과서 깜빡했어? 다음 시간 국어 교과서.” “응.” “그럼 책상 붙여서 내 거 같이 볼래?” (123쪽)


“타카기는?” “난 예정 비워 뒀어.” “비워 둬?” “누가 같이 가자고 꼬시면 같이 가야지, 하고 생각 중이야. 맨날 나한테 골탕 먹는 바로 그 누가 말이야.” (144∼145쪽)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7》(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8)을 읽으면 타카기하고 니시카타 사이에 갓 중학교에 들어올 무렵 겪은 이야기가 흐릅니다. 니시카타란 아이는 학교 언저리에서 손수건을 하나 주웠고, 이 손수건 임자를 찾아 주려고 하다가 교실에 늦게 들어옵니다. 떨어진 손수건 임자는 바로 니시카타 옆자리에 앉은 타카기입니다. 타카기는 제 옆에 앉은 아이가 퍽 착한 마음이로구나 하고 알아챕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장난을 걸어 보면서 옆짝을 살펴보고, 나중에는 옆짝이 매우 쉽게 골탕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시나브로 끌립니다.


  니시카타란 아이는 으레 옆짝한테 골탕을 먹습니다만, 여태 골탕을 먹기는 하더라도 그리 싫지 않은 일이었고, 이 골탕질이란 무엇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가를 살피려 하던 마음 떠보기였나 하고 어렴풋이 느낍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싹틀 적에는 같은 자리에서 같은 바람을 마시면서 같은 곳을 바라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손을 잡는다든지 어깨동무를 꼭 해야 하지 않습니다. 함께 한 곳에 있다는 기운만으로도 즐거워요. 학교에서는 성교육을 하기도 하고, 사회에서는 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구나 싶은 이들이 막스러운 추근질을 저지르기도 하는데요, 학교하고 사회를 좀 찬찬히 돌아보아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참말 성교육을 제대로 못 받아서 막스러운 추근질을 저지를까요? 성교육에 앞서 서로 마음으로 아끼는 삶을 누리지 못한 탓에 마음이 일그러지지는 않았을까요?


  남녀·여여·남남이 저마다 마음으로 아끼는 길을 어릴 적부터 느끼고 누리며 배운다면, 서로 마음으로 사귀면서 즐거이 어우러지는 삶을 바라본다면, 좋아하는 마음이 자라서 사랑으로 피어나는 살림을 가꾸었다면, 아름다운 평등하고 평화가 널리 퍼질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사랑 배우기’를 해야지 싶습니다. 몸하고 얽힌 성교육에만 기울어진 틀을 넘어, 마음하고 얽힌 사랑을 가르치고 배우는 틀을 세울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참사랑을 배우고 나눌 수 있다면, 사람들 사이는 한결 따스할 테며, 서로 괴롭히거나 따돌리는 짓도 사라질 만합니다. 참사랑을 가르치고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마을이며 집이며 나라이며 즐거운 평등살림으로 북돋울 만합니다.


  부드러운 장난짓으로 두 아이가 차츰 마음이 자라면서 고운 길을 걷는 하루를 그리는 만화책을 읽습니다. 줄거리로 본다면 장난짓이라 여길 수 있으면서도, 마음으로 다가서는 손짓이라 여길 수도 있습니다. 상냥한 손짓이 포근한 손길이 됩니다. 착한 손짓이 사랑스러운 손길로 피어납니다.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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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3
야마모토 소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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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762



서로 알아가는 하루

―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3

 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12.31.



‘난, 타카기의 약점을 모르잖아.’ (27쪽)


“치사한 질문들만 했으니까 나도 니시카타의 질문에 대답해 줄게. 어차피 내 약점 같은 걸 테지? 내 약점은 있지, 니시카타를 보면 골탕 먹이고 싶어진다는 거야.” (35쪽)


“또 내 생각 하고 있었어?” “이, 이상한 소리 마. 게다가 안 했어. 타카기 생각 같은 건.” “그럼 또 야한 생각?” “아, 아니라니까.” “아하하. 난 니시카타 생각만 하는데.”“엥?” “아하하, 빨개졌네.” “안 빨개졌어!” (84∼85쪽)



  《장난을 잘 치는 타카기 양 3》(야마모토 소이치로/김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16)을 읽으면 가시내랑 사내하고 어느 대목이 다른가를 넌지시 보여줍니다. 가시내는 사내 마음속까지 꿰뚫듯 들여다보지만, 사내는 가시내 마음속은커녕 낯빛조차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사내 마음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가시내는 언제나 장난을 가볍게 걸며 골탕을 먹일 줄 알고, 가시내 마음속을 조금도 못 들여다보는 사내는 으레 허탕입니다. 더더구나 사내 아이는 제 짝꿍인 가시내한테 어디가 빈틈인지를 몰라요.


  짝꿍한테 어디가 빈틈인지 훤히 아는 가시내는 어떤 장난을 걸든 몽땅 뜻대로 이룹니다. 빈틈을 노려 장난을 걸어 골탕을 먹이는 일, 늘 골탕을 먹는 사내 아이 쪽에서 보자면 부아가 나거나 싫을 수 있습니다만, 이는 달리 바라볼 수 있어요. 빈틈을 자꾸 건드려 주기 때문에 어느새 이 빈틈이 사라질 수 있어요. 빈틈이 왜 빈틈인가를 꾸준히 알려주기 때문에 시나브로 이 빈틈을 메우는 길을 사내 아이 스스로 찾을 수 있기도 합니다.


  남녀 사이에서뿐 아니라, 남남이나 여여 사이에서도 서로 동무라면, 빈틈을 감싸 주기도 하지만, 이 빈틈을 동무가 스스로 떨치거나 다스릴 수 있도록 돕기도 합니다. 장난을 걸어도 짓궂지 않습니다. 힘들면 억지를 쓰지 말라고 얘기하면서, 동무가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데까지 하도록 즐겁게 지켜보며 기다려요.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사회에서도 남녀가 고루 섞여서 어울릴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어릴 적부터 서로 따사로이 지켜보면서 도울 줄 아는 마음을 익히도록 이끌어야지 싶어요. 우리는 모두 낱낱이 다른 사람이면서, 성별로도 다른 사람입니다. 몸도 마음도 삶도 모두 다릅니다. 이 다른 사람들이 자리나 힘으로 사납게 몰아붙이거나 괴롭히는 길이 아닌, 이 다른 사람들이 다 다른 자리나 힘에 맞추어 서로 보살피거나 헤아리는 길을 알려주고 배우며 함께할 수 있어야지 싶어요. 2018.3.2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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