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아 -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 존 버거 & 장 모르 도서
존 버거 지음, 장 모르 사진, 김현우 옮김 / 눈빛 / 200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17.

사진책시렁 142


《행운아,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

 존 버거 글

 장 모르 사진

 김현우 옮김

 눈빛

 2004.11.11.



  글·그림·빛꽃을 읽을 적에는 글만 보아야 할까요, 글쓴이 마음과 삶과 살림과 사랑이 어떠한지 함께 보아야 할까요? 타고난 재주가 있으나 마음이 시커멓다면, 이이를 재주만 보고서 추켜야 할는지 곱씹을 노릇입니다. 시커먼 마음부터 환하게 갈닦거나 다스리지 않는다면, 이 삶이라면 무엇일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행운아, 어느 시골의사 이야기》는 영국 두멧시골에서 돌봄이 노릇을 하는 ‘사샬’을 눈여겨보면서, 이이가 깃든 마을이 어떤 터전인지 읽어내는 꾸러미입니다. 빛으로 잡고, 글로 여미면서, ‘돌보는 길’이란 무엇인지 짚으려고 합니다. 예나 이제나 우리나 이웃이나, ‘서울로!’가 드높습니다. 번쩍이는 서울을 찍고, 북적거리는 서울에서 빛잔치를 펴는 얼개입니다. 시골에서 들일을 하거나, 시골에서 아이랑 놀며 살림을 짓는 사람은 어디서나 확 줄었습니다. 돌봄이나 길잡이(교사)는 어디에 깃들어 일할 사람인가요? 시골에서 누구나 손수 짓고 가꾸고 나눌 적에는 우두머리(대통령)·벼슬아치(공무원)·지킴이(경찰)·싸울아비(군인)뿐 아니라 글바치(지식인)조차 쓸데없습니다. 눈을 뜨면 호젓하고 홀가분히 즐겁(행운·Fortunate)습니다. 눈을 감고 서울에 머물면 바쁘게 번쩍거리며 허전합니다. 한글판 《행운아》를 스무 해 만에 다시 읽는데, 옮김말씨가 매우 궂습니다. 우리는 언제 눈뜰까요?


ㅅㄴㄹ


#AFortunateMan #TheStoryofaCountryDoctor

#JohnBerger #JeanMohr

1967년


+


《행운아》(존 버거·장 모르/김현우 옮김, 눈빛, 2004)


다리에 부목을 댈 테니까

→ 다리를 덧댈 테니까

→ 다리에 덧나무 대니까

→ 다리에 나무 받치니까

19쪽


딸을 처음 본 것은 십 년 전이었다

→ 딸을 열 해 앞서 처음 보았다

→ 딸은 열 해 앞서 처음 보았다

23쪽


여자는 런던에서 창녀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가시내는 런던에서 꽃팔이였다고도 한다

→ 순이는 런던에서 몸을 팔았다고도 한다

38쪽


다시 거실에 들어섰을 때 아내는 장의자 위에 누워 있었다

→ 다시 마루에 들어서니 곁님은 긴걸상에 누웠다

62쪽


환자들이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되었다

→ 아픈이가 바뀔 수 있는 줄 알았다

→ 아파도 달라질 수 있는 줄 알아챘다

62쪽


이제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 이제 첫말을 생각해 보자

→ 이제 처음 얘기를 살펴보자

83쪽


사샬이 활동하는 지역은 영국 내에서도 문화적으로 가장 심하게 황폐화한 지역 중의 하나다

→ 사샬이 일하는 곳은 영국에서도 아주 후미지다

→ 사샬은 영국에서도 몹시 구석진 데에서 일한다

108쪽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사샬이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마을사람보다 사샬이 좀더 잘살기는 한다

→ 마을사람보다 사샬이 더 누리기는 한다

109쪽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은 진부한 이야기다

→ 나이를 먹어가며 하루가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는 말은 싱겁다

→ 나이를 먹으며 삶이 더 빨리 지나간다고 느낀다는 얘기는 뻔하다

128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빛의 예술가 반딧불이
구리바야시 사토시 지음, 히다카 도시다카 감수, 고향옥 옮김, 김태우 / 사파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4.

사진책시렁 141


《ほたる―源氏螢全記錄》

 栗林慧

 學硏プラス

 2003.5.7.



  반딧불이를 본 사람은 언제까지나 푸른빛꼬리가 마음에 남으리라 봅니다. 반딧불이를 본 적이 없다면, 여름밤을 고요하면서 맑게 밝히는 빛살춤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내내 모를 만합니다. 고치를 튼 애벌레가 긴잠을 마치고서 날개돋이를 하면서 태어나는 길을 마당이며 들숲에서 지켜본 사람은 늘 싱그럽고 반짝이는 꿈을 품을 만합니다. 애벌레도 고치도 날개돋이도 나비마저도 제대로 눈여겨보거나 만나지 못 한다면, 사람이 푸른별에서 어떤 숨빛으로 살아가는지 영 모를 만합니다. 《ほたる―源氏螢全記錄》은 반딧불이가 살아가는 길을 차분히 헤아리고 따라간 이야기를 찰칵찰칵 담아서 한묶음으로 보여줍니다. 반딧불이하고 함께 살아낸 발자취를 여미었다고 할 만합니다. 도랑에서 깨어나 자라는 애벌레도 반딧불이입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어도 반딧불이입니다. 이제 허물을 다 내려놓고서 새롭게 바람을 타고 싶은 꿈으로 날개를 입은 몸도 반딧불이입니다. 냇물이 맑고 숲바람이 푸른 곳에서 살아가는 반딧불이입니다. 손으로 떠서 마실 만한 물이 흐르기에 반딧불이도 살고, 다슬기도 있고, 뭇새가 깃들고, 사람도 오래오래 튼튼히 살아갑니다. 반딧불이가 사라진 곳은 사람도 숨막히고 꿈이 사라진 곳이라고 할 만합니다.


#구리바야시사토시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 동해 인문학
이동춘 지음 / 걷는사람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4.4.

사진책시렁 138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

 이동춘

 걷는사람

 2020.12.30.



  한자말로 ‘잠수(潛水·潛嫂)’가 있으나, 우리말로 ‘자맥·자맥질’이 있습니다. 물속에 ‘잠기’는 몸짓을 ‘자’라는 낱말을 밑동으로 나타냅니다. 물을 길어올릴 적에는 ‘잣다’라 하고, 예부터 ‘무자위(물자위)’라는 연장이 있어요. 물에 잠겨서 헤엄치는 몸짓은 마치 꿈길에 들어선, 곧 ‘잠’과 같다고 여길 만합니다. 여러모로 보면 한자 ‘잠(潛)’하고 우리말 ‘잠’은 소리까지 같은 다른 말씨입니다. 물질이나 바다질을 하는 사람을 일컬어 ‘잠네’라고도 합니다. “잠기는 네(사람)”라는 얼개입니다.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를 읽고서 이내 덮었습니다. 바닷일을 하는 이웃을 찰칵 담으려는 뜻은 나쁘지 않지만, 굳이 멋스러이 찍으려고 너무 애썼구나 싶고, 바다빛과 잠빛을 미처 못 느낀 듯싶어요. 한 해쯤 슥 돌아보아도 얼마든지 찍을 수 있으나, 책을 좀 섣불리 내지 않았을까요? 나무 한 그루를 알려면 “다 큰 모습”만으로는 알 길이 없습니다. 씨앗 한 톨이나 꽃송이만으로도 알 길이 없어요. 나무 한 그루하고 두고두고 이웃이자 동무로 지낸 뒤에라야 “나무 마음을 조금 엿보았다”고 하겠지요. 바다순이인 잠네 삶에 가닿기보다는 스친 모습 몇 자락을 뭉뚱그린다면, “아직 빛꽃이 아닙”니다.


ㅅㄴㄹ


《잠녀潛女 잠수潛嫂 해녀海女》(이동춘, 걷는사람, 2020)


상군 해녀는 물질을 가장 잘하는 해녀로 부러움과 대우를 받기도 한다

→ 웃잠네는 물질을 가장 잘해서 부러워하고 모시기도 한다

→ 웃비바리는 물질을 가장 잘하여 부러워하고 우러르기도 한다

3쪽


본인의 고장에서만 작업하는 게 아니라

→ 제 고장에서만 일하지 않고

→ 텃고장에서만 일하지 않고

8쪽


배로 이동하기도 하지만 해수욕장에서 직접 해엄쳐서 물질하기도 한다

→ 배로 다니기도 하지만 바닷가에서 헤엄쳐서 물질하기도 한다

→ 바로 옮기기도 하지만 바다놀이터에서 헤엄쳐서 물질하기도 한다

33쪽


해녀들의 고충에 대한 담소를 나누는 모습

→ 고된 잠네살이를 이야기하는 모습

→ 고단한 자맥살림을 얘기하는 모습

71쪽


유해 어종인 불가사리는 매해 가을, 해녀들에 의해 수확된다

→ 불가사리는 궂어서 가을마다 바다순이가 거둔다

→ 불가사리는 사나워서 가을이면 잠네가 치운다

15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 속에 찰칵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유키 마사코 글, 서인주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3.15.

사진책시렁 137


《마음속에 찰칵》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

 유키 마사코 글

 서인주 옮김

 학산문화사

 2002.12.15.



  꼭 열 살이던 1984년에 처음 찰칵 하고 담았습니다. 심부름에도 지치고, 마을이며 집에서 두들겨맞은 몸도 쉬면서, 짐더미(숙제)에서 홀가분하고 싶은 마음에, 바깥마루에 기대어 하늘바라기를 하는데, 똑같은 구름이 하나조차 없이 놀랍게 하늘빛춤을 짓는 모습에 사로잡혔습니다. 집 어디에 우리 아버지가 안 쓰는 찰칵이가 굴러다닌다고 떠올랐고, 나중에 꾸지람을 들을는지 모르나, 구름결을 신나게 찍었습니다. 이러고서 1998년에 비로소 “빛꽃이란 무엇인가?”를 석 달 동안 허현주 님한테서 ‘보도사진’이란 이름으로 배웠는데, 배움칸에 1초라도 늦으면 닫아걸고서 들어오지 말라 하더군요. 저는 늦거나 빠진 적이 없으나, 신문방송학과 사람들은 으레 늦거나 빠져요. 이녁은 “네가 값싼 찰칵이를 쓴다고 해서 빛꽃이 값싸지 않아.”라는 말하고 “찰칵 찍을 마음이라면 찰칵이를 목걸이로 삼아.”라는 말을 들려주었습니다. 《마음속에 찰칵》은 어린이가 빛꽃이 왜 “빛으로 짓는 꽃”인지 사근사근 밝히면서, 봄여름가을겨울로 물들면서 마음에 사랑씨앗을 새롭게 남기는 길인지 보여줍니다. 사랑으로 보기에 쓰고 그리고 담습니다. 사랑으로 만나기에 반갑게 읽고 기쁘게 나눕니다. ‘추억’ 아닌 ‘사랑’을 새기는 빛꽃입니다.


#いわさきちひろ #松本知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
사시다 가즈 지음, 김보나 옮김, 스즈키 로쿠로 사진 / 청어람미디어(청어람아이)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빛꽃 / 사진비평 2024.3.15.

사진책시렁 136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

 사시다 가즈 엮음

 스즈키 로쿠로 사진

 김보나 옮김

 청어람아이

 2022.8.19.



  옆나라 일본은 싸움을 일으켜서 이웃나라까지 괴롭혔을 뿐 아니라, 제 나라부터 밟았습니다. 멀쩡한 사람들은 그저 이웃일 사람들을 노리개나 종으로 다루는 틀에 길들었고, 나라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했습니다. 드문드문 나라를 거스르는 사람이 있었으나, 나라바라기를 안 한 일본사람은 옆나라 사람 못지않게 억눌리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일본 히로시마하고 나가사키에 불벼락(핵폭탄)이 떨어져서 애꿎은 사람이 숱하게 타죽고 말라죽었습니다. 그런데 두 고장에는 일본사람뿐 아니라 한겨레가 대단히 많았습니다.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은 ‘어른들끼리 벌인 싸움’이 아니라 ‘미친 일본 우두머리·허수아비가 일으킨 싸움’으로 옆나라도 일본도 고달프던 한복판에서 ‘수수한 보금자리’가 어떤 하루로 흘렀는지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빛꽃만 본다면 애틋하면서 아름답습니다. 싸움불굿에서도 찰칵찰칵 아이들을 남긴 사람이 있으니 놀랍고 사랑스럽습니다. 다만,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을 읽을 적에는 ‘착한 사람이 엉뚱하게 죽었다’는 말을 섣불리 안 붙이기를 바라요. ‘찰칵이가 있는 줄조차 모르던 착한 사람이 짓밟히고 시달리다가 집에도 못 간 채 끝없이 쓰러졌다’는 말을 나란히 하지 않는다면, 어쩐지 허울스러울 뿐 아니라, ‘싸움’을 누가 왜 일으켜서 누구를 그토록 깔아뭉갰는가 하는 속내를 감춥니다. “미국에 의해 히로시마에 떨어진(40쪽)” 불벼락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허깨비짓을 일삼은 일본에 떨어진’이라고 똑똑히 말할 노릇입니다. 허깨비짓은 모든 아이들을 죽이고, 제 나라도 이웃나라도 박살냅니다.


#ヒロシマ消えたかぞく #指田和 #鈴木六郞


ㅅㄴㄹ


+


《히로시마, 사라진 가족》(사시다 가즈·스즈키 로쿠로/김보나 옮김, 청어람아이, 2022)


윗도리를 입고 있는 사람은

→ 윗도리를 입은 사람은

1쪽


우리 아빠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요

→ 우리 아빠는 찰칵 찍기를 즐겨요

→ 우리 아빠는 으레 찰칵 찍어요

3쪽


나들이 가는 거 참 좋아요

→ 나들이 가면 신나요

→ 나들이 가면 즐거워요

9쪽


어른들은 지금 전쟁 중이라고 해요

→ 어른들은 한창 싸운다고 해요

15쪽


며칠 후 가족 모두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 며칠 뒤 집안 모두가 죽은 줄 알자

24쪽


미유키바시에 도착했을 무렵, 기미코는 아주 약해져 있었습니다

→ 미유키바시에 다다를 무렵, 기미코는 아주 힘이 빠졌습니다

28쪽


잿더미 속에서 작고 하얀 뼈로 발견되었습니다

→ 잿더미에서 작고 하얀 뼈로 나왔습니다

30쪽


그다음 세대 아이들도 같을 것이다

→ 그다음 아이들도 같다

34쪽


아저씨가 정성 들여 정리한 사진첩들 속 한 페이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 아저씨가 알뜰히 추스른 빛그림꾸러미 한켠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 아저씨가 고이 간직한 빛꽃꾸러미 한자락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34쪽


미국에 의해 히로시마에 떨어진

→ 미국이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4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