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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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브리튼 섬 동쪽 솔론 섬의 영주 로렌트 에일윈은 데인인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용병들을 모집한다.

기사 콘라트 노이돌페르, 활 솜씨가 뛰어이텔, 마자르인 여자 용병 할 엠마, 사라센인 마술사

스와이드와 성 암브로시우스 병원형제단의 기사 팔크 피츠존과 그의 종사 니콜라 바고.

이들을 활용해 섬을 방어할 작전을 계획하던 영주 로렌트 에일윈은

다음 날 칼에 찔려 죽은 채로 발견되고 그의 딸 아미나는 팔크 피츠존과

니콜라 바고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서는데...

 

2011년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에다 2012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2012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등 너무 화려한 훈장들을 달고 있는 이 작품은

진작부터 읽고 싶던 작품이었지만 쉽사리 기회가 오지 않았는데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읽기 전에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전에 재밌게 읽었던 '인사이트 밀'의 저자라

더욱 기대가 되었는데 전혀 뜻밖의 설정들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사자왕 리처드가 십자군 원정을 떠난 중세의 영국 동쪽의 섬을 시간과 공간의 배경으로 삼아

마술이 횡행하는 판타지스런 분위기가 연출되어 그동안 내가 읽어왔던 미스터리들과는 뭔가 달랐다.

'살아 있는 시체죽음'에서도 색다른 설정 속에서 미스터리의 묘미를 맛볼 수 있었는데

이 작품도 일본 작가의 작품임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내용이 펼쳐진다.

큰 솔론섬과 작은 솔론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배로만 이동이 가능해서

영주가 살해된 작은 솔론 섬은 사실상 밀실 상태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작전실에 있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모집에 응한 용병들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용의자가 제한되어 그들의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게 주가 된다.

그 와중에 팔크의 동생인 암살기사가 등에에게 마술을 걸어 누군가에게 보내 피를 빨게 그를 

미니온으로 만들어 영주를 살해했음을 알게 되고 누가 미니온이 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아미나와 팔크, 니콜라가 한 명씩 알리바이를 확인하는 동안 감옥에 갖혀 있던 토르스텐이

연기처럼 사라지고 때마침 데인인들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솔론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중세를 배경으로 전쟁까지 벌어지고 범인이 마술을 사용하는 등 정말 친숙하지 않은 미스터리물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범인을 찾는 과정이나 범인을 증명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미스터리였다.

이색적인 설정이다 보니  조금은 적응하기 쉽지 않았지만 팔크와 니콜라가 탐정, 조수 역할을 하면서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를 점검해나가는 과정은 미스터리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 주었다.

여러 가지 숨겨졌던 사실들이 밝혀지고 소거법에 의해 유일하게 범인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제시되지만 결국 전혀 예상하지 못한 범인과 의외의 결말, 그리고 숨겨진 비밀까지 드러나

미스터리로서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잘 보여주었다.

미스터리는 어떤 시대나 어떤 환경에서도 작가의 역량에 따라 충분히 정교한 논리와

독특한 재미로 무장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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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수상한 그녀 : 초회 한정판 - 아웃박스 + 고급 디지팩
황동혁 감독, 박인환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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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여자를 공에 비유하며 시작한다. 10대 여자는 농구공(높이 떠 있는 공을 잡기 위해

남자들이 온 힘을 다해 손을 뻗음), 20대 여자는 럭비공(공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개떼처럼

달려들어 싸움), 30대 여자는 탁구공(공에 달려드는 남자는 적지만 공에 대한 집중력은 있음),

중년의 여자는 골프공(공 하나에 남자 하나. 남자는 공만 보면 멀리 보내버리려 함),

그 이후의 여자는 피구공이라고 하는데 나름의 설득력은 있어 남자들은 공감하겠지만 

여자들은 불쾌할 수도 있다.ㅎ

 

이 영화 속에서 피구공이라 할 수 있는 오말순(나문희)은 아들 현철(성동일) 하나만 보고

살아왔지만 자신 때문에 며느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지자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려 하는

가족들에 서운함을 느껴 집을 나왔다가 우연히 '청춘사진관'에 들르게 된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은 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20대 럭비공으로 변신한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던

오드리 헵번에서 따온 오두리(심은경)가 되어 다시 찾은 청춘을 누리게 된다.

영화 '써니'에서도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수하게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심은경은

이 영화에서도 어린 나이답지 않은 능청스런 연기로 영화를 주도한다.

코믹 연기에 노래까지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심은경의 원맨쇼라 할 수 있었다.

유사한 설정의 영화들이 종종 있었지만 우리 정서에 맞게 적절하게 변형시켜

유쾌한 코메디를 만들어낸 것 같다. 마지막에 박씨(박인환)도 20대의 꽃청년으로 변신하는데

요즘 여자들이 좋아하는 대세남이 누군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예전 노래들을 다시 부른 곡들이 많았는데 다들 느낌이 좋아 OST도 괜찮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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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노예 12년 - 아웃케이스 없음
스티브 맥퀸 감독, 브래드 피트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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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1년 뉴욕에서 자유민으로 살던 흑인 솔로몬 노섭은 달콤한 제안에 낚여 워싱턴에 갔다가

난데없이 납치당해 노예주에 흑인 노예로 팔려간다.

아무도 자신이 자유민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그의 끔찍한 12년간의 노예생활이 시작되는데...

 

이번 아카데미 작품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자유주와 노예주로 나눠져 흑인의 삶이

극과 극이었던 시절을 배경으로 자유민이었다가 하루 아침에 노예로 전락해 비참한 삶을 살다가

12년만에 겨우 원래의 자신의 삶을 되찾은 남자의 실화를 그리고 있다.

지금이야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되지만 그 당시엔 여전히 노예들이 존재했기에

흑인으로선 자유민이냐 노예냐에 따라 정말 천양지차의 삶을 살았다.

이 영화 속 솔로몬 노섭도 백인들과 똑같이 존중받으며 살다가

노예 사냥꾼에게 납치되어 노예로 팔려가는 신세가 된다.

그때부터 끔찍한 삶이 시작되는데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노예는 노예일뿐이라 백인들의 학대를 벗어나기에 급급했다.

자유라는 게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자유롭게 살다가

노예가 되어 인간다운 삶을 박탈당하면 더욱 고통스럽고 견디기가 어렵다.

솔로몬도 도망도 치려 하고 편지도 보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다가

간신히 도움을 받아 탈출에 성공하는데 정말 억울하게 보낸 12년의 세월이 무상하게 느껴졌다.

흑인 노예를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들은 종종 있었지만 자유민 흑인이 원치 않게

노예가 되는 조금 색다른 설정의 영화라서 노예제도에 대해 좀 더 복잡한 양상을 보여줬다.

같은 흑인인데 누구는 자유민이고 누구는 흑인이라는 이해불가능한 상황에서 벌어진 실화를

잘 그려내어 올해 아카데미가 작품상으로 선택한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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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의 대륙 - 남아메리카의 발명자, 훔볼트의 남미 견문록
울리 쿨케 지음, 최윤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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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볼트란 이름은 어딘가 낯익으면서도 정확하게는 무엇을 한 사람인지 잘 모른다.

과학사 관련 서적에서 본 듯한 이름임에도 명확한 기억이 없는

그의 업적이 그리 대중적이지 않거나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서 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번 브라질 월드컵이 열리는 남아메리카의 발명자란

엄청난 광고 카피가 과연 그가 누구인지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남아메리카는 거리상으로나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와는 친숙하지 않은 대륙이다.

유럽에서 볼 때 신세계라 할 수 있는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나서 '엘도라도'로 대표되는

황금의 땅이라는 소문이 돌아 유럽의 잔인한 정복자들이 바다를 건너가

무자비한 학살과 문명파괴를 행한 후 남미대륙은 그저 유럽의 식민지에 불과했다.

지금도 축구로나 기억될 뿐 남미는 여전히 낯선 대륙인데

그 당시 유럽에도 낯설었던 남미대륙에 대한 탐험을 과감히 나선 사람이 바로 훔볼트였다.

부유한 귀족 출신이었던 훔볼트는 봉플랑과 엄청난 재산을 투자하여 남미대륙으로 과감히 떠난다.

이 책은 그의 남미대륙 탐험의 여정을 차례로 따라가고 있는데

기후를 비롯해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5년 여의 시간을 낯선 곳에서 보낸 그의 여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정말 운이 좋은 건 훔볼트의 건강이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을 했다는 점이다.

보통 낯선 곳을 여행하면 몸에 탈이 나기 쉬운데(게다가 그 당시의 열악한 의료, 위생상황을 생각하면)

그는 타고난 건강과 행운이 따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맘껏 조사하고 연구할 수 있었다.

유럽에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았던 동식물, 천문, 지질, 광물 등

그 당시 최첨단 기계를 동원해 수집한 자료들은 이후의 과학발전에 밑거름이 된다.

다윈이 남미를 탐험하면서 진화론이란 엄청난 결과물을 낳은 거에 비하면 뭔가 획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진 못했지만 그 당시로선 유럽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그의 탐험은 즉각 유럽사회에 알려져서 그를 스타로 만들었는데, 요즘처럼 실시간 생중계는

아니었지만 그의 탐험의 일거수일투족이 계속 전해질 수 있었던 건 나름 신기했다.

원주민의 문명을 파괴한 데 비판적이고 노예제를 반대하는 등

당시로선 정말 깨어 있는 지식인이었던 훔볼트는 어떻게 보면 정말 타고난 행운아라 할 수 있었다.

경제적 여건이나 건강, 유명세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그는 선택받은 사람이라 할 수 있었는데

그래도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엄청난 혜택과 재능을

여러 과학분야에 의미 있게 사용했다는 점은 분명 그의 위대한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치지 않는 그의 호기심, 치밀한 조사와 연구는 몰랐던 남미대륙의 정체를 세상에 알렸고,

과학 여러 분야의 초석을 닦는데 크게 기여했음을 흥미롭게 보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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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사계절 1318 문고 91
헤르만 헤세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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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에서 독보적인 우등생인 한스 기벤라트는 온 마을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헤카톰베라는

주 시험을 보러 간다. 나름 열심히 준비를 했지만 떨어지지 않을까 불안감에 시달리던 한스는

시험장에서 문제를 접하고 절망감에 빠져 힘들어하지만

예상 외로 2등으로 합격하여 걱정을 한시름 든다.

기대에 부풀어 입학한 신학교에서도 열심히 하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하지만

반항아 하일너와 친구가 되면서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하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데미안'을 읽어봤는데

한 마디로 성장소설의 전형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도 데미안과 유사한 설정과 내용이 전개되는데

오직 성적지상주의에 매몰되어 다른 가치들은 모르고 살았던 한스가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뜨게 되면서 겪는 고뇌와 갈등을 그리고 있다.

한스는 속칭 전형적인 모범생이라 할 수 있었다. 오직 공부밖에 모르고 신학교 진학만이

삶의 목적인 그는 왠지 우리의 대다수 학생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는 모른 채 오직 부모와 주변 사람들이 원하는 걸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맹목적인 삶을 살아가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을 보면 이 책 속의 한스와 같은 비극적인 결과가 생기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으니 남의 일같지 않았는데 차라리 그냥 이게 내 운명이니 하고 받아들이고

살았으면 그래도 그렇게 처참하게 망가지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지에서 선발된 최고 수재들만 모여 경쟁을 벌이는 신학교에서

한스는 차츰 적응을 해나가면서 모범생으로서의 삶을 이어간다.

하지만 자유분방한 하일너와 친해지면서 자신이 알던 좁은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과

다른 가치들이 있음을 알게 되면서 한스는 혼란에 빠진다.

학교에서도 문제아로 찍힌 하일너와 잠시 거리를 두고 외면해 보지만

한 번 눈 뜬 새로운 세상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결국 다시 하일너와 절친이 되면서 한스는 공부도 소홀히 하고 점점 반항적인 학생이 된다.

마침내 하일너가 학교에서 갑자기 사라지면서 한스도 의욕을 완전히 잃고 퇴학을 당하고 만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는 예전의 영웅대접에서 달라진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지만

예전에 느꼈던 압박감이나 부담에서 벗어나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기술을 배울 생각까지 한다.

사랑도 알게 되고 술도 마시게 되지만 이미 정해진 궤도에서 이탈한 한스는

결국 비극적인 죽음으로 삶을 마감하고 만다.

아직도 공부 외에 또 다른 삶을 추구하는 건 무모한 행위로 취급되고 있다.

학교나 세상은 오직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고,

사회도 여전히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공부를 잘하는 소수의 사람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도 별로 없고

제대로 된 인간대접도 못 받는 상황이 되면서 소외된 사람들은 좌절감 속에 살아야 한다.

이 책 속의 한스도 무작정 공부만 하다가 차츰 자신이 왜 공부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기

시작하면서 점점 공부에 대한 열정을 잃기 시작하고 우등생만 대우하는 분위기 속에

서서히 수레바퀴 아래서 망가지기 시작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일들을 해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필요함에도 한 가지 방향만 제시하는

현재의 교육제도나 사회분위기는 한스와 같은 희생자들을 계속 만들어낸다.

학생들이 각자의 개성을 얼마든지 발휘하며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차별 없이

존중받을 수 있을 때 수레바퀴 아래서 짓밟히는 사람 없이

모두 같이 수레를 타고 편안히 갈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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