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中庸 - 공존과 소통 그리고 인성을 세우는 진리
자사 원작, 심범섭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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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표적인 고전으로 흔히 사서 삼경을 꼽는데,

사서에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삼경으로는 '시경', '서경', '역경'을 든다.

그 중에서 당연 공자의 어록이라 할 수 있는 '논어'가 가장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고,

그의 후학인 맹자의 '맹자'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지만

'대학'이나 '중용'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다.

나도 '논어'는 완역본을 읽어봐서 그나마 친숙한 문장들이 적지 않지만,

'맹자'는 맹자의 사상을 통해서, '대학'은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격물, 치지, 성의, 정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라는 말을 들어본 정도인데,

'중용'은 말  그대로 널리 쓰이는 중용이란 단어 외에는 거의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고전의 반열에 궁금하던 참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중용은 단순히 균형감각을

가지자는 정도의 의미를 가진 게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근본원리를 내포하고 있었다.

사실 원전에 수록된 글들은 33장밖에 되지 않아 분량 자체는 적은 편이지만

그 의미를 이해하기는 그렇게 쉽지 않았다.

이 책에선 원전만 충실하게 번역하고 해석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중용'에 담긴 의미를

나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고 있는데 '논어'의 문장들을 예로 많이 들고 있어 전에 읽은

'논어'와 비교해서 보면 좀 더 의미가 뚜렷하게 와닿았다.

사물의 생성, 보존의 원리로 만물의 주재자인 천의 사덕을 원형이정으로 규정하고,

사덕의 운행이 사시, 사방, 사물을 만들어내어 그것이 소멸되지 않고 항상 유지될 수 있도록

천도에 부합하는 질서가 모든 사물에서 유지된다고 하는데

큰 틀에서의 자연의 질서를 간략하게 압축하고 있다.

인간도 천의 사덕과 같이 '인, 의, 예, 지'의 사덕을 가지고 있는데,

천도는 '성'에 의해 스스로 '중'이 유지되지만 인간은 인의예지를 통해

희노애락의 감정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는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화'를 이루어 개인적으로는 본성을 회복하고 사회적으로는 문란해진 질서를 회복하며

사람들끼리 상생을 추구해야 하는데, 그러한 화를 이루는 바른 길이 도이고,

그 도를 실천하는 것이 선이며, 사람관계에선 충서라고 한다.

모든 덕행의 근본인 효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아는 것보다는 실천이 중요하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까지 인생과 자연의 근본 원리를 깨닫게 해주었는데,

솔직히 좀 뜬구름 잡기 식의 막연한 내용들이 없진 않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뭔지 모를 깊이가 느껴졌다.

어떻게 살아야할지와 세상과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은데 한 번만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번 반복하여 읽어서 그 깊은 의미를 몸과 맘에 익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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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의 약속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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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마지막 시즌이 찾아왔다. 매년 연례행사로 치워야 했던 중요한 행사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행사기간 동안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언제

어디서나 포켓 속에 넣어 다니며 읽기 좋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 이번에도 선택을 받았는데,

제목부터 뭔가 있는 것 같은 이 책은 예루살렘의 한 숙소에서 에르큘 포와로가 창문 넘어 우연히

"너도 알지, 그렇지? 그녀는 죽어야 해."라는 두 녀의 대화를 듣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논란이 된 문제작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이후 추리소설가로서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지만 그녀의 전성기는 1930년대라 할 수 있다. '오리엔트 특급살인', 'ABC 살인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그녀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걸작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는데

결정적인 배경에는 고고학자와의 행복한 재혼생활이 있었다.

남편을 따라 중동을 여행하다 보니 중동을 배경으로 한 명작들도 줄을 이어 출간되었는데,

'나일강의 죽음', '메소포타미아의 죽음' 등 좀 생소한 중동에서의 사건들도 하나같이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 작품도 그녀의 중동 배경 작품 중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인데,

여간수 출신의 독재자 계모의 횡포에 꼼짝 못하던 5명의 자식들이 계모와 함께 여행을 하는 도중

계모가 죽으면서 그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를 밝히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사실 대가족의 악독한 군주 역할을 하는 어머니와 자식들 사이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설정은

다른 작품에서도 본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선 대놓고 자식들이 어머니가 죽기를 바라면서

왠지 냄새를 너무 피워서 어느 정도 감이 오긴 했다.

늘 살인사건을 몰고 다니는 포와로가 사건에 개입하면서 용의자들을 심문하는데 포와로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심리적인 측면에서 범인을 추리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공식인 연막전술이 상당히 작용해 범인이 아닌 엉뚱한 사람들이

서로 범인이라고 오해하며 숨겨주려고 증거를 조작해 더욱 사건을 꼬이게 만든다.

그래도 포와로의 회색 뇌세포는 이런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어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는데 다른 작품과는 달리 나름 훈훈한 마무리를 선보여서 색다른 결말이 아닌가 싶었다.

그동안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들, 특히 포와로가 등장하는 작품 중에선 비교적 단조로운

느낌을 주었는데 아무래도 연쇄살인이 아닌 노부인 한 명만 죽어 자극적이지 않았던 것도

그런 느낌을 준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등장인물이 거의 모두 용의자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치밀한 심리게임을 벌여서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 표 포와로 등장작품

이구나 하는 만족감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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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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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끔찍한 만행을 저질러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든 악마로 불리는 인물들이 더러 있다.

그 중에서 단연 최고로 꼽히는 인물이 바로 세계 제2차대전의 원흉 히틀러라고 할 수 있는데,

그와 나치는 여전히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와 인종말살범죄로 인해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될 정도지만 종종 코믹하게 희회화되곤 한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찰리 채플린이 히틀러를 멋지게 연기한 '위대한 독재자' 등이 있는데

이 책도 히틀러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인데 색다른 점은 히틀러가 현재의 독일에 다시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가 현재의 독일에 다시 돌아왔다.

역사는 그가 자살한 것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그의 죽음에는 여러 가지 음모론과 낭설이 파다한

상태인데 그가 2011년에 다시 부활하니 당연히 예측불허의 황당한 일들이 발생한다.

먼저 그가 현재 상황에 과연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 당연히 히틀러가 부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를 히틀러를 흉내내는 코메디언으로 생각한다.

본인을 재연하는 인물로 오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 여전히 막가파식으로 행동하는

히틀러에게 대중들이 열광하는 정말 코메디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아무래도 요즘 세상에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없다 보니

그의 언행은 당연히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본명도 알 수 없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도 없는 그에게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시대에 맞지 않는 인종차별 등의 발언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데

온갖 구설수에도 오히려 견고한 인기가 지속되니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보면 히틀러가 독일에서 정권을 잡은 게 쿠데타 등 비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선거를 통해 적법하게 권력을 쟁취했다는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는데

현재에 부활한 히틀러의 기이한 인기도 역시 이해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만큼 군중심리라는 게 이성과는 거리가 멀고 충동적이며 예측할 수 없는데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계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굳이 부활한 히틀러의 인기 비결을 묻는다면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껏 언행을 한다는 점, 

자신의 이해관계나 유불리에 따른 기회주의적 대처가 아닌 고집스러울 정도의 일관성이

요즘에 흔히 보기 힘들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부활한 히틀러도 완전히 달라진 세상에 조금씩 적응하며 과거의 괴물같은 모습을 탈피하여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름 재미를 주었다. 

작가가 히틀러란 인물을 미화하려 한 건 아니었겠지만 왠지 이 책을 보고 나면

히틀러가 꼭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드는 건 좀 씁쓸한 여운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이긴 하지만 현재 그가 여전히 통할 수 있다는 현실이 끔찍한 과거를 반복할 수도 있단

우려를 줬지만 한편으론 그도 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가능성도 볼 수 있었다.

부록으로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김태권 작가의 '그가 돌아왔다 서울편'은

우리의 현실을 코믹하게 풍자하면서 예상 외의 재미를 주었는데

히틀러란 개성 강한 캐릭터가 여전히 문화상품으로 매력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히틀러와 같은 인물이 다시 돌아오면 결코 안 되겠지만

현실풍자의 대상으로는 매력적인 인물임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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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한 수 (2disc)
조범구 감독, 정우성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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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바둑을 하다가 형을 잃고 교도소까지 간 태석(정우성)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살수(이범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교도소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한 후 출소한다.

살수와의 한판 대결을 위해 한 명씩 아군을 모은 태석은 살수의 부하들에게 접근하고

드디어 살수와의 생사를 건 대결을 벌이게 되는데...

 

바둑을 종종 인생에 비유하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정말 바둑을 목숨 걸고 하는 인간들이 나온다.

뭐든지 목숨을 걸 정도로 하는 건 보통 좋은 의미일 수 있지만

그게 일확천금을 목적으로 하는 도박이라면 결코 옹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하는 바둑이 바로 생사를 건 내기바둑인데 거기엔 정정당당한 승부도 없고

그냥 돈에 혈안이 된 기술자들만 판치는 세상이었다.

바둑판 자체가 일종의 전쟁터라 할 수 있어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식의 대결이라면 굳이 바둑을 고급 취미로 여기진 않았을 것이다.

암튼 영화에선 태석의 살수에 대한 복수극이라는 선명한 선악 대결구조로 인해

극적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여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었는데,

바둑이란 드문 소재를 영화로 잘 만들어낸 것 같다.

다만 바둑과 폭력이란 좀 어색한 조합이 극단적인 설정으로 이어져 후반부와 결말은 아쉬움을 줬다.

아마 속편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인데 다음 작품은 좀 더 완성도를 높이는

신의 한 수를 두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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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깨닫는다 - 인간은 모르거나 착각했던 동물의 마음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들
버지니아 모렐 지음, 곽성혜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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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인간은 동물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면서 

동물과의 차별성을 추구하고 있다.

언어나 도구 사용 등을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으로 제시하며 그런 능력이 없는 동물의 삶은

그저 본능에만 충실한 무미건조한 것으로 치부하곤 하는데

이 책에선 동물들에게 인간 못지 않은 능력과 희노애락의 감정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 책에선 개미를 시작으로 동물들도 인간처럼 다양한 능력이 있음을 차례대로 보여주는데,

먼저 개미가 교육과 학습을 하는지에 대한 사례가 소개된다.

물론 교육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개미가 이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개미에게도 인간처럼 정교한 삶의 체계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곤충에 이어 척추동물인 물고기의 기억력에 관한 얘기가 다뤄지는데,

명사수 물총고기의 놀라운 명중력에 우선 감탄사가 나왔다. 

보통 물고기의 기억력을 3초로 무시하곤 하는데, 이 책에 소개되는 물고기를 보면

물고기도 통증과 고통을 느끼기에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포유동물들에 비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물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물고기 못지 않게 지적으로 무시하는 새들이지만 앵무새는 인간의 언어능력과 유사한 능력을

선보이며, 웃을 줄 아닌 쥐와 공감할 줄 아는 코끼리까지

우리가 흔히 동물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읽은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에서도 동물들이 인간들의 삶과

그리 다르지 않는 삶을 산다는 걸 알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선 다양한 동물들의 사례를 통해

동물들도 나름의 아기자기한 삶이 존재함을 잘 보여줬다.

인간만큼 상당한 지능을 가진 돌고래나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침팬지,

인간의 가장 친한 반려동물 개까지 이런 동물들은 인간처럼 자기 자신을 인식할 줄 알고

사회적인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감정을 가진 채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가 너무 동물들을 폄하하고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인간과 같이 동물도 감정이 있고 생각을 한다는 걸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데

이 책을 통해 인간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동물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동물이라고 무시하거나 차별하지 쉬운데 동물도 인간처럼

그 존엄성을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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