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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을 되살려주는 소설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소설 속 주인공은 작가 자신의 분신인 것 같았다.
배경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점으로
이웃에 살던 두 남녀는 텅빈 서울을 무대로
그들만의 로맨스를 만들어나간다.
온통 서울의 길거리가 자기들의 전유물인 것처럼 추억을 만들어가지만
현실적인 여자는 철없는 어린 애인대신
믿음직해(?) 보이는 남자에게 시집가 버린다.
버림받은 남자는 너무 힘들어하지만
여자는 시집살이의 현실속에서 어느덧 남자의 존재마저 잊어갈 무렵
남자와 연락이 되고 결혼 전 풋풋했던 첫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나
위험한 불장난(?)을 시도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수에 그치고 마는데...
첫사랑의 대상은 늘 기억속에서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어린 시절 감정이 순수했던 때의 일이어서 그런지
상대가 백마 탄 왕자나 동화속의 공주처럼
자신과는 다른 세상의 존재인 듯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그래서 자신과는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위안삼으며
첫사랑인 그 사람은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도 직접 만나는 것은 두려워한다.
그 사람의 현재 모습에 실망해 자신의 첫사랑의 추억이
무참히 깨져버릴까 두려워서일 수도 있고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그 사람에게 보이기가 부끄러워서 일수도 있다.
난 아마도 후자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 사람 몰래 숨어서 보고 싶다.(스토커인 것 같다. ㅋ)
뒷모습을 보는데 더 익숙해서 일 수도 있고...
이 소설에서 첫사랑인 남자와의 사연은 일부분인 거 같고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은 한국전쟁의 격변기를 살아 온
한 여자의 삶을 그리고자 한 것 같다.
그녀 자신이 상당히 교육을 받은 여자였지만
그녀가 처한 환경에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그 시절 대부분의 여자들이 가는 길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현실적인 선택에 화가 나는 건
그래도 결혼의 전제는 사랑이어야 한다는 생각때문이 아닐까 싶다.
첫사랑을 떠나보낸 후 그와의 추억이 담긴 그 동네를 다시 찾지만
세월의 무게 속에 첫사랑의 아련한 기억만 남아 있다.
나도 문득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서린 그 동네를
다시 찾아가고 싶지만 내 기억 속에만 존재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까봐 두려워서 못 가고 있다.
언제 시간내서 나의 발자취를 하나씩 찾아 가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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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살만한 건 정답이 없기 때문인 것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반 이상은 추억의 무게이다.
-'그 남자네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