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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프랑스 대혁명을 코 앞에 둔 시절 불운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자신을 낙태하려던 엄마는 사형당한 채 고아로서 버림받은 아이 그르누이
이런 그르누이에게도 극도로 발달한 후각이라는 축복받은 능력이 있었는데...
이 책의 주인공 그르누이는 후각의 초능력자다.
그동안 시각이나 청각 분야의 초능력자는 영화나 만화에서 많이 만나 보았지만
후각 분야의 초능력자는 사실 생소하다.
우린 시각이나 청각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장애인으로 규정하여 불쌍히 여기지만
후각에 이상이 있다고 장애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후각이 중요함을 인정하지 않고 산다.
하지만 이 책은 후각의 힘이 세상을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힘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모든 사람들의 맘을 사로잡을 수 있는 향수를 개발하려 했던 그르누이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에겐 아무런 냄새도 없는 그는
갖가지 사람 냄새로 자신을 포장하는 단계를 넘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한 예술가이자 장인으로서의 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
다만 그 향수의 재료(?)가 때묻지 않은 미소녀들이란 사실이 옥의 티(?)지만...ㅋ
사실 그르누이는 엽기적인 연쇄 살인마다.
얼마 전 우리를 전율케 했던 유영철 못지 않는 끔찍한 살인마
그것도 미소녀만을 골라 죽이고 옷을 벗겨 가져가고 머리카락까지 잘라 가져가는 변태(?) 살인마
하지만 그의 무시무시한 능력(?) 앞엔 희생자의 가족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냉혹하기 그지없는 악마같은 살인마지만 그의 엄청난 능력은 부럽기 짝이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이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향수같은 걸
가지고 있었으면 좋을텐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르누이는 단순히 이성을 유혹하는 정도를 넘어
모든 사람을 자신에게 복종시킬 수 있는 그런 향수를 제조한다.
사실 향수로 세상을 정복(?)할 수 있다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르누이는 향수만으로도 세상을 정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말 작가인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상상력이 놀라울 뿐이다.
오래전에 본 '좀머씨 이야기'에서도 정말 독특한 캐릭터를 창조했었는데
'향수'에선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그르누이'란 한편으론 끔찍한 악마같으면서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옴을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
세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한 그의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와 동화되고 있음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나도 최고의 향수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ㅋ
만약 그르누이가 좋은 향수제조에만 만족하고 말았으면
그도 성공한 CEO로 무난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한 이 세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 싶었다.
비록 아리따운 소녀들의 희생이 요구되었지만...
암튼 그의 광기어린 열정에도 감탄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그동안 향수는 단지 여자들이나 쓰는 사치품이라 생각했는데
향수의 힘이 이렇게 막강할 줄이야 정말 몰랐다.
내게도 모든 사람의 맘을 사로잡을 수 있는 그런 향수가 있음 정말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