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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풀어낸 고려 왕 34인의 이야기
석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심리학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이란 책을 통해 조선 왕들과 주변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고려 왕들을 대상으로 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조선 왕들에 비하면 고려 왕들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낯선 편이라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에선 후삼국시대부터 조선이 건국하기까지 고려 왕 전부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9장으로 나눠서
소개하고 있다. 고려 시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후삼국시대의 주역인 궁예와 견훤부터
다루는데 드라마 등을 통해 친숙한 내용이면서도 궁예는 히틀러와 같은 허황된 알파형 리더로,
견훤은 나르시시스트적 성격을 지닌 인물로 평가한다. 고려왕조를 창건한 왕건에 대해선 포용력을
지닌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데 능한 용인술의 천재로 후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고 보면서 한 장을
할애하면서 설명한다. 이후의 왕들은 시대적인 구분과 성향 등에 따라 묶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2대 혜종부터 5대 경종까지는 호족을 견제하면서 왕좌를 다툰 왕들로, 6대 성종부터 10대 정종까지는
왕권을 바로 세우고 국난을 극복한 왕들로, 11대 문종부터 15대 숙종까진 국력을 키우고 치세를 이어간
왕들로, 16대 예종부터 18대 의종까진 태평성대가 저물고 난세가 시작되게 만든 왕들로,
19대 명종부터 24대 원종까진 무신정권에 희롱당한 무기력한 왕들로, 25대 충렬왕부터 30대 충정왕까진
원나라에 고개를 숙인 경계선에 있었던 왕들로, 마지막으로 31대 공민왕부터 34대 공양왕까지는
고려 왕조를 멸망에 이르게 한 왕들로 심리학적으로도 나름 공통점을 엮어서 설명해나간다.
왕들도 인간인지라 자신들이 처한 가정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심리상태를 가지게 되고
그 결과 왕으로서 어떤 처신을 하는지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되었는데, 왕건의 큰아들 혜종처럼
막강한 외척세력을 둔 이복동생들에게 왕위 찬탈의 위협에 시달리면 자아가 위축되어 늘 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광종처럼 탄탄하고 냉혹한 자아를 가진 왕은 호족들이 왕권에 위협적이란
확증편향을 굳히고 자신을 거스르면 가차 없이 처단했다. 이런 무서운 아버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택한 경종은 광종의 공포정치와는 반대되는 정치를 행했다.
예전에 '한 권으로 읽는 고려왕조실록'이란 책으로 고려 왕들과 역사를 전반적으로 훑어보았지만
여전히 고려 왕들은 잘 모르는 왕들이 대부분이라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는데
고려 역사나 왕들이 전반기에 잠깐 태평성대였던 시절을 제외하곤 거란, 여진, 몽골 등 이민족의
침입에 계속 시달리고 심지어 몽골의 부마국으로 전락하기까지 한 데다 그 이전에도 무신정권에
휘둘리는 등 정상적인 왕권 행사가 되지 않은 왕들이 많아서 허수아비 왕들이나 급기야 충혜왕처럼
소시오패스까지 등장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한 권으로 고려시대나 고려 왕들을 전부 파악할 수
있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동안 제대로 모르고 정리가 잘 안 되었던 고려시대 역사 전반과
고려 왕들의 개인적인 상황과 심리상태를 잘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