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미소
줄리앙 아란다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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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 나오키상 수상작인 '달의 영휴'라는 작품도 달의 변화에 따라 변신해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렸다면 이 책도 제목부터 달을 등장시켜 달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얘기를

들려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인 폴 베르튄의 출생부터 사망까지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는데

출생을 새로 뜨는 달로 비유하며 시작해 초승달, 반달, 보름달 순으로 폴의 인생역정을 보여주고 있다.

 

폴의 출생의 순간부터 얘기가 시작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출생의 순간은커녕 어린 시절 기억도

가물가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학교를 가기 전의 기억은 거의 남아 있지 않은데 폴은 마치

자신이 태어나는 순간을 직접 목격한 것처럼 생생한 증언을 하고 있다. 밀농사를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농사일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뚝뚝한 아버지 밑에서 갈등을 겪었던 폴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독일군들이 마을을 점령하며 특별한 일을 겪게 된다. 먼저 마을 이장의 딸인 마틸드를 보고 첫눈에

반해 몰래 마틸드를 보러 갔다가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다. 그 순간 폴을

발견한 독일군은 자기 딸인 카트린과 또래인 폴을 그냥 돌려보내는데 이 일이 결국 폴에게 일생의

숙제를 남겨주게 된다. 전세가 역전이 되어 독일군이 쫓겨나는 상황에서 미처 도망가지 못한 독일군이

마을 사람들에게 처형당하는 일이 벌어지는데 폴은 자신을 구해준 독일군의 부탁을 받고 그의 딸에게

아빠가 사랑한다는 말을 전해주기로 약속한다. 이후 폴은 입대하여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에는 꿈에

그리던 마틸드와 결혼에 성공하면서 독립하게 된다. 자신의 꿈이었던 뱃사람이 되면서 마틸드와

같이 하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지만 이 와중에 창녀생활을 하던 마리아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카트린의 엄마를 안다고 하자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출해내지만 카트린을 찾는 건 실패한다.

 

폴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역정을 담아낸 책이다 보니 정말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발생했는데

카트린에게 아빠의 소식을 전해주는 게 늘 폴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소설이라 그런지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누구나 한 사람의 인생은 대서사시라 할 수 있을 것인데 폴이 겪는 우여곡절을 따라가다

보면 달이 모습을 변화하는 것처럼 다양한 희노애락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에선 인생의 절정기를

보름달로 표현하지 않고 인생의 마지막을 보름달로 본 점에서 대부분의 작품에서의 비유와는 사뭇

달랐는데 곳곳에 삶의 지혜가 가득 담긴 주옥같은 대사를 담고 있어 인생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는데 도움이 될 만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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