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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의 소나타 ㅣ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11월
평점 :
나카야마 시치리의 법의학 교실 시리즈 1권인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2권인 '히포크라테스 우울'을
인상적으로 읽어서 다른 시리즈인 이 책도 기대가 되었는데 일반적인 미스터리에선 쉽게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의 주인공과 파격적인 얘기를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인 변호사 미코시바 레이지는 도진기 작가의 캐릭터인 어둠의 변호사 고진과
비슷하게 합법적이지 않는 일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특이한 인물이었는데
그보다 더 특별한 점은 그가 26년 전 온 나라를 경악하게 만들었던 여야 살해범이라는 점이다.
소년범으로 죄값을 치르고 사회에 복귀했다지만 어떻게 이런 인물이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는데(일본의 사법시험에선 이런 극악한 전과자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나 보다)
암튼 미코시바는 현재도 합법과 탈법의 경계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듯 했다.
보험금 살인을 추적해 공갈을 일삼던 프리랜서 기자의 시체가 발견되고, 미코시바는 사고로
중환자실에 있던 남편을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장치를 꺼서 살해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미쓰코를 변호하게 된다. 보험 가입 경위나 기계에 묻은 지문 등 강력한 정황증거로 인해 미쓰코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도 항소기각이 되지만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미코시바가
변호를 맡게 되자 뻔해 보였던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미코시바 레이지가 현재 맡은 사건과 그의 과거의 범행 및 수감생활, 그리고 현재 사건을 수사하는
사이타마 현경을 번갈아보여 주는데, 법의학 시리즈에 등장했던 사이타마 현경의 고테가와 가즈야 형사
등 반가운 인물들도 등장해서 법의학 시리즈와의 연결점도 있었다. 아무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질렀던
사이코패스 미코시바가 어떻게 변호사가 되어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그가 미쓰코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과 예상 밖의 진실까지 끝까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얘기가 펼쳐졌는데 속죄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사람을 죽인 죄는 어떻게 해도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도,
죽은 사람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도 없고 오직 죽은 사람의 몫까지
열심히 살면서 약한 사람들을 위해 싸우고 나락에서 손을 뻗는 이들을 끌어올리기 위해 죽을 때까지
속죄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 인상 깊었는데 형사처벌만 받으면 죄값을 치렀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범죄자들이 반드시 뼈저리게 배워야 할 교훈이 아닌가 싶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코시바란 인물이
비록 용서받지 못할 죄를 저지른 자이지만 자신의 죄를 씻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좀 안쓰러운
생각마저 들었는데 진정한 교화가 뭔지를 제대로 보여준 산 증인이라 할 수 있었다. 비록 현실에선
이렇게 교화되는 범죄자가 거의 드물겠지만 앞으로 미코시바가 속죄를 하기 위해 어떤 활약을
할 것인지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