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주년을 맞이한 종교개혁을 여러 사람의 글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한 책

1517 종교개혁 - 루터의 고요한 개혁은 어떻게 세상을 바꿨는가 ㅣ 지성인의 거울 슈피겔 시리즈
디트마르 피이퍼 외 지음, 박지희 옮김, 박흥식 감수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마르틴 루터가 1517년 면벌부(보통 면죄부란 표현을 썼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선 면벌부라 함) 판매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95개조의 반박문을 게시한 지 500주년을 기념하여 종교개혁의 의미를 평가하는

여러 책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르네상스와 함께 중세의 암흑시대를 끝내고 근대로 나아가는

쌍두마차 역할을 했지만 솔직히 종교개혁의 의미에 대해선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독일의 가장 권위 있는 주간지인 슈피겔에서 종교개혁의 시작과 진행경과, 그 영향까지 여러 사람의

다양한 각도에서 쓴 글을 모은 이 책을 통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나름 기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종교개혁은 고지식하고 과거에 정체된 중세 시대에 대항한 이성의 반란이며, 무지의 어둠을 밝힌 빛이자

근대라는 시대를 활짝 연 사건으로 평가받지만 마르틴 루터가 계획적으로 이런 결과를 낳은 건 아니었다.

당시 지동설과 대항해 시대의 개막, 르네상스 등으로 인해 새로운 시대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기 때문에 중세의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종교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온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면벌부 판매로 돈으로 천국행 티켓을 살 수 있다는 종교계의 타락은

자연스레 이에 대한 반발을 야기했는데 그 선봉에 선 마르틴 루터라는 인물의 생애에 대해 이 책에선 

여러 사람들의 글을 통해 재조명하고 있다. 흔히 마르틴 루터에겐 투사나 혁명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마르틴 루터의 모습은 자기 주관이 강한 용감한 성직자 정도라 할 수 있었다.

그 당시 기득권 종교 세력인 가톨릭 교회와 가톨릭 교회의 후원자인 신성로마제국의 카알 5세에 맞서

자기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았던 마르틴 루터는 보름스에서 가서 심문을 받은 뒤 도망자 신세가

되지만 그를 비호하는 현명공 프리드리히 폰 작센의 도움으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는 등

자신의 소신을 계속 펼칠 수 있었다. 이 책에선 마르틴 루터를 압박했던 사람들과 지지했던 사람들의

면면과 종교개혁의 불씨가 전 유럽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마침 인쇄술이

발달하면서 일반 대중들이 루터가 독일어로 쓴 책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종교개혁의

열망을 급속도로 전파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가톨릭과 개신교의 대립은 오랫동안

유럽을 갈등과 대립으로 몰고 가지만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제국회의에서 종교 평화조약이

체결되면서 잠시나마 봉합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종교개혁의 다양한 측면과

그 파급효과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아직도 종교를 핑계로 각종 끔찍한 짓들이

저질러지고 있는 상황이니 종교개혁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존 레논의

명곡 'Imagine'의 가사처럼 종교가 없어져야 진정한 평화가 올지도 모르겠는데 1517년 마르틴 루터에

의해 시작된 종교개혁이 분명 인간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는 데 역할을 한 건 분명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