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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머니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평점 :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여자친구 지니가 갑자기 망명 중인 프랑스 귀족이라는 마텔이란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충격을 받은 피터는 마텔의 정체를 조사해달라고 사설탐정 루 아처에게 의뢰를 한다.
수수께끼의 사나이 마텔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자 마자 해리라는 또 다른 남자가 그를 추적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와 관련된 인물들과 얘기를 나눠보지만 마텔의 정체는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데...
3대 하드보일드 거장이란 로스 맥도널드의 대표 캐릭터인 루 아처가 등장하는 작품인데
로스 맥도널드와 루 아처 모두 첫만남이라 처음엔 좀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금방 루 아처란 남자의 스타일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사실 하드보일드 하면 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실 해밋이 떠오르긴 하지만 그들의 작품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어서 막연한 인상만 갖고 있는 편인데
아마도 위 두 사람과 더불어 이 책의 저자인 로스 맥도널드를 3대 거장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암튼 이 책에선 루 아처가 피터의 의뢰를 받고 정체불명인 마텔의 정체를 조사하는 과정이 이어지는데,
전형적인 나쁜 남자 스타일의 마텔에게 홀딱 반해서 그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지니나 그런 지니에게
집착하며 마텔의 뒷조사를 시키는 피터의 모습은 전형적인 헤어진 연인 사이의 씁쓸한 마무리인 듯
싶었다. 하지만 양파처럼 까도 까도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마텔과 7년 전 자살했던 지니의 아버지 사건,
그리고 마텔의 주위를 얼씬거리는 인물들과 마텔에 대해 뭔가를 알면서도 제대로 얘기를 안 하는 듯한
사람들까지 하나같이 수면 아래 잠복해 있지만 엄청난 진실이 드러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제목으로 사용된 '블랙 머니'는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에서 탈세를 위해 빼돌린 돈을 의미했는데
마텔도 거기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고 루 아처가 점점 마텔의 정체에 다가가는 순간 두 사람이
연이어 죽게 되면서 사건의 중심이었던 마텔 뒤에 숨겨져 있던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대부분의 범죄의 근원에는 돈과 치정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선 자신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저지른 일들이 완전범죄가 될 뻔했지만 루 아처의 끈질긴 추적으로 결국 죄인은 죄값을 치르게
된다. 남녀 사이의 애정문제에서 비롯된 뒷조사가 그 배후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나름 아기자기하게 잘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많은 얘기들이 담겨 있음에도 생각보다 가벼운 분량의
책이라 금방 읽어낼 수 있었다. 전형적인 하드보일드 주인공 같으면서도 시크한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지는 사설탐정 루 아처와의 만남은 좋은 첫인상을 남겼는데 그가 활약하는 다음 작품과도
조만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