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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테이프 ㅣ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쓰다 신조의 작품들은 호러와 미스터리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작풍으로 인해 다른 작가들의 작품과는
확연히 차별화가 되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지금까지 '작가 시리즈'와 '사상학 탐정 시리즈' 및 호러
계열의 단편집들을 만나봤는데 괴담과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결합된 묘한 매력의 작품들이었다.
이 책은 제묵에서부터 괴담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는데 기존의 작품들에서 종종 본 것처럼
작가 자신이 화자가 되어 동명의 단편집을 편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괴담을 액자식으로 담아낸다.
'소설 스바루'에 비정기적으로 연재했던 여섯 편의 단편 괴담들을 모아 '괴담의 테이프'라는 한 권에
정리하는 과정에서 담당 편집자인 도키토 미나미와 게재 순서 등을 논의하는데 실화에 기초한 괴기 단편 집필을 의뢰받아 쓴 작품이 첫 단편인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이다. 제목 그대로 자살하기 직전에
남긴 테이프 녹취록에 얽힌 괴담인데 그런 테이프를 입수하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걸 듣고 녹취하는
사람도 보통 사람은 아닐 것 같은데 역시나 '링'에서처럼 불길한 일이 발생할 것 같은 예감을 줬다.
'빈 집을 지키는 밤'은 집에 얽힌 전형적인 괴담이라 할 수 있었고, 두 편의 단편 이후 '막간'이란
형식으로 이 괴기 단편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편집자에게 묘한 일이 생기기 시작하는 걸 보여준다.
'우연히 모인 네 사람'은 산행을 주도한 사람이 갑자기 참석하지 못하고 낯선 남녀 네 사람이 산행을 하다
벌어지는 섬뜩한 괴담을, 제목부터 으스스한 '시체와 잠들지 마라'까지의 두 단편을 다룬 후에도
'막간'을 통해 여성 편집자에게 괴이한 현상을 벌어지는 일이 멈추지 않았다.
'기우메..노란 우비의 여자'는 책 표지 삽화로 표현된 작품이었는데 학교 가는 길에 보게 된 오싹한
노란 우비의 여자에 얽힌 사연이 그려진다. 딱 괴담에 제격인 얘기였는데 마지막 단편인 '스쳐
지나가는 것'에서도 늘 같은 통근길에 우연히 보게 된 괴상한 존재와 관련된 괴기스런 얘기가 펼쳐진다.
나도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동일한 통근길을 이용하다 보니 출근할 때 자주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안면만 있을 뿐이지 개인적으로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인데 스쳐가는 사람들과 뭔가 특별한 인연을
상상해보곤 했었지만 이 책에서처럼 섬찟한 일에 휘말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 같았다.
이렇게 여섯 편의 단편이 무사히(?) 실렸지만 정작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괴이한
현상은 뭔가 개운하지 못한 찝찝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역시나 괴담의 묘미는 듣고 난 후 상쾌하지
못한 느낌, 뭔가 꺼림칙한 뒷맛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한결같이 묘한 여운을 남겨
괴담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역자도 늦은 밤에 미쓰다 신조의 책을 번역하지 않기로 했다는데
나는 소름이 돋으려 하고 왠지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묘한 기분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