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뼈
송시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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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미스터리 작품들도 신진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예전에 비하면 상당히 다채로워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인 송시우의 작품도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라일락 붉게 피던 집'과 '달리는 조사관'이

호평을 받은 것으로 기억이 남아 있어서 먼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집으로 입문하기로 했다.

총 9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에서 만났던 '좋은 친구'와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5' 에서 만났던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는 구면이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서 어디서 본 듯한 기억만 남아 있고 내용은 가물가물한 상태라 첫만남처럼 생각하고 봤다.

 

책의 제목으로 사용된 '아이의 뼈'는 딸을 유괴사건으로 잃고 시체마저 찾지 못한 엄마가 아이를

살해한 죄로 20년간 복역하고 출소한 남자를 상대로 아이의 시체를 돈 주고 사겠다는 얘기를 다룬다.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하는 범인과 아이의 뼈라도 되찾겠다는 노파의 미묘한 신경전이 그려지는데

인간이 얼마나 뻔뻔하고 잔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늦었지만 사필귀정으로 끝을 맺어 다행이었다.

'사랑합니다, 고객님'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과 언어폭력이 어떤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홈쇼핑 고객상담센터 텔레마케터가 겪는 애환과 상처가 결국 끔찍한 범죄로 이어지는데,

고객으로서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겠지만 만만한 텔레마케터 상대로 입에 담기도 민망한

욕설을 해대며 고객이란 명목으로 부당한 갑질을 하는 사람도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처럼 엉뚱한 데 화풀이한다고 강자한테 약하고 자신보다 약자에겐 자신이 당한 것 이상으로

행동하는 인간 때문에 무고한 사람에게 불똥이 튀기는 참으로 씁쓸한 현실을 대변하는 작품이었다. 

'좋은 친구'는 구면이란 게 무색하게 전에 만난 적이 있음을 정말 전혀 알아보지 못해 좀 미안할

정도였고, '잃어버린 아이에 관한 잔혹동화'는 금방 알아봤지만 결말은 처음 본 듯한 느낌이었다.

'5층 여자'와 '원주행'은 유일하게 동일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이었는데 우연하게 사건에

연루된 주인공이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특히 '원주행'에서는 알리바이 공작에 도구로

이용되었다가 오히려 범죄를 밝히는 결정적 단서 역할을 한다. '이웃집의 별'도 알리바이 공작이 주요 테마였는데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의 느낌도 물씬 풍겼다.

실종된 약혼자를 찾기 위해 같이 알던 약혼자의 여자사람친구를 찾아가서 드러나게 되는 진실을

다룬 '어느 연극배우의 겨울'이나 3년 전 백골로 발견된 시신과 관련해 한 남자의 독백으로 구성된

'누구의 돌'까지 실려 있는 작품들마다 나름의 개성과 미스터리로 묘한 매력이 담겨 있었다.

한국적 서정을 담은 사회파 추리소설을 추구한다는 작가답게 실린 작품 여기저기에 우리 사회 곳곳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암적 존재와 문제들을 담고 있는데 다양한 스타일의 단편으로 앞으로도 보여줄

게 많은 작가임을 잘 보여주었다. 이미 출간된 장편들을 통해 송시우 작가의 진면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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