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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에 대한 세계적인 명사들의 열띤 토론을 담은 이 책은
논객으로 참여한 알랭 드 보통,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트 리틀리만 봐도 충분히 기대할
만한 내용을 담았을 것으로 기대가 되었다. 캐나다 금광 재벌 피터 멍크가 세운 오리아 재단이
2008년부터 당대에 가장 뜨거운 국제 현안을 두고 연 2회 세계 정상급 지식인들을 불러 토론을 벌인
멍크 디베이트에서 2015년 11월에 개최되었던 토론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는데, 인류의 진보를
낙관하는 측에는 핑커와 리들리가 참여하고, 반대편에는 글래드웰과 드 보통으로 편을 나눠서
토론이 진행되었다. 팀을 구성한 걸 보면 낙관론인 과학자 진영과 비관론인 인문학자 진영의
대결로 볼 수 있는데 내가 즐겨 읽었던 책들의 저자인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이
예상 외로 비관론 쪽에 서서 과연 이들의 대결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정말 궁금했다.
낙관론 쪽은 역시나 과학자들답게 객관적인 수치를 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평균수명, 보건, 절대빈곤, 평화, 안전, 자유, 지식, 인권, 성평등, 지능 등 여러 분야에 있어
인류의 문명은 계속 진보해왔음을 잘 보여주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이들의 주장에 좀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여기에 맞서 알랭 드 보통은 무지와 빈곤과 전쟁, 질병을 결코 통제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말콤 글래드웰은 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각종 위험도 증가시켰음을 강조한다.
직접 이들이 토론을 하는 장면을 보진 못했지만 세계적인 명사들의 토론이라고 해서 사실 품격
높은 토론이 이뤄질 거라 기대했지만 솔직히 우리나라 TV에서 정치인들이 하는 토론에 그리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다. 상대방을 인신공격하고 조롱, 비하를 일삼는 식의 토론이 행해지다 보니
말싸움을 지켜보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토론을 통해 건설적인 논의나 결론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알랭 드 보통은 그동안 책을 통해 가졌던 이미지와는 달리 왠지 비아냥거리기
좋아하고 깐족거리는 스타일인 것 같아 의외였는데, 서로 상대편을 폴리아나 부부(낙관론자들)와
카산드라 부부(비관론자들)라 칭하며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양쪽 다 자신들의 입장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다 보니 토론이 끝까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었는데, 양쪽 주장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인류의 물질적인 삶의 질은 계속 진보해나가겠지만 정신적인 측면과
기계문명의 부작용을 어떻게 보완해나갈 것인지가 인류의 과제가 아닐까 싶다. 세계적인 논객들이다
보니 많은 인용들로 짧은 시간임에도 풍성한 얘기들을 펼쳐냈는데, 다음 멍크 디베이트에서도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석학들의 화끈한 논쟁을 이끌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