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파이어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1권에서 염력 방화 능력으로 악당들을 화끈하게 처단했던 준코의 활약상을 지켜본 가디언이란 조직이

그녀를 스카웃 하기 위해 가도 고이치란 또 다른 능력자를 보내 접근한다. 한편 준코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소녀 가오리도 염력 방화 능력자란 사실이 밝혀지고 딸과 마찬가지로 초능력자인 구라타 부인은

가디언의 멤버인 남편이 딸인 가오리를 준코처럼 활용하려고 하자 이혼을 결심하지만...  

 

1권에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면서 악당들을 무찔렀던 준코의 활약상과 그녀가 저지른 사건들을

쫓는 경찰 등의 얘기가 펼쳐졌다면 2권에선 가디언이란 비밀조직이 정체를 드러내면서

더 이상 사건이 확대되진 않고 소강상태에 빠진다. 프리랜서(?)로 혼자서 자유롭게 활동하던

준코가 가디언 멤버인 가도 고이치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되면서 분노를 발산한 대상을 찾지

못하는 사이에 치카코와 마키하라 형사는 준코가 한때 짝사랑했던 사건 피해자의 오빠인 다다 가즈키를

매개로 준코의 존재를 알게 되고 점점 그녀에게 다가간다. 가도 고이치를 통해 가디언에 가입하기로

결심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한 준코는 나쓰코에게 총격을 가하고 도망간 범인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꿈은 산산조각나게 되는데...

 

사실 1권에서 보여주었던 역동적인 전개가 2권에선 좀 흐지부지해진 면이 없지 않았다. 가디언이란

단체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준코가 외로이 벌였던 범죄자와의 전쟁의 전선이 확대된 반면

준코의 영입 협상(?) 와중에 뜬금없는 로맨스 등으로 마무리가 뭔가 좀 아쉬웠다. 

인간이 존재하면서 범죄는 끝없이 발생했고 앞으로도 발생하겠지만 범죄를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다는 사회적인 믿음이 있기에 그나마 세상이 돌아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사실 비일비재하다. 권력형 범죄자들은 돈과 권력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고 이 책에서 다뤄지는

흉악범들은 수사기관의 무능함과 사법제도의 무능력으로 인해 여전히 활개를 치고 다닌다.

그런 꼴을 보고 있자면 이 책의 주인공인 준코와 같은 초능력자가 등장해 이런 자들을 말끔히

처치해주면 속이 후련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준코나 가디언의 존재가 또 다른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책에서야 선악을 분명하게 구별될 수 있지만 현실 세상에서 과연 누가 선악을 판단하고

단죄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하면 자의적인 사적처벌이 무능한 공적처벌보다 훨씬 더 위험함은

금방 알 수 있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안 만드는 게 형사사법제도의

목적임을 생각하면 준코같은 능력자보단 현재의 부족한 사법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 같다. 초능력자들을 등장시켜 사법제도가 신속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자들을 소탕하는 시원함은

맛볼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다 보니 좀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미미 여사의 흡입력 있는 얘기를 만나니 반가웠는데 아직 읽지 못한 작품들로

조만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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