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러버 소울‘ 수록곡에 맞춰 펼쳐지는 스토킹의 진실은?

러버 소울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팝 역사를 빛낸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지만 대부분 최고의 아티스트로 비틀즈가 언급된다.

나도 비틀즈를 좋아하다 보니 왠만한 히트곡들은 다 알고 있지만 그들의 모든 앨범,

모든 곡을 아는 것은 아니라서 비틀즈의 생소한 작품을 만나면 왠지 모를 묘한 느낌을 받곤 하는데

이 책이 비틀즈의 앨범 중 '러버 소울'을 제목으로, 수록곡들을 목차로 사용하고 있어

이 책의 작가가 비틀즈의 마니아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했다. 비틀즈의 여러 명반 중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러버 소울'을 선택한 것도 비틀즈 오타쿠임을 자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는데 SIDE A면의 1번 트랙인 'Drive my car'를 시작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스즈키 마코토라는 끔찍한 외모의 비틀즈 마니아가 미시마 에리코라는 모델을 스토킹을 하면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기본 줄거리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주연이라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물론

주변 인물들의 시선에서 본 두 사람과 사건에 관한 얘기를 번갈아 들려주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스즈키 마코토는 외모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심해어에 비유되고 있는데

책 표지에도 얼굴 부분에 장난을 쳐놓은 것처럼 엉망으로 되어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그럴까

상상하기 어렵지만 굳이 떠올린다면 데이빗 린치 감독의 영화 '엘리펀트 맨'을 연상하면 될 듯 하다.

외모가 남이 보기 힘들 정도다 보니 자연스레 스즈키 마코토의 삶은 녹록하지 않았다. 그나마 집이

부자라서 경제적 어려움은 없이 지냈지만 운전사인 가나야마 가쓰노부 외에는 거의 접촉하는 사람도

없이 살던 스즈키 마코토는 비틀즈 음악에 빠지면서 외로움을 이겨내고 살아가던 중 우연한 기회에

잡지에 비틀즈 기사를 연재하면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게 된다. 그러던 중 화보 촬영을 위해

자신의 자동차 콜벳을 빌려주었다가 사고가 나면서 운명적으로 모델 미시마 에리코를 만나게 된다.

이후 스즈키 마코토의 집요한 스토킹이 시작되는데 미시마 에리코가 그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을 능가하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미시마 에리코의 일거수

일투족을 엿보고 그녀 곁에 접근하는 남자들을 처치한다. 황무지같던 그의 삶 속에 등장한 미시마

에리코가 여신같은 존재였던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지만 스토킹에 머물렀다면 그나마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을 듯 한데 연쇄살인까지 저지른 스즈키 마코토가 과연 미시마 에리코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말 결말이 궁금했는데 마지막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전혀 뜻밖의 진실이 드러난다.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베스트셀러도 연상되는 반전이었는데 작가의 능수능란한 솜씨에 완전히

당했다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비틀즈의 앨범 '러버 소울'의 수록곡에 맞춰서

내용을 구성하는 기발한 발상까지 이노우에 유메히토란 걸출한 작가를 발견하게 되어 만족스런

작품이었는데 '러버 소울'을 들으면서 다시 읽어보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