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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레터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6년 7월
평점 :
교통사고를 당해 이전의 기억을 잃은 제니퍼는 남편이라는 로런스와 어색한 관계를 이어간다.
자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적응을 하지 못하던 제니퍼는
자신과 부적절한 관계를 가지던 남자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편지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데...
'미 비포 유'를 비롯해 최근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로 한층 주가를 높이고 있는 조조 모예스와는
이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사실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관계로 일부러 로맨스 소설을 찾아보진
않는 편인데 가끔 연애세포의 멸종 방지 차원에서 읽어보면 나름의 재미를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선 사고로 기억을 잃은 여자가 사랑했던 남자의 정체를 알게 되는 과정과
두 사람의 짧은 재회와 긴 이별,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다.
부자 남편을 두고 화려한 생활을 누리던 제니퍼와 아프리카 등 오지를 누비던 신문기자 앤서니는
파티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후 급속도로 가까워지지만 불륜 커플이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요즘처럼 불륜이 대수롭지 않은 세상이 아닌 1960년이 배경이었기에 두 사람의 사랑은 나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는데, 앤서니가 제니퍼에게 역에서 기다릴 테니 함께 떠나자는 편지를 보내지만
하필 앤서니를 만나러 가던 제니퍼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두 사람의 인생 항로가 크게 바뀌게 된다.
영화 '러브 어페어'의 극적인 순간도 떠오르게 하는 제니퍼와 앤서니의 엇갈린 운명은
기억을 잃었던 제니퍼와 앤서니가 4년 후에 재회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맞지만
이번에도 제니퍼는 한 발 늦어 앤서니를 놓치고 만다. 두 번이나 제니퍼에게 바람 맞은 앤서니와
그런 앤서니를 찾아나선 제니퍼에겐 아직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었는데...
요즘 워낙 많은 통신수단들이 존재하기에 손 편지는 더 이상 보기가 어려워졌다.
이 책에선 앤서니와 제니퍼 사이의 손 편지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풍겨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듯한 그런 느낌도 들었다.
40년이 훌쩍 지나 두 사람은 불륜에 빠진 신문기자 엘리 덕분에 기적같은 재회를 하게 된다.
잘 풀렸으면 예전에 행복한 삶을 꾸렸을 두 사람이 엇갈리게 된 건 역시 불륜이란 잘못된 만남에
기초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서로를 맘 속에 간직하고서도 오랜 세월 그리워만
하다가 드디어 다시 만난 두 사람과 오작교 역할을 한 엘리까지 아기자기한 사연들이
로맨스 소설의 재미와 감성을 듬뿍 담아낸 작품이었다. 조조 모예스와는 첫만남이었는데
왜 그녀가 로맨스 소설의 여왕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녀의 대표작들도 찾아보면 멸종 직전인 내 연애세포들을 되살려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바람도 살포시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