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등장하여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 훈훈한 미스터리

외눈박이 원숭이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0년 1월

도청전문 탐정회사 '팬덤'을 운영 중인 사립탐정 미나시는 특이한 귀 때문에 늘 커다란 헤드폰을 써서

귀를 가리고 다닌다. 다니구치 악기란 회사로부터 경쟁업체의 디자인 도용 여부에 대한 사건을

의뢰 받고 다니구치 악기에 직원으로 위장취업 중인 상황에서 지하철에서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여자에 대한 정보를 얻자 그녀를 팬덤의 멤버로 스카우트하는데... 

올해 초에 읽은 '광매화'를 비롯해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여러 권 읽었는데 모두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작품이어서 그를 믿고 보는 작가 대열에 합류시킬 수 있었다.

이 책은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의미가 담겨 있을 듯 했는데 역시나 여러 의미가 있었다.

외눈박이 원숭이 얘기는 책 속에서 유럽 민화라고 소개되는데, 999마리의 외눈박이 원숭이가 사는

나라에 두눈박이 원숭이가 태어나자 외눈박이 원숭이들이 두눈박이 원숭이를 놀리고 비웃는다.

그러자 두눈박이 원숭이는 자신의 오른쪽 눈을 빼버려 외눈박이 원숭이가 되었다는 얘기였는데

다수와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는 세상의 그릇된 편견을 여실히 보여주는 얘기였다.

다수와 같아지기 위해 오른쪽 눈을 빼버린 두눈박이 원숭이에 대해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버린 거라

비판을 하는데, 이 책 속에도 다양한 문제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다들 자신이 처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살아간다. '팬덤'이란 회사 자체가 왠지 그런 사람들의 집합소인 듯 했는데

선글라스를 항상 장착하는 신입 멤버 후유에도 눈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였다.

동종 업계에서 악명이 높은 요씨비시 에이전시 출신인 후유에와 함께 미나시는 다니구치 악기의

디자인 도용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구라이 악기 건물에 몰래 침입하는데 마침 구라이 악기의 무라이

부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정황상 후유에를 의심하던 미나시는 7년 전 자신과 동거하다

갑자기 외딴 산에서 목매달아 자살한 아키에의 죽음에도 후유에가 관련되었다는 의심을 하게 되는데...

미나시가 후유에에 대한 의심을 하기 시작하면서 사건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되는데 후유에가 요씨비시 에이전시에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미나시가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하러 가면서 사건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그리고 하나둘 그녀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 시작하고 하나씩 드러나는 진실은 정말 전혀 의외라 할 수 있었는데 역시나 미치오 슈스케의 장기인 반전의

묘미를 제대로 맛볼 수 있었다. 뭔지 모를 이상한 부분들이 모자이크처럼 맞춰지면서 전체의 커다란

그림이 마지막에야 드러나는데, 카드점 등 여러 상징들이 내포한 의미가 정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며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한 코믹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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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른 죄를 잊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자신의 모든 걸 던져서 속죄하는 것. 또 하나는 더 많은 죄를 저질러서 그걸 덮어버리는 것. 강한 사람만이 전자를 선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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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결국 기억이 아닐까. 모습과 형태가 사람을 형성하지 않고, 보고 들은 사실이 사람을 구성하지도 않는다. 사실들을 어떻게 기억해 왔는가. 바로 이것이 사람을 형성할 것이다. 사실들을 어떻게 기억할지는 개인의 자유다. 자기 자신이 결정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