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하 - 조선의 왕 이야기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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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선 왕조에 대해선 워낙 많은 콘텐츠들이 다뤄서 특별히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어도

왠만한 내용들은 주워 들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의 왕들과 그들의 에피소드들은 나름 친근한 편인데 

이 책은 카카오스토리의 '5분 한국사 이야기'의 운영자인 저자가

조선 왕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선조까지를 다뤘던 상권에 이어

광해군부터 순종까지의 조선 후기의 왕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먼저 연산군과 함께 폐위된 왕이지만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등으로 재조명되고 있는 광해군은

명청 교체기의 혼란한 국제정세에 적절하게 대응한 중립외교를 통해 뛰어난 외교수완을 보였지만 

약한 정통성으로 인해 동생 영창대군을 죽이고 계모인 인목대비를 폐모하면서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반대세력에게 반란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후 인조가 청나라에 당한 굴욕과 대비되면서 그의 외교 능력 하나로 과대평가된 측면이 많은데

이 책에선 광해군이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임금이 된 이후에는 대북에게 일방적으로 힘을 몰아주고

수많은 옥사와 대대적인 궁궐사업 등으로 민생을 파탄낸 실패한 임금임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보위에 오른 인조는 정말 조선을 대표하는 무능한 임금이었다.

갑자기 왕이 되다 보니 준비도 안 되었고 정통성도 취약한 점이 있다는 핑계거리가 없진 않지만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보는 안목이 전혀 없다 보니 삼전도의 치욕을 당하고,

아들 소현세자에게 왕위를 빼앗길까봐 그를 독살했다는 의혹까지 받는 참으로 못난 군주였다.

형인 소현세자의 급사로 인조의 뒤를 잇게 된 현종은 보통 북벌로 유명하지만

이 책에선 그가 진정 북벌이 현실성 있다고 본 건 아니라고 얘기한다.

당시 다수파인 산당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슬로건이 바로 북벌이었을 뿐

효종은 실제 청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를 한 건 아니고 군사력 강화에 힘을 쓴 것뿐이라는 것이다.

현종은 존재감이 그다지 있지 않은 왕으로 서인과 남인 사이의 예송논쟁이 벌어졌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무익한 예법에 관한 당쟁을 나름 슬기롭게 주재한 임금으로 다뤄진다.

숙종은 장희빈과 얽힌 얘기로 친숙한 임금인데 환국정치로 서인과 남인을 들었다 놨다 해서

왕권을 자기 의지대로 휘두른 마지막 왕이라 할 수 있었다.

장희빈의 아들 정도로만 알려진 경종은 노론이 득세한 가운데 병약한 임금으로

결국 후사 없이 급사해 독살설의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되고 만다.

경종을 독살한 의혹을 받은 영조는 나름 조선 후기 정국을 안정시킨 치적이 있지만

보통 아들 사도세자를 죽인 비정한 아버지의 이미지가 강하다.

취약한 정통성으로 인해 늘 편집증적인 완벽주의를 추구하다 보니 심지어 아들마저 죽게 만들었다고

보는데, 이 책에선 이덕일의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와는 달리 영조의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인해

사도세자가 정신질환이 생겨 정신병 환자나 하는 행동을 저질렀다고 보았다.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를 비롯해 이덕일이 '조선 왕 독살사건'에 독살 의혹을 제기했던 여러 왕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이 책에선 대부분 그야말로 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데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선 한 쪽을 편들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게 역사를 보는 재미일 것 같다.

요즘 성군으로 부각되고 있는 정조는 여러 업적도 있지만 안동 김씨 김조순을 사돈으로 맞으면서

이후 세도정치의 뿌리를 내리게 했다는 결정적인 실책을 남겼다.

순조 이후는 세도정치와 망국으로 치닫는 조선의 부정적인 측면만 익히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선 순조, 헌종, 철종 등 세도정치에 휘둘린 왕들도 악조건 속에서

나름 이를 극복하려고 발버둥을 쳤음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조선 후반기로 갈수록 왕권이 약화되어 노론이나 외척들에게 휘둘리는 신세가 되었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왕이어서 그 존재감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왕과 신하가 서로 토론하고 협력하는 시절에는 나라가 평안하고 백성들을 위한 정치가 이뤄진 반면

일방이 독주하는 경우에는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백성들이 절망 속에 신음해야 했다.

이 책은 조선 후기의 왕들의 다양한 면모를 잘 보여주었는데

그동안 알고 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들도 잘 담아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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