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리스 로마신화가 워낙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북유럽 신화는 아직 낯설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영화 '토르' 등으로 인해 북유럽 신화 속 주인공들이 조금씩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북유럽 신화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는데, 전에 '신화와 정신분석'이란 책으로

기본적인 내용은 접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내용들이 많기에

이번에 제대로 북유럽 신화를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여느 신화들처럼 북유럽 신화도 천지장조로 시작된다.

북쪽에 있는 니플하임의 얼음과 남쪽에 있는 무스펠하임의 불이 기눙가가프라는 거대한 틈새에서 만나

그 융합체에서 최초의 생명인 서리 거인 이미르와 암소 아우둠라가 존재했는데

여기서 최초의 인간인 부리가 태어난다. 부리의 손자가 바로 북유럽 신화의 최고의 신 오딘인데

인간에게서 신이 나왔다는 설정은 다른 신화들과는 좀 색다른 설정이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인간이 오늘날의 인간과 동일한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오딘의 삼형제가 서리 거인 이미르를 죽이고 대지와 바다 등 천지를 창조한 후

물푸레나무와 누릅나무를 가지고 최초의 남자 인간과 여자 인간을 만들었다고 하니

앞에서 말한 부리라는 인간은 이름만 인간이지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인 듯 하다.

북유럽 신화에선 우주를 세 개의 중추적인 구조로 이뤄졌다고 보면서

가장 높은 수평면에는 에시르 신들 혹은 전사 신들의 영역인 아스가르드가,

두 번째 수평면에는 인간들이 살고 있는 중간 세상 미드가르드가, 

세 번째 수평면에는 죽은 자들의 세상인 니플하임이 존재했다.

그리고 세 개의 수평면과 아홉 세상의 축으로 거대한 물푸레나무 이그드라실이 자리하고 있어 

북유럽 신화의 우주관은 다층적인 구조로 구성되어 있었다.

신화 속 주연이라 할 수 있는 신들의 구성도 그리스 로마신화와 유사한 듯 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았다.

흔히 주요 12신을 꼽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유사하게 북유럽 신화에서도 12신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각 신들이 엄격한 업무분담을 하고 있는데 반해 북유럽 신화 속 신들은 좀

애매모호한 느낌이 들었다. 최고 신 오딘을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제우스와 비교한다면,

북유럽 신화에서 나름 존재감이 있는 신은 토르와 로키 정도인 것 같았다.

영화로도 친숙한 토르와 로키여서 영화 속 캐릭터들이 바로 연상되었는데,

신들의 수호자이자 강력한 힘을 가진 토르와 사악한 악동이면서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로키는

북유럽 신화 속 여러 에피소드들에서 빠져서는 안 될 인물들이었다.

이 책에선 천지창조로부터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 연루된 신들과 거인들 사이에 벌어진

세계 종말을 초래하는 라그나로크까지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을 차례로 소개하고 있는데

문제는 낯선 신들의 이름이나 지명 등이 너무 많아서 헷갈리고 쉽게 파악이 안 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에 가나다순으로 용어집이라고 정리를 해놓긴 했지만

신들의 계보 등을 도표 등으로 간략하게 정리해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북유럽 신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가장 다른 점은 인간들과 얽힌 얘기가 그리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선 바람둥이 신들이 인간들을 가지고 노는 사건들이 무수히 등장하지만

북유럽 신화에선 신들의 연애사는 그리 거론되지 않고 주로 거인이나 난쟁이들과 대결을 펼치는

얘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로키라 할 수 있었는데

무미건조한 신들의 세계에서 갖은 악행을 저질러 그야말로 활력소(?) 역할을 수행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막연하게나마 북유럽 신화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대했던 북유럽 신화의 흥미로운 얘기들과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