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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랑정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임경화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년 전 회랑정에서 발생한 화재로 연인을 잃고 자살한 것처럼 위장하며
혼마 기쿠요란 노파로 변장한 채 1년만에 다시 회랑정에 나타난 기리유 에리코는 다카아키 회장의
유언장의 내용을 듣기 위해 모인 그의 친척들 가운데 범인이 있을 거라 여기고 복수를 꿈꾼다.
범인을 잡기 위해 기리유 에리코가 남긴 유서를 자신이 가지고 있다고 미끼를 설치하자
유서를 없애기 위해 기리유 에리코의 방에 누군가가 몰래 침입하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국내에서도 이미 여러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상태라 안 그래도 다작인 그의 작품들이
잠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출간되고 있는 상황이다.
나도 나름 대표작들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워낙 작품들이 많기에
쉽사리 그의 작품들을 모두 읽기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인데
비교적 초기작에 속하는 이 작품을 읽으니 요즘 작풍과는 사뭇 다른 풋풋함이 느껴졌다.
회랑정이라는 외딴 여관에서 벌어진 화재로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 여자의 복수극이 펼쳐지는데
자신을 절망 속으로 내몬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예상밖의 인물이 가짜 유서를 훔치러 기리유 에리코의 방에 들어왔다가 바로 살해당하자
상속 때문에 모인 사람들 중에서 범인이 있는 건 확실하게 추측되지만
누가 범인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가운데 경찰과 기리유 에리코는 각자 조사를 계속해나간다.
70대 노파로 분장한 30대의 기리유 에리코도 점점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상황에서
드디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반전이 벌어진다.
중간중간에 기리유 에리코와 다카아키 회장이 최근에야 존재를 알게 된 아들 사토나카 지로와의
만남과 둘이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도 그려지는데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연인의 죽음에
기리유 에리코가 한을 품고 복수의 칼을 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에 드러난 진실을 보면 그녀 입장에선 정말 허무하고 황당하다 할 수 있었다.
암튼 우여곡절 끝에 기리유 에리코는 복수를 완성하고야 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답게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솜씨가 돋보였다.
다만, 노파로 분장한 기리유 에리코가 쉽게 정체가 밝혀지지 않는 등
좀 자연스럽지 못한 설정들도 있긴 했는데 아무래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시절의 작품이라
요즘 작품들과 같은 완성도를 향해 가는 과정에 있는 작품으로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란 이름이 무색하지 않은 재미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