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신수원 감독, 김꽃비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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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를 다닐 때 태양계의 행성은 총 9개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명왕성이 행성의 요건을

못 갖추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퇴출당하고 만다.

이 영화의 제목이 명왕성인 이유가 바로 명왕성의 퇴출 이유가 상징하는 바를

우리의 학교의 일그러진 현실을 통해 담아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소위 학원물로 불리는 영화들은 크게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다.

좌충우돌하는 청춘들의 고민과 우정, 사랑 등을 긍정적으로 그려낸 양지의 영화가 있는가 하면

학교 폭력을 비롯한 여러 학교 내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음지의 영화가 그것이다.

이 영화는 딱 후자라 할 수 있었는데 전교 1등인 유진이 학교 뒷산에서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살벌한 경쟁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학교 현실은 성적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 또 하나의 전쟁터였다.

성적대로 자리가 정해지고 교사들의 대우가 달라지며 그들만의 리그가 벌어지는 가운데

거기에 속하는 못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한 마디로 들러리로 전락한다.

이 영화 속 학교 내에서도 전교 10등까지 최상위 성적인 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진학재라는

스터디 그룹이 존재하고 그들끼리 공유하는 오답노트를 보고 싶던 새로 전학 온 준은

여기에 가입하길 원하자 진학재 멤버들은 섬뜩한 미션을 수행할 것을 조건으로 내건다.

준은 그들이 시키는 대로 나쁜 짓을 하고 진학재 멤버들과 친하게 지내기 시작하지만

점점 그들의 저지른 추악한 짓들에 넌덜머리가 나고

결국 예전의 자기 모습으로 돌아가려 해도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데...

 

이 영화를 보면 우리의 학교 교육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일그러져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말로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전인교육을 표방하지만

실상은 오직 성적지상주의의 대학입시기관으로 전락한 상태라

성적을 기준으로 한 줄 세우기 외의 다른 역할을 제대로 못한 지 오래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 영화 속의 스토리와 같은 끔찍한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학생들이 속출하게

되었는데, 사실 좀 극단적인 설정이라 그리 공감이 되진 않았지만 그만큼 문제가 심각함을 잘 보여줬다.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걸 기대하는 건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결코 쉽지 않겠지만

아이들이 자기가 소중한 존재이고 자신의 개성과 능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다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는 걸 기대하긴 무리가 아닐까 싶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된 것에 대해 태양계 중심적인 사고이고 별들이 가진 각각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준의 반론이 성적이란 하나의 기준으로 학생들을 차별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우리 교육의 치부에 정곡을 찌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일그러진 교육 현실에

조금이나마 경종을 울려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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