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손가락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문학 베스트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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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백주의 악마' 를 읽은 여세를 이어

그녀가 직접 뽑은 베스트10에 이름을 올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에르퀼 푸아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내게 홀대를 받은 미스 마플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에선

입에 담기 힘든 추잡한 비밀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긴 익명의 악랄한 편지를

마을 사람들이 받게 되면서 라임스톡 마을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인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요양 중이던 폭격기 조종사 제리 버튼과 그의 여동생 조안나도

기분 나쁜 편지를 받게 되자 누군가의 악의적인 장난으로만 여겼는데 불길한 예감은 여지없이

맞아서 역시 편지를 받은 시밍턴 부인이 청산가리로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뒤이어 시밍턴 가의 어린 하녀 아그네스마저 살해당하자 두 사람의 죽음 사이에 모종의 관련이

있을 거라 추측한 제리 버튼은 내쉬 총경을 도와 나름의 수사를 진행하는데...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악마같은 인물이 저지르는 악랄한 행동이 발단이 된 이 작품은

이 마을에 요양차 온 제리 버튼이라는 이방인의 시선에서 사건이 진행된다.

원래 시골이 외부인에 대해 배타적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그들의 행실을 비난하는 악의가 듬뿍 담긴 편지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하는 악마의 장난은

결국 사람들을 괴롭히는 편지에 만족하지 못하고 살인에 이른다.

마을의 여러 사람들이 용의자로 검토되지만 제대로 된 단서나 동기가 없어서

사건이 미궁에 빠지려는 찰나에 편지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체포되지만

우리의 미스 마플과 진실을 밝히기 위해 기꺼이 미끼가 된 용감한 여인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완전범죄를 성공할 뻔한 범인의 실체가 드러난다.

사실 미스 마플은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잠깐 등장하여 마무리만 하는 역할을 해서 

미스 마플의 매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웠다.

오히려 제리와 조안나 남매를 비롯한 여러 커플들의 로맨스가 추리소설답지 않은 재미를 주었는데

애거서 크리스티의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연애 감정이 부각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진실을 알고 보면 범인의 완전범죄를 꾸미기 위해 얼마나 치밀한 계획을 세웠는지가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현실에서 이 정도의 철두철미한 악의를 가진 자가 존재한다면 정말 섬뜩할 것 같았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언제 봐도 여러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와 교묘한 트릭이

잘 조화를 이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는데 다음에는 또 어떤 흥미로운 작품을 만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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