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주의 악마 - 애거서 크리스티 재단 공식 완역본 애거서 크리스티 푸아로 셀렉션 6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김윤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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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전집을 완간하고 나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을 엄선한

'에디터스 초이스'에 이어 에르퀼 푸아로가 등장하는 작품 중 베스트 10권을 뽑은

'푸아로 컬렉션'도 출간해서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수많은 명작 중에서 선택의 곤란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전체 작품을 대상으로 한 '에디터스 초이스'에서는 안 본 작품이 '서재의 시체'와 '다섯 마리 아기 돼지'로

두 권이나 되어 아직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정복하기 위해선 갈 길이 멀었음을 실감했는데

'푸아로 컬렉션'에서는 바로 이 책만 안 읽어서 그래도 체면치레는 한 것 같다.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작품은 한가한 휴가지 해변가에

매혹적인 팜므 파탈 알레나 마셜이 등장하면서 시작되는데,

남자들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되면서 여자들의 질투심도 후끈 달아오른다.

남편인 케네스 마셜과 함께 여행을 왔음에도 유부남인 패트릭 레드펀과 염문을 뿌리고 다니는

알레나 마셜을 보면서 다들 한 마디씩 하는데 푸아로도 뭔가 불길한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아니나 다를까 푸아로에게 혼자 있고 싶으니 비밀로 해달라며 뗏목을 타고 나간 알레나 마셜이 

목이 졸린 시체로 발견되면서 그녀에 대한 증오가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내가 죽으면 늘 최우선 용의자가 되는 알레나 마셜의 남편 케네스 마셜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었고, 동기 면에서 강력한 후보자인 불륜 상대인 패트릭 레드펀의 부인도 범행 추정시간에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기 때문에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된다.

사건을 맡은 웨스턴 대령은 푸아로의 도움을 받아 관련자들을 차례로 심문하지만

별다른 단서를 얻지 못하고 인근에서 발견된 마약과 관련된 게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한다.

알레나를 누군가가 협박했다는 협박범설과 정신병자가 저질렀다는 설까지 여러 추정이 난무한 가운데

푸아로는 뭔가 이상한 정황들을 찾아내고 이런 정황들 속에 숨겨진 범인의 트릭을 밝혀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건 관련자들과 함께 소풍을 떠났다가 돌아오니

케네스 마셜의 딸 린다가 자신이 새엄마를 죽였다며 수면제를 과다복용하고 중태에 빠지는데...

 

푸아로는 이 책에서도 마지막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범인이 누군인지 자신의 추리를 들려준다.

여러 작품들을 통해 푸아로가 범인의 정체를 공개하는 순간은 왠지 짜릿한 느낌마저도 주는데

이 작품에서도 푸아로의 폭로로 백주의 악마가 정체를 드러낸 순간 역시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범인이 정말 완전범죄를 위해 치밀하게 꾸며낸 트릭과 알리바이 조작, 다른 사람에게 혐의가 가게

만든 장난질은 악마, 요즘 흔히 사용되는 소시오패스가 아니면 쉽사리 저지르기 어려운 일일 것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보통 70~80년 전의 작품임에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만큼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 묘사와 범인의 정교한 트릭, 푸아로의 명쾌한 추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이 책도 푸아로의 변함없는 활약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어느 정도 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여전히 놓치고 있는 작품이 많으니

그녀의 작품을 완전정복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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