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약국
니나 게오르게 지음, 김인순 옮김 / 박하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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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위에 종이약국이라는 수상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페르뒤 씨는 서점을 찾은 손님들에게 그 손님이

원하는 책이 아닌 그 손님의 상태에 딱 맞는 처방의 책을 골라주곤 하지만 손님들은 그리 반기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젊은 작가 막스 조당이 페르뒤 씨 앞에 나타나고,

연인이던 마농에게 실연당한 상처에서 21년이 훌쩍 넘어서도 헤어나오지 못하던 페르뒤 씨는

마농이 그에게 보낸 편지를 계속 외면한 채 살아오다가 그녀의 편지를 읽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알게 되자 갑자기 종이약국을 출발시켜 떠나는데...

 

책을 즐겨 읽다 보니 책이 적절한 치료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때 힐링 열풍이 불면서 힐링을 목적으로 출간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곤 했는데

이 책의 주인공 페르뒤 씨는 자기 서점을 찾은 손님들의 상태를 보고

상처를 치유하기에 딱 좋은 맞춤형 도서 처방을 하곤 한다.

보통 서점을 가는 사람들이 특정한 책을 미리 선정해놓고 구입하러 가는 경우도 있지만

그냥 괜찮은 책 없나 하고 둘러보면서 서점 직원에게 추천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서점 직원들이 북 소믈리에 정도의 책 전문가여서 고객이 원하는 책을 딱 골라 소개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베스트셀러 위주의 무난한 추천을 할 것 같은데

페르뒤 씨는 손님이 원하는 책은 주지 않고 자기의 추천을 강요하다 손님을 내쫓곤 한다.

수상서점을 운영하는 것도 특이한 데 괴짜같은 페르뒤 씨에게 아물지 않은 실연의 상처가 있었다.

실연 이후 여자와는 담을 쌓고 고독하게 살아가던 페르뒤 씨는 외면해왔던 연인 마농의 편지를 읽고

그녀의 진실을 알게 되자 그동안 무기력했던 삶에서 벗어나 마농의 흔적을 찾아 긴 여정에 오른다. 

조당과 쿠에노와의 함께 여행을 하는 동안 마농의 여행일기가 중간중간 실려 있어서 

마농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었는데 마농은 영화로 봤던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이 열연한 여자주인공과 비슷한 스타일의 여자였다.

루크라는 남자와 결혼하고도 페르뒤 씨와의 사랑도 포기하지 못하는 두 남자를 가지려고 하는

한 마디로 나쁜 여자였다. 물론 사랑이라는 게 자기 맘대로 안 된다고 하지만

만약 루크나 페르뒤 씨가 자기와 똑같이 다른 여자를 동시에 사랑한다면

마농의 마음은 어땠을까, 과연 자기 생각처럼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암튼 좀 욕심쟁이같은 마농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어서 이를 알아보지 못한 페르뒤 씨는

뒤늦은 후회를 하지만 루크와 마농의 딸을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쌓였던 마음 속 응어리를 풀어낸다.

이 책을 보면 책도 상처를 치유하는 좋은 치료체가 되지만 여행과 사람들과 나누는 교감도 역시

상처에 특효약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실연의 상처는 결국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마지막에 부록으로 이 책에서 언급된 책들의 효능과 부작용을 소개한 부분이 흥미로웠는데

안 읽은 책들은 과연 제대로 처방전이 발급되었는지 꼭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책으로 상처에 처방을 한다는 종이약국이 실제로 있다면 

마음의 상처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상처를 극복하고 

고통을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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