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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 겨울에 나온다
니타도리 게이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사립 고등학교의 예술동에 유령이 출현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학생들이 술렁거린다.
옛날에 목이 잘려 살해당한 남학생이 예술동 벽에 묻혀 있다가
자기를 죽인 자를 찾으려고 해가 지면 벽에서 기어 나와 복도를 배회한다는 것인데,
하야마는 예술동에 서식하는 여러 동아리 사람들을 조사하며 유령을 정체를 파헤치는데...
어느새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드는 시점이 되었는데 거기에 딱 맞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
책 제목만 봤을 때는 정말 겨울과 무슨 엄청난 연관이 있을 것 같아
마지막까지 열심히 읽었는데 작품 속에는 무슨 이유인지 나오지 않다가
작가의 말에 그 이유가 설명되어 있는데 완전히 낚였다는 느낌이 들었다.ㅎ
겨울에 나오는 이유는 좀 뜬금없었지만 학원미스터리를 기본으로 깔고
본격과 호러,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를 잘 버무려내어서 나름의 묘미를 선사한다.
학교마다 보통 괴담들이 있기 마련인데 유령이나 귀신이 나오는 얘기는 어쩌면 너무 뻔해서 식상하다
할 정도다. 국내에서도 영화로 '여고괴담' 시리즈가 장기간 후속편을 계속 쏟아내었는데
그만큼 학교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공부에 찌들린 학생들에겐 괴담이 자연발생적이라 할 수 있었다.
이 책에선 예술동의 벽에 묻힌 남학생 시체, 즉 벽남의 출현과 갑자기 학교를 관둔 다치바나가
벽남에게 죽어서 유령이 되어 출몰한다는 소문이 퍼져 학교가 뒤숭숭한 상태다.
유령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하야마는 이가미 선배의 도움을 받아 예술동 동아리 학생들을 취재하고
유령이 등장했다는 상황을 재구성해 보면서 조금씩 단서를 확보해나간다.
누군가 유령이 나오는 것처럼 연출했음이 드러나면서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나름의 이해할 만한 사연이 담겨 있었다. 물론 선의가 그에 합당한 보답을 받지는 못했지만
학원 미스터리물다운 아기자기한 재미들을 담고 있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등장인물들 이름이 비슷비슷하고 성별을 잘 몰라서
상당한 분량을 볼 때까지 누가 누군지 헷갈려서 얘기에 집중하기에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괴담에 담겨 있던 사건까지 진실이 밝혀지는 반전을 선보여서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게 만들었는데 작가의 말을 읽어 보니
작품과는 달리 기계치라는 고백을 필두로 수더분한 스타일의 아저씨 느낌을 줬다.
그다지 심각한 범죄가 등장하지 않아 소소한 재미를 주는 학원 미스터리의 모범을 보여준 작품이었는데
시리즈물이라 하니 다음 작품에선 과연 어떤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