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머신
라이언 노스.매슈 버나도.데이비드 맬키 엮음, 변용란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래가 어떨지에 대한 호기심은 인간이 항상 가진 궁금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태초부터 인간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점성술 등 여러 방법을 사용하곤 했는데

여전히 예상을 할 수는 있지만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소설이나 영화 등에선 이런 미래에 대한 인간의 상상을 단골소재로 삼아 그럴 듯한 얘기들을

만들어냈는데 이 책은 혈액샘플만으로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를 알려주는

데스머신이라는 신기한 기계를 소재로 한 34편의 흥미진진한 SF 단편들을 담고 있다.

진짜 저런 기계가 발명된다면 호기심에서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죽는 방법을 알려고

데스머신으로 자신의 운명이 어떤지 확인할 것 같다.

문제는 데스머신이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이란 제목의 책이 생각날 정도로 익사, 암, 고령, 팝콘,

한 줌에 질식 따위의 정말 가지각색의 다양한 죽는 방법이 등장하는데,

데스머신의 예언은 명쾌하지 못하고 애매모호하단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고령이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자기가 그냥 나이 들어 죽는 게 아니라

고령의 노인에게 살해된다는 등 전혀 엉뚱한 결과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럼에도 데스머신이 내놓는 결과지가 100% 적중률을 자랑해서

데스머신의 예언과 다르게 죽으려고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설정 또한 독특한 설정이었다. 

데스머신이란 희대의 발명품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알게 되면서

정말 다양한 반응들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게 역시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죽는 방법과 관련된 건

무조건 피하는 건데 그래봐야 죽음의 운명에서는 벗어날 수 없기에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렇게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이 다수지만 일부는 아예 검사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어차피 인간은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고 이 책의 설정처럼 데스머신이 예언한 죽는 방법을

피할 수 없다면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자기 삶을 살아가면 되는데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되고

나면 거기에 연연하는 게 바로 불쌍한 인간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여러 작품에서 데스머신의 예언에 어쩔 줄 몰라 하는 인간의 나약한 모습이 잘 드러났는데

오히려 죽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그 이외의 일들에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게 생활하는

현명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한편, 데스머신의 죽음 예언은 또 하나의 낙인으로 작용해서

정부나 기업 등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는데 데스머신이란 동일한 소재로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양각색의 다채로운 얘기들이 담겨 있어 읽는 재미가 솔솔했다.

데스머신이란 기계가 실제 존재한다면 그 결과가 궁금해서 재미로라도 시험을 해볼 것 같은데

자신의 운명을 알고 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처럼 거기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고

집착할 것 같긴 한데 역시 미래는 모르고 사는 게 오히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SF소설은 그리 자주 만나지 않는 편이지만 흥미로운 설정과 스토리텔링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SF소설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