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괴담 명작집 - 클래식 서스펜스 걸작선
지식여행 편집부 엮음 / 지식여행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무더위가 절정으로 치닫는 요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줄 괴담이 딱 제격인 날씨인데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작가들의 괴담을 모은 작품집이라고 해서 과연 어떤 작품들이 실려 있을까 궁금했다.

너새니얼 호손, 아서 코난 도일,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 찰스 디킨스, 기 드 모파상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걸출한 작가들이 순수문학이 아닌  괴담을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놀랄

만한 일인데 괴담으로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을 내놨다는 점을 보면

역시나 대문호들은 어떤 장르라도 충분히 능수능란하게 요리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먼저 '주홍 글자'의 너새니얼 호손의 '라파치니의 딸'은 숨결만 닿기만 해도 생물을 죽게 만드는

맹독을 지닌 미모의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의 슬픈 사연을 담고 있는데,

딸을 무슨 살인병기로 만드는 아버지의 일그러진 욕망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셜록 홈즈의 아버지 코난 도일의 작품 '북극성호의 선장'은 말년에 그가 심령학에 빠졌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는데, 빙산에 갖혀 꼼짝달싹을 못하는 배의 선장이 뭔가에 홀려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결국 실종되어 시체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장면을 연출했다.

잔인한 4월을 '황무지'란 시로 노래했던 푸시킨도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단 3장의 카드로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비책을 알고 있다는 백작부인에게

그 비책을 전수받아 대박을 노리는 남자의 얘기를 들려주는데

과욕을 부리다가 톡톡히 그 대가를 치루는 전형적인 인과응보의 교훈을 가르쳐줬다.

이외에도 이 책에서 실린 단편들은 하나같이 오싹한 느낌을 주면서도

뭔가 아련하고 애처로운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거울 속의 미녀'처럼 어디선가 본 듯한 얘기가 주로 많고, 

전반적으로 충격적인 반전이나 소름 끼치는 섬뜩함을 안겨주는 단편은 그다지 없었다.

공포의 수위 면에서 보면 좀 약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는데 아무래도 공포나 괴기소설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가 아닌 일반 문학의 대가들이다 보니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 같은 동화의 느낌에 좀 더 가까웠다.

암튼 문학사에서 한 페이지씩은 장식하는 작가들이 쓴 환상적인 괴담들은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폭염의 열기를 조금이나마 식혀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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