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원의 그리스신화 1 - 올림포스 신들 유재원의 그리스신화 1
유재원 지음 / 북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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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의 얘기들은 늘 흥미진진해서 이미 알고 있는 얘기를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다.

말이 신이지 인간보다 더 욕망에 휘둘리며 사고를 치는 신들의 모습과 온갖 난잡한 염문을 뿌리며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라 부를 정도로 복잡한 관계로 얽히고 설킨 신들의 가계도를 보면

마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묘한 쾌감을 맛보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그리스신화는 내게 있어

중독성 강한 마약같이 항상 손이 저절로 가는 강력한 흡입력이 있다.

이 책은 그리스신화를 시리즈로 엮은 책의 1권으로 올림포스를 대표하는 신들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신화에서 말하는 우주의 생성은 현재 대세가 된 빅뱅이론과 닮은 꼴이라 할 수 있었다.

카오스 상태에서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생겨났고 모든 물질을 서로 결합, 생성하게 하는

정신적인 힘인 에로스가 생겨나면서 우주를 구성할 원초적인 질료가 갖춰졌다.

과학적인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던 우주의 탄생을 이미 고대인은 신화를 매개로 이해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고대인들의 사상과 문화가 종교라는 거대한 장벽에 막혀 오랫동안 묻혀 지냈다는 걸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이 책에선 제우스가 권력을 장악하기까지의 신들의 전쟁과 모호한 인간의 탄생을 먼저 다루고 있는데

인류를 불행에 빠뜨린 판도라 얘기가 남성권위주의 사상의 산물이란 흥미로운 해석도 내놓았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주면서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었지만, 이 책에선 오히려 이로 인해 인간은 제우스의 미움을 받게 되어

인간의 모든 죄악과 불행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동안 단순히 신화 속 얘기들을 나열하는 형식의 책들을 주로 만나봤었는데 이 책에선 당시의

시대와 사회의 관점에서 신화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신화를 새롭게 보는 점이 색달랐다.

게다가 그리스의 지리적인,기후적인 상황과 신화 속 주인공들을 연결시켜

신화의 몰랐던 측면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리스신화의 12명의 주신들의 명단은 종종 조금씩 다른데 제우스와 헤라를 주축으로 데메테르, 아폴론, 아르테미스, 아테나, 헤스파이토스, 아프로디테, 아레스, 헤스티나, 헤르메스,

디오니소스를 주로 꼽곤 한다(디오니소스 대신 포세이돈을 꼽는 경우도 있는 등 이견도 있다).

이 책에선 하늘의 지배자 제우스와 형제들인 바다의 지배자 포세이돈, 지하세계의 지배자 하데스까지

올림포스의 14신을 다루고 있는데 각 신들의 본거지부터

그들의 이력과 복잡한 관계들을 차근차근 풀어놓았다.

제우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신들의 사생활이 워낙 난잡해서 그들의 연인과 자식들을 제대로 아는

게 결코 쉽지 않았는데 이 책에선 나름 정리를 잘 하고 있어서 복잡한 그들의 관계를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유적과 유물의 사진을 곁들여서 설명하고 있어 좀 더 이해하기 쉬웠는데 신화를 하나의

신앙으로 봐서 그 의미를 해석하는 부분들이 그동안 읽었던 신화 책들과는 사뭇 다른 점이었다.

그리스도교가 등장하면서 그 위력을 상실하고 말았지만

그리스신화가 세상에 미친 영향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리스신화의 핵심 내용을 잘 정리하면서

제대로 몰랐던 신화의 의미를 부각시켜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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