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을 요약 정리한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원전을 제대로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어야 될 책들이 많이 쌓여 있는 상태라 쉽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번에 우연히 기회가 되어 완역본을 읽게 되었는데 핵심만 정리된 요약본을 읽을 때와는 역시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에 관한 총 27번의 강의를 정리해서 담고 있는 이 책은
크게 '실수 행위', '꿈', '노이로제 총론'의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이미 요약본을 통해 기본적인 내용을 접했기 때문에 그리 낯설지가 않아서 그런지
'실수 행위'와 '꿈'을 다룬 부분은 생각보다 쉽게 읽혀졌다.
우리가 무심코 하게 되는 실수가 무의식의 발현이란 점이나 간혹 기억에 남아 있는 이상한 꿈들이
잠재된 욕망의 실현이란 점 등 실수와 꿈은 여러 모로 유사한 점이 많았다.
실수 행위가 방해하는 의향과 방해받는 의향의 타협이라 한다면,
꿈에서 방해받는 의향은 잠자고자 하는 의향이고
방해하는 의향은 해소되기를 갈망하는 소망으로 꿈 역시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꿈의 작업은 응축, 치환, 조형적 표현, 꿈 전체를 2차적 가공하는 것의 네 가지 작업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내가 꾼 꿈들의 숨겨진 의미들을 되돌아보는 기회도 되었다.
꿈에 의해 유아성의 단계로 되돌아가곤 하는데 이런 원초적, 원시적인 소망을 충족함으로써
낮 동안 이루지 못하는 욕망들의 대리만족을 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프로이트 하면 대표적인 이미지가 모든 걸 성욕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인데,
리비도란 용어가 무엇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인간의 본능 중 식욕과 더불어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성욕은 프로이트 이전에는 언급하기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프로이트는 이를 인간의 모든 행위와 무의식의 가장 강력한 동기로 보는 것 같았다.
물론 이에 대해선 이미 여러 가지 반론들이 등장하여 프로이트의 이론이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의 선구자적인 주장은 분명 역사적인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이 책에선 실수 행위와 꿈 외에 노이로제에 대해 거의 50%의 비중으로 다루고 있는데 불안 히스테리,
전환 히스테리, 강박 노이로제까지 노이로제라 불리는 신경증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실수 행위나 꿈에 비해 이 부분은 생각보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는 내가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ㅎ) 신경증에 대한 체계적인 해석과 분석은
프로이트의 업적 중에 중요한 부분임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프로이트의 전반적인 정신분석 이론을 대략이나마 알게 된 기분이 들었는데
그가 인류 문명사에 남긴 영향은 그 어떤 대가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을 한 번만 읽어서는 제대로 이해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쉽지 않았는데
다음에 시간이 나면 차근차근 그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