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잘 나가는 MGB 요원 레오는 스파이 혐의를 받고 있던 수의사 아나톨리 브로츠키를 감시히던

임무를 수행하던 중 상사인 쿠즈민 총경의 지시를 받고 아들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부하

표도르와 그 가족들에게 아들죽음이 불행한 사고임을 납득시켜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을 떠맡는다.

여러 정황상 의심가는 부분들이 있음에도 반 협박으로 간신히 표도르를 달랜 레오는

그 사이 아나톨리가 도주했음을 알고 그를 찾기 위해 팀을 꾸려 추격하지만

바실리를 비롯한 부하들이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는데...


예전부터 그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아

읽지 못한 책들이 종종 있는데 이 책도 그 중의 한 권이다.

곧 헐리웃 영화로 개봉 예정인 작품이라 그 전에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서 읽어 보니 괜한 명성이 아니었다.

구 소비에트 연방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아동 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지는데  이 책에서 가장 무서운 건 그 무엇보다 범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공산주의 사회의 폭력성에 있었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체제에 위협이 되는 어떤 사상도, 주장도 용납하지 않는 잔인한 공포정치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만들고, 누구라도 맘에 들지 않으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어

한 순간도 방심하며 살 수 없게 만든다.

전형적인 독재국가의 끔찍함을 제대로 보여줬는데 그런 체제에 길들여진 레오는

상부의 지시와 명령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수행해서 아나톨리를 간신히 체포해오지만

오히려 아내인 라이사를 스파이로 고발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아내를 선택할 것이냐 자신의 출세와 부모의 안전을 선택할 것이냐 선택의 갈림길에 선 레오.

그는 결국 아내를 선택하지만 돌아오는 건 백의종군이었다.

그래도 간신히 강제수용소행은 피하고 라이사와 함께 부알스크로 민병대원이 된 레오는

그곳에서 표도르의 아들과 똑같이 죽은 여자 아이를 발견하고

아이들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연쇄살인사건임을 직감하는데...


그냥 평범한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도 충격적인데 범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다는 설정이다 보니 더욱 사건 해결이 어려웠다.

아이들이 끔찍하게 죽는 사건이 계속 일어난다면 나라 전체가 난리가 나야 정상일 것인데

사고로 치부되거나 엉뚱한 자들이 누명을 쓰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사건들 사이의 연계성을 밝히거나 범인을 잡으려는 시도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레오는 라이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죽은 사건들의 단서를 찾기 시작하고

범인이 철도를 따라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다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연쇄살인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먹을 게 없어서 아이를 납치해서 잡아먹는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잔혹한 일들이 벌어졌던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스탈린 시대의 숨 막히는 공포정치까지 구 소련을 배경으로

정말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스릴러 작품이라 할 수 있었는데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하나의 얘기로 엮어낸 작가의 솜씨가 정말 눈부신 작품이었다.

괴물을 만들어내는 세상과 그런 상황 속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참혹한 모습들,

그리고 레오가 마주하게 되는 엄청난 진실을 보면 개인들을 철저하게 통제하여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드는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숨 막히는 세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었는데 우리에게 조금 낯선 구 소련을 배경으로 스릴러의 묘미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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