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끝없는 밤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석환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8월
평점 :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은 방대한 분량을 자랑해서 쉽게 정복하기 어렵다.
나름 대표적인 작품들은 읽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작품이 너무 많다.
어릴 때는 해문의 80권짜리 시리즈가 익숙했고, 최근엔 황금가지에서 79권짜리로 완간을 했는데
세월이 가도 여전한 그녀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가 직접 뽑은 자신의 베스트 10에 꼽히는 작품으로
그녀의 명품 탐정인 포와로나 미스 마플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이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분명 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집시의 뜰'이라 불리는 불길한 사고가 계속 일어나는 장소에서 렌터카 운전사 마이크 로저스와
부잣집 상속녀 엘리가 운명적인 만남을 갖고 집시 노파로부터 불길한 예언을 듣는다.
'집시의 뜰'을 소유하고 싶던 마이크는 엘리와 급속도로 친해지면서
엘리와 '집시의 뜰' 모두를 갖게 된다. 잘 아는 건축가 샌토닉스에게 부탁해
'집시의 뜰'에 새로운 집을 짓고 엘리와의 행복한 신혼생활을 시작하지만
엘리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레타와 계모 코라, 재산관리인 리핀코트 등이
등장하여 사사건건 간섭하자 마이크는 그들이 몹시 신경에 거슬린다.
그러던 와중에 승마를 즐기던 엘리가 말을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고
결국 엘리는 말에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되는데...
사실 이 작품은 중반까지 이렇다 할 사건도 벌어지지 않고
변죽만 계속 울리는 형편이라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딱 직감으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충분히 예상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엘리가 죽으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대표작 몇 편의 내용들과
유사한 구성이라 할 수 있었는데 제목을 언급하면
바로 이 책의 범인이 누군지 짐작할 수 있기에 애기하진 않겠다.
암튼 화자가 마이크라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건을 평가할 수 없었는데
내가 기대한 논리정연한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그렇다 보니 느닷없는 사건 발생과 갑작스런 사건 해결이 황당하다 싶을 정도였는데 사건을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걸 즐기는 본격 스타일의 독자라면 그리 맘에 들지 않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애거서 크리스티의 후반기 작품이다 보니 심리적인 부분에 상당히 치중하면서
드라마적인 요소에 많이 의존한 작품이었는데, 살인에 재미를 붙인 범인의 일그러진 욕망을
충분히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여운이 남았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