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뽑기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셜리 잭슨 지음, 김시현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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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적힌 '이 작가는 미치광이 아니면 천재다'라고 불린 셜리 잭슨의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미국 문학교과서에 빠짐없이 실린다는 동명의 작품 '제비뽑기'를 비롯해

묘한 느낌의 작품 25편이 실려 있다.

사실 분량이 짧은 단편들이라 과연 어떤 작품들이 담겨 있을까 궁금했는데

처음 예상했던 공포스런 느낌의 작품은 그다지 없고 왠지 기분 나쁜 묘한 느낌의 작품들로 가득했다.

엄밀한 의미의 호러라기보단 일상적인 내용 속에서 사람들에게 숨겨진 광기가 뿜어져 나오는

그런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제비뽑기'가 바로 전형적인 작품이었다.

해마다 마을에 사는 집안들 중 한 집안을 우선 뽑고 그 집안의 식구들 중 한 명을 최종적으로

제비뽑기를 하는데 뽑힌 사람에게 마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행동은 정말 섬뜩하기 그지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일언반구도 없이 그저 제비뽑기의 과정과

마지막에 뽑힌 사람에게 저지르는 마을 사람들의 광기는 오싹한 기분을 맛보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제비뽑는 과정은 '헝거게임'을 연상시켰는데, 마을 사람들의 괴기스런 의식이 자연스레 벌어지는

모습이 오히려 묘한 불쾌감과 야릇한 느낌을 안겨주었다.

다른 작품들에서도 유사한 분위기가 드러났다.

대놓고 공포스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아니고 뭔가 이질적인 상황에 비아냥과 조롱이 섞인 듯한

등장인물들의 말과 태도가 '이게 뭐지' 하는 조금은 황당한 결말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내가 집중을 제대로 안 해서인지 읽고 나서도 정말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나중에 해설을 읽어 보니 왜 뭔가에 홀린 듯한 기분이 드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는데

단편마다 해리스란 이름의 인물이 계속 모습을 바꿔 등장하여 더욱 혼란이 일어났던 것 같다.

암튼 셜리 잭슨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마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왠지 음산하면서도 불길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처음에 예상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작품들이었지만 다시 읽어본다면

그 진가를 제대로 맛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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