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관의 살인
손선영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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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대학 추리소설연구회는 반구도로 3박4일 일정의 엠티를 떠난다.

반구도에 도착하자 회장인 아가사는 살인 여행이라는 취지에 맞게 레터 나이프, 청산가리,

복어 독, 펜토바르비탈, 톱, 스패너, 총알, 트럼프 카드 킹, 파란색 내용물이 든 유리병으로

구성된 미니어처 머더 키트를 회원들에게 지급하면서 추리소설적으로 상대를 죽이는 게임을 제안한다.

카드 킹으로 살인을 예고한 후 살인무기를 찾거나 수수께끼를 내서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사망으로 처리한다는 규칙에 다들 흥미진진해 하는 것도 잠시 첫 번째 카드와

'795-318-206=snftoetzs'라는 이상한 수수께끼가 등장하고 지목받은 마플이 진짜

청산가리에 의해 사망하면서 흥겹던 분위기는 금새 공포로 돌변하게 되는데...
 

아야츠지 유키토의 '십각관의 살인'오마주한 책이라는 것을 대놓고 내세운 책이라

얼마 전에 읽은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오마주한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비슷한 내용이 펼쳐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십각관의 살인'을 본 지가 좀 오래되어서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K대학 미스터리 연구회 멤버들이 츠노시마 섬에 MT를 가는 설정이

이 책에선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Y대 추리소설연구회가 반구도로 가는 걸로 유사하게 바뀌었다.

멤버들이 닉네임을 쓰는 것도 동일한데 '십각관의 살인'이 고전 미스터리 거장들의 이름을 가져

왔다면 이 책에선 창립멤버라 할 수 있는 도일, 아가사부터 심농, 마플, 도로시, 김전일, 코난에

지도교수 모리스까지 작가와 탐정 이름이 뒤섞인 상태였다.

아무래도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암튼 섬으로 간 엠티에서 멤버들이 하나씩 죽어간다는 기본 설정은

본격 추리소설이 즐겨 애용하는 전형적인 요소들, 이 책에서 본격의 세 가지 미덕이라 부르는

클로즈드 서클, 기이한 저택, 불가해한 살인이라는 삼박자로 구색을 갖췄다.

살인도구들이 주어지는 클로즈드 서클이란 점에서 '인사이트밀'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는데,

이들이 추리소설을 주제로 나누는 수다(?)들이 더욱 재미를 더했다.

동아리의 리더격인 도일의 전 애인이 아가사, 현재 애인이 도로시라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심농과 마플, 김전일과 코난도 썸 타는 관계이다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은데

살인게임이 장난이 아닌 현실이 되어 버리자 순식간에 서로를 불신하는 살벌한 상황이 벌어진다.

카드 킹과 수수께끼의 출제가 이어지고 계속 문제를 풀지 못하자 하나 둘 지목받은 멤버들이 스러진다.

점점 사태가 심각해지자 도일은 아가사에게 범인을 잡기 위한 제안을 하는데...


'십각관의 살인'에 대한 오마주라 표명한 작품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시리즈의 묘미는 역시 특이한 구조의 건축물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

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십자관도 합체와 분리가 자유자재인 큐브로 설정되어 있고,

십자관이 움직이는 시스템인 아가사까지 뭔가 특이한 구조의 건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돋보였다. 사실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등장인물들간의 갈등과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하며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좀 안이하달까 느슨한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뭔가 알 수 없던 수수께끼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풀이 결과와 드러나는 진실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내용들이었다.

반전은 왠지 직전에 읽은 '모나'와도 공통 분모가 있었던 것 같다.

손선영 작가의 책은 '세종특별수사대 시아이애이''이웃집 두 남자가 수상하다'를 읽어봤는데

시대물과 현대물을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것 같다.

아직까지는 시리즈나 고정된 탐정 캐릭터는 없는 것 같은데

앞으로 꾸준한 작품을 통해 한국 장르문학의 품격을 한 단계 높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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