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작품들을 새로운 버전으로 되살려낸 작품

그리고 누군가 없어졌다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나쓰키 시즈코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2월

일본 재벌인 우노 일가의 초대를 받아 일주간의 크루즈 여행을 위해

최고급 요트 인디아나호에 오른 다섯 명의 손님들.

선장 류자키와 선원 아즈마가 그들을 맞이하고 대망의 출항을 한다.

최고급 요리로 저녁 식사를 한 후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게 있던 그들에게

난데없이 자칭 재판관이라고 하는 자가 요트에 탑승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음을 선고하자 다들 혼란에 빠진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 가운데 골프선수 나라이가 죽은 채로 발견되자

요트 안에서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는데... 

제목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패러디 했음을 대놓고 드러낸

이 책은 딱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대한 오마주임을 느끼게 해준다.

기본적인 설정이 거의 유사하다 보니 둘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나름 솔솔했는데, 

먼저 살인의 무대가 인디언섬과 인디아나호로 고립된 섬과 요트라는 비슷한 설정과 이름도 유사했다.

탑승객들이 모두 법의 이름으로 심판하기엔 애매한 간접적인 살인자라는 점과

이를 공표한 점, 탑승객들의 띠를 상징하는 동물 인형들이 한 명씩 죽을 때마다

없어지는 점 등도 원작을 충실하게 일본식으로 재현해냈다고 할 수 있는데

가장 중요한 동요살인이란 점은 아무리 패러디한 작품이라도 모방하기 힘들었나 보다.

마더 구즈가 아닌 하이쿠 버전으로 연쇄살인을 만들어냈다면

완성도가 한층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 화자의 시점 등 크리스티의 작품과는 다른 부분들은 나름 신선하게 느껴졌다.

암튼 크리스티의 작품과 유사하게 한 명씩 죽어나가다 마지막에 단 두명만 남자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좀 더 재빠른 사람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원작에서와 같은 자살 분위기가 연출되지만 최후의 생존자는 다른 선택을 하는데...

너무 유명한 작품을 패러디하다 보니 왠지 원조를 답습한 복제품에 지나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었는데 단순히 모방에 그치지 않았다.

띠지에 크리스티의 또 다른 대표작 '오리엔트 특급살인'마저 언급되어 있어

과연 두 명작을 어떻게 엮어 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전혀 뜻밖의 결말을 선보였다.

뻔한 스토리의 작품이 아닐까 하던 예측을 산산조각 내는 충격적인 반전이라 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 작품도 연상시켰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마무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지만 사실 좀 억지스런 설정이다는 느낌도 들었다.

본격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논리와 전개가 빈약한 면이 없진 않았지만

애초에 지향하는 바가 달랐기에 그저 명작을 새로운 버전으로 재현해

기존의 작품과 비교해서 보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준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