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 스캔들 - 불꽃 같은 삶, 불멸의 작품
서수경 지음 / 인서트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보면 상당히 자극적인 얘기를 다룰 것처럼 생각되지만

영문학 거장 25명의 불꽃 같은 삶과 불멸의 작품을 다룬 이 책은

이름은 익히 알고 있지만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영문학계의 슈퍼스타들의 삶과

작품얽힌 잘 알려지지 않은 흥미진진한 얘기를 담아내고 있다.  

첫 번째 주자로 W. B. 예이츠가 등장하는데 치열한 운동권 아가씨인 모드 곤을 사랑하면서

그의 삶과 작품세계가 요동을 쳤다.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가 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였는데,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로 유명한 '황무지'의 시인 T. S. 엘리엇에게도

동성의 애인이 있었을 거라는 충격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4월이 잔인한 이유가 사랑했던 그가 죽었기 때문이라니

그동안 알았던 '황무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게 되었다.

영문학사 최고의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라는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사연과

이미 '거장들의 스캔들'에서 만나봤던 에드거 앨런 포의 파란만장한 삶과 러브 스토리를 보면

예술가들은 극적인 삶을 살아야 명작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고 자살한 실비아 플라스와 페미니즘의 선구자라 할 수 있지만

결국 강물에 몸을 던진 버지니아 울프 등 삶의 마지막을 비극적으로 마친 인물들이 적지 않았는데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F. 스콧 피츠제럴드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던

오스카 와일드도 말년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특히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로 처벌받는 등

그야말로 스캔들 메이커였는데 테네시 윌리엄스 등 유독 동성애자가 많은 건

예술가들의 독특한 취향인지 그런 취향이 그들을 예술가로 만든 것인지 잘 모르겠다.

매카시 선풍 속에 마릴린 먼로와의 결혼으로 유명세를 얻은 아서 밀러와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헤밍웨이까지 위대한 작가들에게는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영국이 셰익스피어보다 사랑했다고 하는 찰스 디킨스나 아무리 그래도 넘버 원이라 할 수 있는

셰익스피어 얘기도 흥미진진했는데 특히 세계 10대 음모설 중 하나라는

셰익스피어의 정체성 논란을 깔끔하게 정리한 부분이 맘에 들었다.

전에 읽었던 '햄릿'의 해설에서도 일부 다뤘지만 이 책에선 셰익스피어가 사실은 가짜고

프란시스 베이컨, 크리스토퍼 말로, 에드워드 드 비어 백작 등 여러 실존인물이 진짜라는

옥스퍼드파와 셰익스피어가 진짜 실존인물이라는 스트랫퍼드파의 각각의 주장과 논거,

반박을 보기 좋게 정리했는데 이 책에선 그가 실존 인물이라는 데 좀 더 비중을 두는 듯했다.

그 밖에 '주홍 글씨'의 나다니엘 호손, '오만과 편견'의 제인 오스틴 등 친숙한 작가들의 삶을 알게

되면서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고, 이름만 익숙했던 제임스 조이스, 토머스 하디,

에밀리 브론테 등과 이 책을 통해 첫 만남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조셉 콘래드, 존 키츠까지

영문학계의 내로라하는 대표선수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전에 읽었던 고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와도 비슷한 컨셉의 책이라 할 수 있었는데

장영희 교수의 책이 에세이라 한다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감상보단 작가와 작품 설명에

좀 더 충실해서 매력적인 영문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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