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세계대전의 기원 - 패권 경쟁의 격화와 제국체제의 해체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논저) 612
박상섭 지음 / 아카넷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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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과 관련해선 예전에 존 키건의 '제1차 세계대전사'를 읽어서 그 원인과 경과 등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다 보니 내용들이 가물가물하던 참에

책을 통해 1차대전의 기원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볼 기회가 생겼다.

마침 작년이 1차대전 발발 100년이 되어서 아마 이 책을 펴낸 게 아닌가 싶은데

사라예보에서 발생한 오스트리아의 황태자 페르디난트 대공의 암살사건이 촉매제가 된 건

분명하지만 그 전에 이미 전쟁의 씨앗은 잉태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 책에선 전쟁의 원인으로 먼저 독일에 주목한다.

1870년 통일 이후 독일은 급속도로 국력을 신장시켜 국제 권력판도에 큰 변화를 불러온다.

당시 최강이라 하는 영국을 따라잡으려고 해군력을 성장시키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긴장하게 만든다.

그리고 1908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를 합병하는 상황에서 체면을

구긴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사이의 대립은 화약고라 불리는 발칸 반도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렇게 크게 두 축에서 1차대전의 기원을 찾고 있는데

이 책에선 특히 독일의 해군증강계획으로 인한 영독관계의 악화에 큰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냉전시대의 미소 간의 군비경쟁처럼 후발주자인 독일의 해군력 증강은

영국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독일은 사실 영국이 예전과 같이 대륙 문제에 불간섭하는

중립적 태도를 계속 취하기를 은근히 기대했지만 독일의 급속한 전력 상승은 영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결국 기대와는 달리 영국이 독일에 대한 전쟁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스만 제국의 약화로 인한 발칸 지역의 불안정성은 여러 나라의 알력을 불러일으켰는데,

특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세르비아로 인해 일촉즉발의 불안한 상황이 야기되다가 결국

페르디난트 대공 암살사건으로 인해 관련 국가들이 줄줄이 전쟁의 포화 속으로 끌려 들어가고 만다. 

암살사건 이후 오스트리아와 세르비아 간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그들의 든든한 형님들인 독일과 러시아가 참전하면서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 격인데 이 책에선 그 긴박했던 순간을 자세히 보여준다.

그 밖에 발칸이 왜 화약고가 되었는지와 독일의 기본적 전략으로 알려진 슐리펜 계획의 실체, 

마지막으로 1차 대전의 책임이 독일에게 전적으로 있는지에 대한 피셔 논쟁까지 

1차 대전 발발과 관련한 다양한 얘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각국이 전쟁 책임을 면하려고 상대가 먼저 공격하기를 참고 기다렸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라 할 수 있었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의 머뭇거림이 어쩌면 전쟁의 승패를 바꿨는지도 모를 것 같다.

전에 읽은 존 키건의 책이 1차 대전의 전반적인 내용을 빠짐없이 다뤘다면

이 책은 발발 원인에 집중한 편이었는데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1차 세계대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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