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화가에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로 수다 떨기

명화와 수다 떨기 1 ㅣ 명화와 수다 떨기 1
꾸예 지음, 정호운 옮김 / 다연 / 2014년 12월

며칠 전에 '명화남녀'란 책을 보며 영화 속에 등장한 명화들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 명화와의 가벼운 수다(?)를 떠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제목처럼 친구와 명화에 대해 수다를 떠는 듯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

카라바조를 시작으로 총 9명의 화가에 얽힌 흥미로운 얘기들을 들려준다.

먼저 도망자라 칭해진 카라바조는 천재화가인 반면에 문제아였다.

'성 마태의 소명'으로 하룻밤 사이에 유명해지자 건달 짓을 하면서 사고를 치고 다녔지만

그의 그림에 반한 높으신 후원자들이 왠만한 사고는 다 뒷수습을 해주었다.

하지만 살인사건만은 수습불가였는지 카라바조는 도망자 신세가 되지만

곧 뛰어난 재능을 발휘해 몰타 기사단의 멤버가 되는 등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보통 화가들의 삶이 평탄하지 않은 건 알았지만 카라바조가 이 정도로 사고뭉치인 줄은 처음 알았다

(물론 그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지만). 무슨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서양미술사의 3대 명작으로

다빈치의 '모나리자', 벨라스케스의 '시녀들'과 더불어 렘브란트의 '야간순찰'을 꼽는데,

렘브란트의 '야간순찰'을 부분부분 자세히 감상할 기회를 가졌다.

렘브란트는 특히 자화상으로도 유명한데 잘 나가던 시절의 당당한 모습이 노인이 되어

애처로운 모습으로 변하는 과정을 스스로 표현하면서 자신의 일대기를 완성하였다.

신동으로 불린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 윌리엄 터너와 내성적인 부잣집 미남 도련님 존 컨스터블은

서로 완전히 성격도 다르고 스타일도 달랐지만 풍경화에서 각자의 존재감을 선보였는데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보게 되었다.

수련의 화가이자 인상파의 창시자로 유명한 클로드 모네와 사람 좋았다는 르누아르의 작품들을

보면서 인상파 화가들의 명작들과 그들의 흥미로운 사연들에 푹 빠졌는데,

광기파(?) 고흐가 등장하자 앞에 등장했던 화가들의 사연은 그저 평범하게 느껴졌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고흐는 생전엔 딱 한 점의 그림만 팔았고

('아를의 붉은 포도밭'으로 이번에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귀를 자르는 등 엽기행각을 일삼았는데

사후에야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은 불꽃같은 삶을 산 화가였다.

인상파 아닌 인상파라고 이름 붙인 드가는 무희의 화가라 불렀고,

1874년 전시회에서 최고의 악평을 받은 모네보다 더 심해서 아예 욕할 가치조차 없다고 취급당한

폴 세잔은 이 책에서 애플맨으로 불렸는데 그의 작품인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이

1억 6천만 파운드라는 예술사상 최고가에 팔렸다니

당대의 평가와 후세의 평가가 정말 극과 극임을 잘 확인시켜준 사례였다.

이 책에서 총 9명의 화가의 삶과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무엇보다 친구와 수다를 떠는 것처럼

재밌는 에피소들들을 가볍게 소개하고 있어 더욱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다른 책들에선 간단하게 넘어갔던 작품들의 세밀한 부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를 줘서

몰랐던 의미들을 발견하는 기회도 되었다. 전체적으로 화가와 그림들에 얽힌 다양한 사연들로 무장해 그림과 좀 더 가까워지는 기회를 만들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