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폭격
배명훈 지음 / 북하우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구 반대편의 국가와 미사일을 주고 받는 전쟁 아닌 전쟁이 시작됐다.

피폭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스컬레이션 위원회 소속 윤희나와 민소는

피폭장소들을 확인하다가 기묘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건 바로 그들이 즐겨찾는 맛집을 폭격했다는 사실이다.

믿기지 않는 황당한 사실의 근거를 찾아보던 중

미사일 공격의 원인이 엉뚱한 데 있다는 단서를 발견하게 되는데...

배명훈 작가의 작품은 전에 '타워''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실렸던

'안녕, 인공 존재'란 작품을 만난 적이 있다.

SF적인 기발한 설정에 촌철살인의 블랙유머가 빛을 발한 작품들이었는데

이 책도 제목부터 뭔가 의미심장한 게 담겨 있는 것 같아 기대가 되었다.

아무리 맛집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은 요즘이라지만 뜬금없이 전쟁을 한다면서 

특정 맛집을 폭격한다니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그보다 미사일로 서울을 폭격하는 상황인데도

왠지 태연한 반응을 보인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안 되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만으로도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었는데

어디가 되었든 서울에 미사일이 한 발 떨어진다면 바로 아비규환의 상황이 될 게 분명하다.

서울의 천만 인구와 경기도의 천만 인구가 바로 패닉 상태에 빠져 대피한다고 난리가 날 게 뻔하고

전시상태에 준해 일상이 완전히 마비될 텐데 

이 책에 그려지는 상황은 뭔가 어색하고 납득이 되지 않았다.

암튼 미사일 타격의 목표가 맛집이란 설정은 재밌으면서도 좀 어이없는 설정이었는데

자신의 맛집이 폭격을 받아 사라진다면 과연 어떤 심정이 들까 싶다.

먹거리에 대해 그리 민감하지 않는 취향인 나같은 사람은 별로 영향이 없겠지만

소위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에겐 큰 타격이 아닐까 싶다.

전쟁의 발단도 요즘 난무하는 음모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각종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그 배경에 대해 온갖 낭설이 퍼지곤 하는데 

이라크 전쟁 등 음모론이 어느 정도 진실로 드러난 경우도 있었다.

거창한 명분이 아닌 결국에는 돈이 모든 전쟁의 원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전쟁도 알고 보니 전쟁을 위한 전쟁이었다.

전에 읽었던 작품들처럼 발상 자체는 신선하다고 할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뭔가 좀 양념이 빠진 것 같은 아쉬운 맛이 낫다.

설정 자체가 좀 생각보단 설득력이 떨어지다 보니 이야기의 힘 자체가 그리 강렬하지 않았다. 

맛집 폭격 이유 등도 제목만 봤을 때 기대했던 그런 내용이 아닌지라

맛집에서 먹을 수 있는 별미를 기대한 거엔 부응하지 못했다.

좀 아쉬운 면은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독창적인 얘기를 들려주려는 작가의 시도는 평가할 만하다.

다음 작품은 좀 더 푹 빠질 수 있는 몰입도를 주는 그런 작품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