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 일반판 (2disc)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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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하여 생각을 빼내는 분야의 최고전문가인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일본인 CEO 사이토(와타나베 켄)의 꿈을 해킹하려다 실패하고 쫓기는 신세가 되던 중 

오히려 사이토로부터 경쟁사 CEO의 아들인 피셔의 꿈에 경쟁사를 분해시키는 생각을

인셉션하라는 제의를 받고 팀을 꾸리는데...

 

'메멘토' 이후 늘 평균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또 한 번 영화팬들을

매료시키는 작품을 선보였다. 다른 사람의 꿈에 접속하여 무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생각을 

훔쳐내거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무의식을 심어놓는다는 설정은 유사한 내용의 영화들이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이 영화처럼 정교하게 만들어내진 못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압권은 인셉션을 하기 위해 피셔의 꿈에 설계하는 다층구조의 꿈이라

할 수 있다. 1단계(차로 도주하는 장면)의 꿈으로도 모자라 피셔를 속이기 위해

2단계(호텔에서의 장면들), 3단계(설산 위에서의 장면들)까지 설계하는 치밀함과 각 단계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설정 등 영화를 보는 내내 잠시도 한 눈을 팔게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2시간을 훌쩍 넘는 14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중간에 시계를 한 번도

보지 않았다면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이 영화의 위력을 새삼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꿈과 무의식의 세계는 인류의 과학기술로도 아직 정복되지 않은 분야다.

꿈에선 모든 것이 가능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상 내가 꾸는 꿈만 봐도

(물론 깨어났을 때 기억에 남는 꿈만...) 거의 내가 겪은 과거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변주곡들만

연주되는 편이라 그다지 유쾌한 꿈은 별로 없지만

이상하게 뇌리에 남는 꿈들엔 암시를 받은 것처럼 신경이 쓰이긴 한다.

이 영화의 인셉션은 그런 인간의 꿈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자기 맘대로 움직이게 하려는 것인데

다른 사람의 꿈과 무의식의 세계까지 지배하려는 생각은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누군가가 내 꿈에 접속하여 내 꿈을 해킹한다거나

내 꿈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심어놓는다고 생각하면 정말 진저리가 날 일이다.

 

나도 꿈이나 무의식에 대해 관심이 있는 편인데 이 영화 속 드림머신 같은 게 아닌

자신이 원하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기계 등을 만들어내면

정말 최고의 상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종종 하곤 한다.

하루의 1/3 가량을 차지하지만 원하는 대로 쓸 수 없는 수면시간에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힘든

개인의 희망들을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그런 드림메이커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돈을 쓸어담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 같은데 그런 기술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면 그런 것도 충분히 가능할 듯한데(물론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ㅋ)

그런 기술이 없다는 게 정말 아쉽다.ㅋ

 

한편으론 아무리 행복한 꿈을 꾸더라도 꿈은 꿈일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코브가 아내와 아이들과의 행복한 꿈 속에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것처럼

행복한 꿈을 꾸는 동안에는 좋지만 그게 현실도 아니고 영원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이 영화의 결말을 두고도 다양한 해석가능성이 있는데 어떤 선택을 하는 게 좋다고는

쉽게 말하기가 힘들 것 같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하는 게 각자의 선택의 몫인 것처럼

행복한 꿈 속의 세계를 선택할지, 고통스럽지만 현실의 세계를 선택할지는 각자에게 달린 것 같다.

 

이렇듯 영화 자체도 정교하게 짜여져 있고 잠시 한 눈 팔 시간도 주지 않는 재미있는 작품이면서

열린 결말 등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는 물론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매력은 정말 대단하단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늘 멋진 영화를 선물해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번에도 제대로 뭔가를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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