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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사귀던 그녀가 미궁에 빠졌던 히오키 사건의 생존자임을 알게 된 후
나는 히오키 사건에 관심을 갖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밀실인 상황에서 그녀를 제외한 아버지와 어머니, 오빠가 무참히 살해된 기이한 사건의
진실을 파고들자 서서히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작품은 전에 '쓰리'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자신의 데뷔 10주년을
장식하는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밀실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정도를 넘어서
뒷맛이 나빠 읽고 나면 불쾌한 기분이 남는 미스터리를 뜻하는 '이야미스'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전에 읽은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 '살육에 이르는 병' 등과 같이
좀 자극적인 내용들이 담겨 있어서 거부감이 들수도 있는데
일단 사건의 진실이 도대체 뭘까 궁금했기에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금기라 할 수 있는 근친상간적인 관계가 결국 끔찍한 사건의 배경이라 할 수 있었는데,
나와 사나에의 현재의 일그러진 관계도 어떻게 보면 과거 사건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누구나 원초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 욕망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게 있는가 하면
범죄가 될 정도로 사회가 금기시하는 것도 있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미궁에 빠졌던 사건도 결국 금지된 욕망을 발현하고
그 대상이 된 결과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든 것 같다.
결국 끔찍한 기억과 상처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기억을 조작하고
자신 속에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기까지 한다.
마지막에 사나에의 고백으로 드러나는 대략의 비밀은 뭔가 찜찜한 구석을 남겨놓지만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얘기로 계속 호기심을 자극했다.
등장인물들의 기묘한 관계속에 빠져 있다 보니 왠지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처음엔 제목처럼 밀실을 다룬 정통 미스터리가 펼쳐질 거라 기대를 했다가
전혀 예상밖의 전개와 내용으로 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