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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상처 ㅣ 스토리콜렉터 1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2년 11월
평점 :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국제적 유명인사가 된 유대인 골드베르크가
마치 사형집행을 당하듯이 총살을 당하고 1,6,1,4,5라는 뜻모를 숫자만 범행현장에 남겨진다.
부검을 통해 뜻밖에 그의 몸에서 나치의 흔적을 발견한 것도 잠시 미국 정부가 그의 시체를
서둘러 수습해 가버리지만 슈나이더와 프링스라는 노인들이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 살해당하자
사건을 담당한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형사는 세 명의 노인이
명사인 벨라 칼텐제와 서로 아는 사이임을 알게 되는데...
'사랑받지 못한 여자', '너무 친한 친구들'을 통해 이제 친근해진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이 책은 홀로코스트란 민감한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에 깔고 있다.
사실 유대인들이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맹활약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들이 당했던
끔찍한 사건인 홀로코스트가 영화나 소설의 단골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하지만 피해자나 제3자가 이런 사건들을 다루긴 쉬워도
가해자가 자신들의 잘못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얘기를 대놓고 하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독일은 나치가 저지른 만행에 대해 솔직하고 진솔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일본과는 천지차이로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와 과거청산을 확실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과거에 발목을 잡히진 않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도 자신들의 치부인 나치를 과감히 사용한다.
과연 살해된 세 명의 노인과 베라가 과거에 무슨 끔찍한 짓을 했기에
처절한 복수를 당할까 싶었는데 어느 정도는 예상했지만 정말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난다.
4인방 중에 마지막 남은 베라 외에도 그녀와 특별한 관계인 로버트 바트코비아크와 모니카 크래머가
끔찍하게 살해되는 등 사건은 계속 벌어지는데 용의자가 많아서 도대체 종잡을 수 없었다.
게다가 수사과장인 니어호프의 후임으로 보덴슈타인과 악연이 있는 니콜라 엥겔이 오면서
심술을 부리고, 베라의 비서였다 해고되어 그녀의 비밀을 폭로하고 손녀를 임신시켜 복수를
하려는 토마스 리터, 하나같이 이상한 베라의 자식들까지 사건은 어디로 튈지 모를 상황이었는데
오랜 세월 숨겨졌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한치 앞도 모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보통 제목을 보면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은 너무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평생 남을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긴 일들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인생 세탁을 해서 사회지도층으로 행세하는 뻔뻔한 인간들의 모습은 분노를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비단 소설 속 얘기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충분히 있는 얘기라 할 수 있는데,
일본의 전범들이나 한국의 친일파들과 그의 자손들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이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보면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었다.
전범처벌이나 친일청산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여전히 그런 문제들이 화두로 거론되는 씁쓸한
현실을 보면 그래도 자신들의 환부를 나름 말끔히 도려낸 독일이란 나라가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런 작품이 별 부담 없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데
아직 그러지 못하는 안타까운 우리의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
세 번째 작품까지 타우누스 시리즈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아기자기한 재미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회적 문제까지 녹여내 미스터리의 재미를 잘 보여주었다.
이제 그동안 시리즈 순서대로 읽는다고 아껴두었던 베스트 셀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만날 차례다. 과연 어느 정도의 작품이기에 미스터리로서 드물게 한국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켰는지 확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