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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소녀
미셸 뷔시 지음, 임명주 옮김 / 달콤한책 / 2014년 7월
평점 :
품절
이스탄불발 파리행 비행기가 몽테리블 산비탈에 충돌해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사망하고
비행기에서 튕겨져 나온 갓난아이만 유일한 생존자로 남는 참극이 발생한다.
마침 탑승객 중에 갓난아이와 함께 탄 두 쌍의 부부가 있었는데,
부유한 카르빌가와 가난한 비트랄가는 서로 자신들의 손녀라고 주장하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는 가운데 공방만 계속된다.
그런 와중에 레옹스 드 카르빌이 아이를 넘겨주는 조건을 돈을 주려다 비트랄가의 반발을 사고
결국 이게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하여 아이는 에밀리 비트랄이 되어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자신들의 손녀를 포기할 수 없던 카르빌가는 그랑둑이란 사립탐정을 고용하여
에밀리 비트랄이 실은 리즈로즈 드 카르빌임을 밝히기 위한 조사를 의뢰하는데...
북유럽과 독일 등의 유럽파 미스터리가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통의 영미와 일본의 양대산맥이었던 미스터리 소설계가 이젠 3자 구도로 바뀌었다고 할 정도인데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유럽파 작품 중에 프랑스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 와중에 프랑스 작가의 작품이라 조금은 낯선 느낌이 들면서도
뭔가 다른 이색적인 게 기대가 되었는데 나름 충분히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비행기 추락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인 에밀리 비트랄 또는 리즈로즈 드 카르빌의 정체를 둘러싼
비밀을 밝히기 위한 두 집안 사람들의 갈등이 중심 스토리라 할 수 있는데
요즘 같으면 DNA검사로 금방 밝혀질 일이 마치 막장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출생의 비밀처럼
쉽게 진실이 드러나지 않고 무려 18년이 넘도록 질질 끌게 된다.
물론 사고 당시엔 DNA검사 기술이 없었다 쳐도 그 이후 진작에 그녀가 누구 핏줄인줄
알아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카르빌가에 고용된 사립탐정 그랑둑은 자신이 조사과정을 기록한
일기를 에밀리와 마르크 남매에게 남기고, 카르빌가에는 사고 당시 신문에서
진실의 해답을 찾았으니 자신에게 좀 더 돈과 시간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죽은 채 발견되고 에밀리와 부적절한(?) 사랑에 빠진 마르크와
자신의 동생 리즈로즈를 되찾으려는 말비나가 치열한 진실찾기 게임을 벌이면서
점점 진실에 다가가지만 드러난 진실은 가히 모두에게 충격적이었는데...
출생의 비밀 아니 탈출의 비밀은 우리 드라마에서 너무 많이 우려 먹어
정말 다양한 버전들을 학습했기에 사실 사고에서 살아남은 아이가
누구 집안 아이인지를 두고 벌이는 싸움은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를 뺏긴(?) 집안이 부자이고 아이를 키우는 집안이 가난하다 보니
온갖 음모와 모략이 진행되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무려 18년이나 훌쩍 지나 계약기간이 끝난 그랑둑이 진실게임에 불을 붙이면서
그동안 파묻혀 있던 진실찾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데
왠지 감이 온 건 그동안 드라마를 많이 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전혀 엉뚱한 결과에 그동안에 벌어진 과정들이 좀 허무하고 황당한 면이 없었지만
진실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힘이 넘치는 작품이라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프랑스 작가의 미스터리는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프랑스 여기저기를 누비며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얘기로 스릴러의 묘미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